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뚝 떨어진 일본차 판매, 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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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뚝 떨어진 일본차 판매, 향후 전망은?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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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98대 … 전년比 57.0% 감소
한일 갈등 따른 불매운동 영향 받아
상황 호전 더뎌 장기화 조짐도 있어
‘샤이 재팬’ 심리 등 감소 지속 변수
“업체, 인기 차종으로 버틸 것” 분석
독일산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 최근 1~2년 사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종을 앞세운 일본차가 한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일궈냈다. 올해 상반기 일본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차 한국법인은 공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각종 문화 마케팅을 펼치며 국내 소비자를 파고 들었다. 업계는 이번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상당 기간 일본차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국토요타 운영 복합공간 커넥트 투 모습으로,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다.
독일산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 최근 1~2년 사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종을 앞세운 일본차가 한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일궈냈다. 올해 상반기 일본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차 한국법인은 공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각종 문화 마케팅을 펼치며 국내 소비자를 파고 들었다. 업계는 이번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상당 기간 일본차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국토요타 운영 복합공간 커넥트 투 모습으로,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 6일 찾은 서울 강남 소재 한 일본 브랜드 자동차(이하 일본차) 전시장.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곳인데도 1시간 남짓 동안 찾는 사람이 없었다. 전시장 딜러는 “몇몇 일부 차종을 보려고 제법 많은 사람이 찾았는데, 7월 말 이후로 찾는 발길이 줄었다. 이러다 유지비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같은 날 찾은 인근 또 다른 일본차 전시장. 이번엔 어렵사리 전시장을 찾은 한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김모(35·여)씨는 “평소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관심이 있었다. 일본차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호기심에 찾았다. 한일 관계가 해결되면 모를까, 당장 구입은 망설여진다”고 했다.

일본차 판매가 급감했다. 한일 양국 갈등이 시작된 7월과 본격화된 8월 두 달 동안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토요타·혼다·닛산·인피니티 5개 일본차 8월 판매량은 1398대로 전년 동월(3247대) 대비 57.0% 줄었다. 판매 감소가 시작된 7월(2674대) 보다도 47.2% 떨어졌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는 이전 계약된 대기물량이 빠지면서 감소세가 크지 않았지만, 8월 들어선 판매가 크게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가 늘어난 렉서스(603대)를 제외하고 토요타(542대), 혼다(138대), 닛산(58대), 인피니티(57대) 모두 전년 동월과 전월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급감했다. 8월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일본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로 전년 동월(16.9%) 대비 9.2%포인트 떨어졌다. 수입도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7월에 수입된 일본차는 3393대로 전년 동월(5445대) 보다 2000대 이상 감소했다.

일본차 판매 감소는 한일 갈등에 따른 민간 차원 불매운동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7월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차는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차종을 앞세워 큰 증가세를 보였다. 상반기 판매만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2만3482대였다. 그러던 것이 불매운동 여파로 두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까지 일본차 누적 판매량은 2만7554대로 전년 동기(2만7761대) 대비 0.8% 줄었다. 7월까지 수입 물량은 3만2846대로 전년 동기(2만9571대) 대비 11.1% 늘었지만, 상황에 따라 줄어들 공산도 크다.

불매운동 여파는 판매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8월 들어 테러로 의심되는 일본차 파손 사건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주로 차체 파손이나 타이어 펑크 사례가 많은데, 일본차를 상대로 의도성 짙은 주유 거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일본차 소유자들이 ‘원인불명 테러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향후 분위기도 좋지 않다. 최근에는 1일 시행된 여덟 자리 번호판 제도가 일본차 불매운동과 맞물려 이슈화됐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덟 자리 번호판을 단 차량은 불매운동이 일어난 이후 구입한 차’라는 반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덟 자리 번호판 일본차를 ‘매국노 차’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이도 많다. “신호위반이나 주차위반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자”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경우도 나왔다.

김수진(38·여)씨는 “이스라엘에서는 독일차가 판매 10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돈이 없어 독일차를 사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어쩔 수없이 일본제품을 써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한 소비재는 일본 것 쓰지 않아야 한다. 대체할 차종도 많은 데, 굳이 일본차를 구입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업계는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일본차 판매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련해 일본차 업체 한 관계자는 “시장이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판매 하락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이 강경노선을 걷고 있고, 한국 정부 또한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갈등이 해결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반기를 맞이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업체 판촉이 강화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9월부터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업계 판단이 지배적이다.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가 계약 건수가 더 떨어지면 결국 일본차 전시장 폐쇄나 인력조정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경영악화를 대비해 일선 딜러에 대한 지원책이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 3년 전 디젤 배출가스 조작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독일차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판단이 이런 이유로 나온다.

“이번을 계기로 일본차가 한국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해외언론을 타고 한국법인 철수설도 제기됐다. 지난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닛산이 한일 관계 악화로 판매가 급감한 한국 시장에서 판매와 마케팅 활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 보도는 극히 추측성에 가까운 내용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해 한국닛산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황이 장기화되면 사실여부를 떠나 일본차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고개를 들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일본차가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도 만만치 않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부 수입차 선호 소비자를 중심으로 소위 ‘샤이 재팬’ 소비심리가 작용할 것이란 게 이들 주장. 일부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는데, 실제 렉서스는 일본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실적을 쌓고 있다. 신차인 ES300h의 경우 물량이 풀린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최상위 트림을 중심으로 출고대기 기간이 한 달 이상까지 늘었다. 여기에 한국시장이 크지는 않아도 일본 업체에겐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인 만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 동안 보여줬던 만큼은 아니라도 일부 소위 일본차 마니아를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가 이뤄질 것이 예상된다. 업체도 일부 브랜드 일부 차종을 중심으로 재편한 후 한일 관계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공산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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