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창간기획] 정비업계 고용불안 대안 있나
상태바
[2018 창간기획] 정비업계 고용불안 대안 있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8.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절벽’ 빠진 판금·도장분야, ‘전문기술비자(E-7)' 외국인 원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자동차 정비업계의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고령화, 장기 불황의 조짐에 취업난이라는 사회·경제학적 변수가 모두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정비업계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일할 사람은 없고 "기술 하나 있으면 먹고 산다"는 식의 기술 지상주의가 사라진지도 오래다. 업계에선 자구책으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도 높은 체력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정비업종에서 젊은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떠돈다. 고용안정과 복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다. 대안으로 외국인 고용 확대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관 부처의 소극적 대응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답보 상태에 있다. 고용난에 빠진 정비업계 내에서 유독 ‘고용절벽’에 가까운 판금·도장분야에서 외국인 고용확대를 외치는 목소리를 들어봤다.

“일할 사람 없다…전문인력 양성 구조적 한계 봉착”

현재 정비업계는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대표적인 업종에 속한다. 항상 자동차산업의 하위 작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다 3D 업종이라는 사회적 편견, 작업환경의 열악함이 전문기술업종임에도 자동차관리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

특히 고숙련 기술이 요구되는 판금·도장분야의 인력난은 더욱 어렵다. 이로 인한 폐해도 발생하고 있다. 내국인 기술직 수급 단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종사자 고령화(평균 40대 이상) 및 일당제 전환이 만연한 상황이 됐다. 판금·도장 숙련 기술자가 고임금을 요구하며 일감을 찾아 돌아다니는 일당제를 선택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비정상적인 노동시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내 전문인력 양성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기능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전문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업계에선 서울검사정비조합을 중심으로 특성화고 및 대학교, 기술교육원 등과 업무 협조를 통해 기술인력 확보에 나서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병무청과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정비관련 주특기병 군 전역자가 현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처방이 정비업계의 고용난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젊은 전문인력을 현장에 유인할 수 있는 임금, 복지 등 구조적 요인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인력 배출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인력이 배출된다 해도 고용하기가 여의치 않다. 바로 '군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정비기술의 특성상 수년 간 학습을 거쳐도 어려운데, 기술을 익힐만하면 당장 군에 보내야 할 나이가 되기 때문에 고임금이나 복지를 보장해 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기술인력 요구’ 해법은 없나…‘별도비자’ 대안

외국인 기술인력 도입이 고용난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업계는 오랜 시간 하나의 해법을 제시해 왔다. 가장 심각한 고용문제를 겪고 있는 판금·도장분야에서 외국인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전문기술 비자(E-7)'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판금·도장분야에서는 단순직(E-9) 외국인은 고용 가능하지만 대체인력으로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기술이 필요한 곳에 단순노무만 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돼 있는 셈이다. 안전 문제와 동시에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외국인력이 사업자의 경영부담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런 주장은 서울검사정비조합에서 가장 강하게 나온다. 황인환 서울검사정비조합 이사장은 "현재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판금도장분야에서는 외국인 단순직은 전문기술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활용도가 없고, 최저임금 인상, 숙식 제공, 추가 보험료 등을 지출해야 해 내국인 숙련공보다 높은 인건비가 나가는 비정상적 상황이 되고 있어 전문기술 외국인 고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행 고용허가제 아래 외국인 인력정책은 정비업계 내에선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도 제시했다. 전문기술이 필요한 자동차 판금·도장분야를 '외국인 특정활동(E-7)' 도입직종으로 선정하고 한시적으로 시범운영을 해보자는 것이다. 3년간 전국 총 200여명의 E-7 비자의 외국 기능인력을 판금(100명)과 도장(100명) 분야만이라도 고용토록 해 숨통을 트여 달라는 주장이다.

서울검사정비조합은 병행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외국인 대체인력 고용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E-9 단순직이라 하더라도 자동차정비업 등 취업을 희망하는 업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기술인력이 자국에서의 경력을 활용하거나 관심 있는 업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 업계의 고용안정화와 생산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외국인력 유입을 두고 벌어지는 반대논리, 즉 외국인 고용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내국인 고용을 ‘역차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에 대해세도 정비업계는 예외 업종으로 분류된다. 현장 수요를 만족시킬 인력 자체가 양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비업계의 외국인력 유입을 반대할 논리는 현재로선 없다”며 “내국인 고용 촉진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에 정부가 획기적인 대안을 내놔야 하지만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고 단기간에 고용환경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반대논리가 모두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할 내국인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소관부처 한 목소리면 고용난 해소 가능성 상승

업계는 달라진 일본의 고용정책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적인 외국인력 정책 일변도에서 고령화와 장기 불황으로 심각한 생산노동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이 "일본어를 못해도 좋으니 일하러 와 달라"는 개방정책으로 전환한 것을 벤치마킹 모델로 보는 모습이다.

일본은 고용난에 따른 생산성 하락이 감지되자 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대체인력 제도를 개편, 전문인력 유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기능실습생 제도를 도입, 전문교육을 이수한 외국인을 기술평가를 통해 검증하고 현장에 취업토록 하면서 체류를 연장해 주고, 자국의 기술전공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업종 확대 방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정비업계에서는 우리 정부도 전향적 의식 전환을 통해 고용난을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외국인 고용정책을 담당하는 소관부처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 ‘별도 비자(E-7)'가 필요하다고 봤다. 2011년 ‘외국인 고용허용 필요성’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자동차정비 및 판금·수리업에는 기능인력이 필요하므로 비전문외국인련(E-9)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순기능인력을 도입하는 고용허가제를 통한 인력고용은 한계가 있어 ‘별도 비자를 발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통계청도 과거 전국검사정비연합회의 ‘교통사고 및 폐차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자동차를 재생하기 위한 활동이나 용도변경을 위한 구조변경작업’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대한 질의회신에서 이를 ‘자동차 제조업’으로 판단한 바 있다.

반면 법무부는 아직까지 ‘정비업을 제조과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정비업계는 자동차 재생작업인 판금·도장분야는 엄연히 표준산업분류상 ‘자동차 차체 및 트레일러 제조업’에 속하고, 해당 분야에 산업용 전기도 공급받고 있는 만큼 제조업에 맞춘 별도 비자를 통한 외국인 전문기술인력 도입이 가능토록 소관부처의 협의에 따른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