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OTI 브리프<5>]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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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OTI 브리프<5>]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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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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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제언
 

[교통신문]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대선 공약에는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이 설정돼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7월 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개획”의 100대 국정과제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남북교류 활성화 과제가 포함됐다.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DMZ 환경·관광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그리고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를 통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접경지역을 남북이 공동으로 협의해 관리하는 ‘접경지역 공동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은, 남북간 화해협력과 교류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통일 담론이 사회 각 분야에서 논의되고 다양한 제안이 현실화되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모든 논의의 가장 기본 또는 근간은 서로간의 왕래 즉 교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 기고에서는 남북 접경지대를 공동의 협의를 통해 3대 벨트로 구축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교통의 측면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하다. 남북한처럼 분단 상태를 60여년 견뎌온 경우 소통 즉, 양쪽 진영의 사람과 물자그리고 정보의 이동을 위한 교통 및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과 상시적인 운영 보장이 다른 과제 이전에 선결돼야 할 평화체제의 조건이다. 이전 민주정부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경험을 비춰보면, 경제협력과 관광은 육로로 통하던 해로를 이용하건 공히 교통 접근성이 제공돼야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접경지역을 이용한 자원·산업·환경·관광 벨트 구축계획도 이용할 사람들을 위한 교통시설의 확충과 안정적 운영 확보가 우선적 과제이다. 더불어 가장 인간적인 통행방식인 걷기가 DMZ 환경·관광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국경(國境)은 말 그대로 국가의 경계이다. 경계는 산맥의 능선이나 강과 같은 지리적인 선(線)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국경은 선이 아니라 점(點)으로 다가온다. 타국으로의 여행은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배를 타고 가더라도 항구라는 점적인 공간을 통해 국가를 오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적인 의미의 국경에는 국가경비대 혹은 국경수비대와 같은 군인의 통제가 보편적이다. 반면 점으로서의 경계는 면세품 판매, 환전 및 환승과 같은 경제적 개념이 주를 이룬다. 적어도 한국인의 관념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대비된 개념이 지배적이다.

EU 출범 이후 국경의 의미가 느슨해진 EU 소속 국가들 간의 이동은 마치 이웃 마실 다녀오듯이 아무런 제약이 없으나, 아직도 많은 나라의 국경에서는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만 경계 넘기가 허용된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대부분 경계를 둘러싸고 생긴 문제들이다. 댜오위다오(釣魚臺群島), 카슈미르, 포클랜드 제도 등 역사적으로 국경 분쟁으로 점철되어 온 곳은 지구촌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많은 경우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갈등의 강도도 심각하다. 오랜 갈등이 누적된 곳이기는 하나 분쟁과는 차별성 있는 국경이 있으니, 인도-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와가(Wagah)이다. 이곳은 양쪽 진영의 오랜 대립 결과가 어떤 의미에서 관광 문화로 정착된 곳이다.

매일 이곳에서 진행되는 양 국가의 국기 하강식은 서로의 자존심 경쟁으로 인해 예술적으로 승화하여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를 보기 위해 해지기 전 수많은 관광객이 걸어서 국경 근처로 이동한다. 양측 국경수비대는 예전보다 공격성이 순화되기는 했으나 서로의 자존심을 한껏 세운 하강식 세레모니를 퍼포먼스하듯 펼친다. 적대적 국가 간의 경계가 지니는 팽팽한 긴장감은 유지한 상태이지만, 그 자체가 관광객을 흡인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국경이 가지는 상징성과 관광으로의 발전가능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국 접경 지역의 경우 국경을 인접한 도시들이 서로 자유로이 왕래하며 공존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세 국가의 경계에는 이과수강과 파라냐강이 흐르고 각 국가의 접경지역엔 푸에르토이과수(아르헨티나), 포스두이과수(브라질) 그리고 시우다드델에스테(파라과이)라는 세 도시가 서로 인접해 있다. 이 지역에는 버스를 이용한 대중교통체계가 잘 발달되어 서로의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시우다드델에스테는 파라과이 제2의 도시로 상업의 중심지이다. 소비세가 없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값싼 쇼핑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도시 전체가 시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수많은 상점과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운행하는 버스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국경 근처로 갈수록 붐비기 시작하여 정작 우정의 다리(브라질-파라과이 국경인 파라냐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건널 때쯤에는 만원버스를 방불케 한다.

 

국경의 도로는 트럭, 자동차, 시내버스 등 온갖 차량들도 붐비고 마치 명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처럼 차들이 늘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두 나라를 잇는 다리는 인도교를 겸하고 있어 유려한 다리의 아치를 감상하며 유유히 걸어서 넘을 수 있다. 상당수 방문자들이 걸어서 이 국경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국경은 다만 상징으로 존재한다. 우정의 다리 가운데 브라질과 파라과이 경계가 선명한 색으로 구분돼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들 도시가 한 경제권을 형성해 기능하고 있다.

DMZ는 분단의 상징인 장소이며 또한 동시에 남북 양측이 비록 적대적인 상태이기는 하나 공동으로 관리해온 지역이다. 비무장지대라는 공동 관리 공간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해 왔고, 오랜 기간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해 온전한 자연생태계가 복원돼 유지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환경·관광 벨트로 그 역할을 전환할 경우, 세계사적으로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곳을 제주 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평화의 길’로 구축해, 한반도의 모든 시민과 세계인들이 분단의 상징인 국경을 걸어서 넘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기를 희망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공간개발은 접근성 제고와 함께 추진돼야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 요소인 3대 벨트 구축에는 이를 뒷받침 하는 교통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3대 축이 공히 접경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DMZ로의 접근체계 구상이 우선 순위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지경학적으로 이미 우리는 서울로부터 신의주와 원산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경원선의 역사가 있다. 또한, 동해안에는 동해북부선을 연장해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는 구상을 이미, 이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부터 진척시켜온 바 있다. 이 접근 교통망을 고속철도급으로 구축해 한반도의 모든 지역에서 접경지역으로 이동이 시간의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분단의 극복은 하루아침에 문득 발생하지 않는다. 켜켜이 쌓인 전쟁의 상흔과 이념 갈등의 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합리적 사고와 따뜻한 동포애로 ‘DMZ 평화의 길’ 조성사업과 같은 협력 사업을 통해, 공동의 선을 추구할 때 비로소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DMZ에평화의 주춧돌을 놓고 남북 모든 지역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연결 교통망을 구축하고, 걸어서 분단의 상징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DMZ는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 냉전시대에 전쟁 억제라는 역할을 넘어서서, 이제는 세계인을 위한 평화의 공간으로 그 공적 역할을 변모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걷기 좋은 길과 같이 가장 인간적이며 평화로운 길을 접경지역에 구축해, 남북한 시민 모두가 손잡고 경계를 넘나들며 한반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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