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제 ‘구매’ 안하고 ‘구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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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제 ‘구매’ 안하고 ‘구독’한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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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구독형 서비스에 업계 주목
▲ 현대자동차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자동차가 필요하지만, 굳이 비싼 값을 내고 사야할 이유는 없다.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원하는 모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타던 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모델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 모든 서비스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빠르고 편하게 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이미 서비스가 시작된 신개념 자동차 서비스가 최근 국내에 잇달아 도입돼 주목을 끈다. ‘차량 구독형 서비스’를 말하는데, 잡지나 신문에서나 쓰던 ‘구독’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서비스를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유형 판촉’으로 여기며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2월과 이달에 각각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현대 셀렉션’을 출시했다. 제네시스는 부가세 포함 월 149만원, 현대는 72만원을 내면 원하는 차를 골라 내차로 쓸 수 있다. 제네시스는 G70·G80·G80스포츠 3개 모델 중에서 매월 최대 2회씩 바꿔 탈 수 있다. 3개 모델 외에도 매월 48시간(2일) 동안 플래그십 ‘G90’까지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시승혜택도 함께 제공된다. 현대는 쏘나타·투싼·벨로스터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대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팰리세이드와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코나 일렉트릭 중 매월 1회에 한해 48시간 무료이용권이 추가 제공돼 상황과 용도에 맞게 다양한 차종을 이용할 수 있다.

국산차에 앞서 미니(MINI)는 커넥티드 카 플랫폼 서비스 기업 ‘에피카’와 손잡고 12월 ‘올 더 타임 미니’를 공식 출시했다. ‘레귤러’와 ‘트라이얼’ 두 가지 종류 1년 단위 멤버십 가운데 하나를 구입하고 매월 구독료를 내면 1년 중 최대 6개월 동안 원하는 달에 원하는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다.

현대와 제네시스의 경우 서비스는 당분간 시범적인 성격으로 운영된다. 현대는 앞으로 10개월 동안 서울 지역에서 서비스가 이뤄진다. 그래서 이용 고객 수나 대상 차종 등에 제한이 있다. 고객 추세 등을 엿봐 추후 확대 범위가 결정될 계획이다.

차량 구독형 서비스는 차량을 예약하고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와 달리 소비자가 매월 정해진 요금을 내고 자유롭게 차량을 선택해서 탈 수 있는 새로운 차량 이용 서비스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선을 보이게 됐다.

장기 렌트나 리스로 차를 이용할 때보다 가격이 비싼 면이 걸림돌이지만,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본 정비료가 월 구독료에 포함돼 이용 기간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특히 월 단위 계약이라 별도 수수료 없이 한 달만 지나면 언제든 중도 해지가 가능해 가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장기 렌트나 리스 상품과 달리 운행거리(마일리지) 제한도 없다. 업계는 비교적 장기간 동안 한 가지 모델만 이용해야 하는 장기 렌트와 리스 상품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차량은 모두 브랜드별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된다.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장착한 차량이 제공돼 다양한 신기능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브랜드마다 다채로운 혜택이 제공돼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차량 인도와 교체 시 고객이 원하는 시간·장소에 맞춰 배송 전문 매니저가 방문해 차량을 전달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차를 수령하고 반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계약·결제·차량교체·반납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돼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른 이용 신청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업계가 차량 구독형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공유경제가 미래 시장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지 않고 필요할 때 빌려 쓴다’는 공유경제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자 업계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IHS오토모티브’ 등에 따르면 차량 공유 시장 규모는 2025년 2000억 달러에서 2050년 4조 달러로 2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업체들이 카셰어링 서비스 기업과 직간접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 구독형 서비스는 ‘블루 오션’으로 여겨진다. 이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여타 공유 서비스와 달리 시장 형성 초기 단계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선도 기업으로 나설 수 있다. 비교적 고객이 장기간 같은 브랜드 차량을 이용하게 유도할 수 있는 점도 공유 서비스와 차별화된 강점이다. 같은 브랜드 차량을 오래 타면 그만큼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생각이다. 물론 기존 차량 판매 방식에도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업계 내부적으로 서비스 확대 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으면서 차를 구입할 때와 달리 초기비용 부담 없이 다양한 차를 이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선 이미지 제고 등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차량 소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 구독형 서비스가 공유경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기존 자동차 유통 질서를 확 바꿀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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