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문 닫으면 불 켜는 푸드트럭’ 상생모델 해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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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문 닫으면 불 켜는 푸드트럭’ 상생모델 해법되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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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청년 창업 푸드트레일러 존’ 실험대 올라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던 푸드트럭 정책이 시장 활성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원시가 올해 초부터 시작한 ‘청년 창업 푸드트레일러 존’이 대안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상권과 경쟁을 최소화하고 영업시간 탄력 운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어 제도 취지에 맞는 상생 모델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선 수원의 사업 모델이 관심을 끄는 데는 탄력적 영업시간이 한몫하고 있다. 기존 시장 상인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푸드트럭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청년 창업가들은 올 1월부터 수원남문시장 내 차 없는 거리 120m와 지동교 양방향 160m에서 매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영업을 해 왔다. 영업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시장 상인들이 문을 닫는 시간대 영업을 하는 전략을 선택, 관광객과 지역주민 유입을 도모했다.

그동안 수원남문시장은 오후 5시를 넘으면 찾는 이의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해 오후 7∼8시가 되면 대부분의 시장 점포가 문을 닫는다. 관광객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구경하고 나서 야식거리를 찾아 재래시장을 찾지만, 불 꺼진 재래시장을 보고 발길을 돌리기가 일쑤였다.

메뉴도 차별화했다. 상인들이 팔지 않는 파스타, 스테이크, 수제버거 등으로 푸드트럭 판매품목을 달리하면서 사업 초기 매출감소를 우려해 반대했던 상인들의 마음을 열었다.

수원시의 푸드트레일러 존 사업은 재래시장과 청년 창업가 모두에게 ‘윈-윈’이 될 거라는 기대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전체 사업예산 2억9700만원 가운데 수원시와 경기도가 각각 1억3500만원씩 냈고, 상인회도 2700만원을 부담했다. 푸트드럭 청년창업가는 푸드트레일러를 무상으로 받고, 보증금 100만원에 월 20만원의 상인회 회비만 낸다.

영업 시작 8개월이 지난 현재의 성적표는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사업에 참여한 18개 푸드트럭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매출은 672만원으로 비교적 높았다.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 시장통에 생긴 푸드트럭을 찾아온 사람들이지만, 음식을 먹고 나서는 바로 옆에 있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면서 시장 물건까지 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푸드트럭에 대한 시장 상인들의 거부감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젊은 고객들이 시장을 찾아오면서 늦게까지 연장 운영하는 시장 내 점포도 생겨나고 있다.

젊은 층이 운영하는 푸드트럭이 생기면서 주로 50대 이상 고객이 찾던 재래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불어왔다. 평소 20∼30대 젊은 고객이 100명에도 못 미치던 재래시장에 하루 500명에서 최대 1000명까지 몰려왔다.

시도 재래시장 내 푸드트럭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최종진 시 규제개혁팀장은 “푸드트럭 전체의 매출액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앞으로 푸드트럭이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점차 푸드트럭 대수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매출 양극화가 문제로 떠올랐다. 상권을 활성화됐지만 수익 편차가 커 메뉴별 경쟁력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평균 매출에 미달하는 푸드트럭도 18곳 중 12곳(6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들은 지난 4월 시청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5곳이 ‘만족’(5곳), 11곳이 ‘보통’이라고 답했다. 불만족이라고 답한 2곳은 폐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시험대에 있는 사업 모델이지만 이동영업 규제에 제한돼 고정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다른 창업자들에 비해 수원의 사례는 안정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지역도 탄력 시간대나 요일제, 휴일 순환 영업 등 상권 마찰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상시 영업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도 방향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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