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 정비시장서 보이는 ‘갑의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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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車 정비시장서 보이는 ‘갑의 몽니’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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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손해보험사들 간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지난달 중기부가 손보사를 상대로 ‘차 수리비 갑질’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자 손보사들이 이를 거부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자존심에 상처가 난 중기부가 상생법 조사 거부를 이유로 과태료 부과에 나설 경우 손보사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어 업계선 긴장감이 팽배하다.

갈등의 핵심은 손보사와 정비업체의 거래 관계가 ‘위탁관계’인가에 대한 법적 해석의 차이에 있다. 중기부는 ‘손보사와 정비업체 사이 사전에 수리비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수위탁 관계가 인정된다’는 입장인 반면, 손보사들은 ‘정비업체에 수리비를 직접 주는 것은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수위탁 거래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전국 정비업체의 3분의 2는 손보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중복 규제’라는 반발도 있다. 통상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검사나 관리를 받는데 이례적으로 중기부까지 가세한데 대한 억울함의 표현으로 “무슨 권한으로 현장조사에 나서나”라는 감정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중기부에 권한이 없지는 않다. 근거 법률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해당법 40조에는 수위탁 거래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중기부는 대기업에 자료를 요구하고 공무원은 사무소에 출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손보사와 정비업체가 수위탁 거래 관계인만큼 법위반 여부를 조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말 ‘수위탁거래 공정화 하위 지침’을 새로 만들어 “정비업체가 차량 수리를 한 다음 보험사로부터 직접 수리비를 지급 받는 경우, 보험사가 차량 수리 범위를 정할 경우 사실상 위탁에 해당한다”고 예시하기도 했다.

갈등은 법리 싸움을 넘어 양 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사실 문제의 발단은 손보사와 정비업체의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됐다. 과거 손보사가 정비업체에 수리비를 덜 주거나 늦게 주는 관행에 대한 정비업체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중기부가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쉽게 결론 날 문제가 아니다. 어느 쪽도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도 과거와 그렇듯 갈등의 핵심에 무엇을 위한 ‘힘겨루기인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 손보사들이 보이는 ‘조사 거부’는 주장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 감정에 불과하다. 떳떳하면 문을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싸우지 못한다면 그 속내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갈등의 결말은 어느 한쪽의 ‘백기 투항’이 아니라 ‘생산적 소모전’이 돼야 한다. 지금은 ‘몽니’를 부릴게 아니라 합리적 정비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서로를 직시할 때이다. 지금의 정비 시장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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