‘브렉시트’ 본격화되면 국산차 수출 적지 않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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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본격화되면 국산차 수출 적지 않은 타격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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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최대 판매국 영국서 입지 축소 가능성 높아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EU 최대 판매국 영국서 입지 축소 가능성 높아

수입차는 고급차 위주라 가격 올라도 영향 적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Brexit)하면 한국과 영국 양국 간 자동차 거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U로 판매되는 자동차 가운데 20~30%가 몰릴 정도로 가장 큰 시장인 영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국산차 업계가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영국산 수입차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업체는 브렉시트로 판매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시장에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7개 승용차와 상용차 업체가 국내에서 생산해 영국에 수출․판매한 자동차는 승용차(10만4993대)와 버스(477대)를 합해 10만5470대에 이르렀다. 금액으로는 15억367만 달러(1조7631억원)가 팔렸다.

EU 전체 수출 대수(38만3698대)와 금액(50억3085만 달러) 대비 각각 27.4%와 29.9%를 차지한다. EU 소속 26개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시장으로, 동유럽권을 포함해 유럽에서 가장 많이 국산차가 수출되는 지역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영국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4만1379대로 전년 동기(4만1105대) 대비 0.7%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5억9842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6억412만 달러) 보다 0.9% 감소했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업체 자동차는 국내 수출 이외에 유럽 생산 물량을 포함할 경우 규모가 더욱 커진다.

지난해 현대차 체코 공장(34만6349대)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33만8020대)에서 영국으로 판매된 물량은 15만대 정도로, 이를 합하면 지난해 영국에서만 26만대에 이르는 한국 업체 자동차가 팔렸다.

반면 지난해 영국에서 수입된 자동차는 모두 1만9232대로 금액은 7억8363만 달러(9188억원)였다. 직전 2014년과 비교하면 자동차(1만1668대)는 64.8% 급증했고, 금액(5억404만 달러)은 55.5% 늘었다.

2015년 국내 수입된 전체 자동차(33만1858대)와 금액(105억3849만 달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8%와 7.4%에 그쳤지만, 성장세는 전체 수입차 시장을 30배 이상 웃돌았다. 이는 한국과 EU 사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장벽이 철폐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EU FTA에 따라 지난 2011년 7월부터 1500cc 이상 자동차에 매겨졌던 관세율이 기존 8%에서 점차 낮아졌고, 2014년 7월 완전 철폐됐다. 이에 앞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2011년 7월부터 폐지된 상태다.

관세가 없어지면서 기존에 독일과 프랑스․스웨덴 브랜드 위주로 수입되던 유럽산 자동차가 영국과 이탈리아 브랜드로 다양화됐다. 영국산의 경우 고급 브랜드 차량 수입이 급증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영국산 자동차는 7개 브랜드에 걸쳐 70여개 모델로, 올해 들어 5월까지 8635대가 수입됐다. 전년 동기(6767대) 대비 2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된 자동차(13만2609대)의 14.1%를 차지한다.

이중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전체 모델은 영국산이다. 재규어(23개 모델)와 랜드로버(13개 모델)를 합해 5월까지 5474대가 판매돼 영국에서 수입된 물량의 64.4%를 차지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 레저차량(RV)에 대한 인기가 커진데다 관세 철폐로 차량 가격이 인하되면서 전년 대비 78.6%나 판매가 급증했다.

BMW그룹코리아가 수입․판매하는 미니는 ‘컨트리맨’ ‘컨버터블’ ‘JCW’ 등을 제외하고 모두 영국에서 생산된다. 올해 판매 물량은 2704대다.

한국닛산이 수입하는 ‘캐시카이’도 영국에서 생산되고 있고, 고급차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또한 영국산이다. 기흥모터스는 관세가 철폐된 지난 2014년 ‘애스턴마틴’과 ‘맥라렌’을 영국으로부터 공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 브렉시트가 한국과 영국 간 자동차 무역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이 실제 EU를 탈퇴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남아있고, 이후 영국과 새롭게 FTA를 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관세가 부활하고 유로화와 파운드 가치가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유럽 시장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면 경기와 소비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의 경우 관세가 부활하면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 국내 생산은 물론 해외 생산 물량 모두 10~20%대 관세가 매겨지면 특히 경쟁상대로 꼽혔던 일본 업체 보다 불리해 진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은 영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가 영국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앞설 수는 있다.

영국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자동차 가격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이럴 경우 일부 차종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영국산 수입차에 끼칠 영향이 영국으로 수출되는 국산차 보다 덜 할 것으로 판단했다. 보급형 차종 중심인 국산차와 달리 영국산 수입차는 고급차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차종은 관세가 붙어 가격이 상승해도 시장에서 수요가 한정돼 있는 관계로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산차 업체와 영국산 수입차 업체 모두 브렉시트가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향후 끼칠 파장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일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영국 시장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브렉시트가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불황을 몰고 올 경우 소비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급선무 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산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태 파악과 향후 전망이 나오지 않아 입장을 내놓기 힘들지만, 2년 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할 여력은 있다”며 “그럼에도 관세가 부활돼 차량 가격이 오르면 내수 시장에서 다소간 위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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