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철도의 속도 미학
상태바
[칼럼]철도의 속도 미학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상 교수의 ‘열린 철도’

[교통신문]철도는 빠름과 느림이 함께 공존하는 교통수단이다. 우리는 고속철도를 통해 점차 빠르게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스피드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숫자로 보더라도 각국의 고속철도 분담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속철도이용자가 2010년에 4130만3000명(1일 11만3000명)에서 2018년에 8437만9000명(23만117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여 1일 이용객이 23만명을 넘고 있다. 고속철도 이용분담률은 인·km기준으로 전체 철도의 67%를 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동 아시아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이 지역은 높은 경제성장과 많은 인구가 분포돼 효용성 높은 교통수단인 고속철도의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13년 일본의 여객교통 분담률(인·km기준)을 보면 2010년부터 개인교통수단인 승용차를 제외하고 분담률을 발표하고 있는데 철도가 72%, 항공이 15%, 버스가 12%, 택시가 1%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3월에 홋카이도 신칸센(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 홋토)이 개업하여 일본 신칸센 노선망은 연장거리 2,764.5km가 됐다. 신칸센의 분담률은 인·km기준으로 30%에 달한다.

주요 도시 간 고속철도 이용이 보편화된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개인교통을 포함해 계산하는 프랑스는 2013년 여객교통 분담률(인·km기준)에서 철도가 11%, 영국 9%, 독일 8%를 차지한다. TGV의 국가 프랑스는 주요거점과 지역에도 기존선을 활용한 고속철도 서비스로 전국에 고속철도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프랑스의 장거리구간 수송현황을 보면 항공이 11.3%, 철도가 48.9%, 도로가 39.8%를 차지하고 있는데 고속철도는 장거리수송에서 42.8%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고속철도의 활용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고속철도는 3가지 전략이 있다. 1만엔, 4시간, 30일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운행구간인 도쿄〜오사카에서 운임은 편도 1만엔 이하, 전국을 4시간 이내 운행 가능할 것, 30일 이전에도 예약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오사카의 경우 항공의 할인운임일 경우 1만엔 이하로 신칸센의 보통운임이 1만3850엔, 할인하더라도 1만1230엔으로 철도가 비싸다. 시간의 경우도 항공의 대기시간 등을 비교하면 약 3시간으로 비슷하다. 따라서 철도가 운임 경쟁력을 더 가지려면 1만엔 이하로 운임이 싸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4시간의 법칙은 전국어디서나 철도로 4시간 이내로 도달할 수 있을 경우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목적지까지의 도달시간이라 환승을 하더라도 시간적 경쟁력을 가지면 철도가 타 교통수단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리가 1000km 전후의 도쿄〜후쿠오카, 오사카〜가고시마간은 압도적으로 항공수요가 크지만 800km 정도의 신칸센 4시간이 걸리는 도쿄〜히로시마, 나고야〜후쿠오카 구간에서는 양 교통수단의 수요가 거의 비슷하다. 이 거리보다 짧을 경우에는 철도수송의 수요가 훨씬 커서 신칸센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연계교통을 이용하더라도 4시간 이내이면 철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각국은 고속철도를 적극적으로 건설하여 이를 중심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최근 홋카이도신칸센 등이 개통되고, 호쿠리쿠 신칸센이 개통되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더디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만끽할 수 있다. 도야마와 가나자와까지 호쿠리쿠 신칸센이 빨리 가서 그곳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도야마로 신칸센으로 이동하여 지방철도인 도야마 지방철도와 연계하여 3000m가 넘는 북 알프스산맥의 자연과 지역 철도역과 느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5년 고속철도의 분담율(인·km)이 2005년에 46.8%에서 현재 67%에 이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빠르게 이동하여 지방에 위치한 역들이 활성화되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지방 철도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 여수와 황간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서울에서 여수까지 3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어 한려수도관광이 당일로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여수는 작년에 제주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

아울러 지방철도역도 고속철도와 연계되면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부선 황간역이다. 황간은 대전이나 김천구미역까지 고속철도를 이용하고 여기에서 무궁화호로 연계하여 이동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방 이후 황간은 교통의 요지로 발전하였지만 별다른 산업이 없어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역이 위치한 황간면의 인구는 1972년 1만694명에서 1996년에 6513명으로 2006년에서 5052명, 2017년 인구는 4646명으로 줄었다.(인구밀도 53명/㎢, 임야 78%) 1996년 황간역 자료를 보면 철도이용객은 월 2800명(93명/일)으로 이용객이 계속 줄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속도로 개통과 대체 교통수단의 발달, 지역 인구의 감소 등 여건의 변화에 따라 2013년도에 이르러 폐지 대상으로 검토되면서 존폐 위기를 맞이하였다.

당시 황간역의 강병규 역장과 황간 중학교 35회 동기 모임인 ‘황간마실’의 정태경 회장 등이 주축이 되어 고향역 지키기에 뜻을 모으고, ‘지역주민과 함께 가꾸는 아름다운 문화영토’라는 슬로건 아래 황간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되었다. 이 사업을

‘문화 플랫폼 황간역’이라고 명명했다. 황간역은 2013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59회의 공연을 했고, 맞이방 갤러리에서 48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공연은 노래와 연주, 시낭송 등이 어우러지는 음악회를 위주로 때로는 연극, 동화구연 등 이색 무대를 연출하기도 한다.

황간역 음악회는 연인원 1000명이 넘는 출연자가 순수 재능기부로 유치원 어린이에서부터 학생, 주부, 이장 할아버지 등 마을 주민과 타지에서 온 연주단, 때로는 전문 음악인도 함께 출연하여 소박하고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음악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달 열리는 전시회는 이미 금년 말까지 월별 전시 예약이 다 되어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곳도 주민들이 자치활동 프로그램으로 만든 생활 공예품이나 그림, 서예작품은 물론 전국 각지의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의 작품전이나 철도문화전 등으로 연중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황간역은 작은 시골역이지만 지역과 사람, 문화가 서로 만나 교류하는 문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의 문화 플랫폼이자 여행관문으로써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테마역이 되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이러한 빠름과 느림이 공존하는 철도를 체험해 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되리라 생각된다.

<객원논설위원·우송대학교 철도경영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