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인터뷰] “택시 보호격벽 설치 이후 심리적 안정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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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인터뷰] “택시 보호격벽 설치 이후 심리적 안정감 얻어”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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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격벽업체, ‘오늘종합상사’ 김영문 대표-오흥근 택시기사 인터뷰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매일 20명에서 많게는 30명이 넘는 손님을 태우는 택시는 여객운송업 가운데서도 기본적인 운행 업무와 함께 대인 서비스에 대한 업무 강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힌다. 정해진 노선에 따라 승객이 알아서 타고 내리는 버스와 달리 상대적으로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기사와 승객이 일대일 또는 일대 다수로 만나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택시의 영업 특성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택시기사는 매번 새로운 손님을 맞아 상냥함과 친절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친절함보다 경계심과 긴장감을 가지고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손님이 탑승한 경우다. 이런 상황은 취객이 많아지는 심야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아진다.

최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건수는 1만454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매일 8건 이상의 운행 중 운전자 폭행이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운전기사 폭행사건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시내버스의 경우 2009년부터 보호벽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택시는 여전히 이 같은 기사 폭행 위험에 무방비다. 버스는 그나마 기사 폭행이 발생하면 같이 타고 있는 승객들이 말릴 가능성이 있지만, 택시는 승객을 태우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기사와 승객 단 둘이만 있는 ‘달리는 밀실’이 된다. 기사가 승객에 폭행을 당해도 기사 혼자서 대응할 수 밖에 없어 버스보다 위험하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서 만난 택시격벽 업체 ‘오늘종합상사’ 김영문 대표(68)는 지난 25년간 오로지 격벽 제작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는 “처음 격벽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수십번 넘게 제품 디자인을 변경해 왔다”고 말했다. 격벽을 설치한 택시기사들로부터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듣고 물어가며 끊임없이 수정·보완 작업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번 제품으로 디자인 특허를 얻었고, 현재 발명 특허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늘종합상사는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택시 보호격벽 설치 시범사업에서 총 64대(개인14대·법인50대)를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에 따르면, 설치 비용의 50%를 지원해주는 이번 사업에 6-7개 격벽 업체가 참여해 총 94대(총 135대 신청)가 설치됐다. 설치 완료 대수 기준으로 보면, 오늘종합상사 제품 하나가 전체 약 2/3가량 설치된 셈이다.

택시 격벽은 취객 등 예상치 못한 승객 폭행으로부터 택시운수종사를 보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으로 여겨지지만 격벽 설치 사업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격벽 설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문제를 제외하면, 실내 공간이 협소해지는 문제와 요금 결제 등 승객과의 소통이 불편해지는 (위화감 조성) 문제 등이 꼽힌다.

이날 김영문 대표와 같이 만난, 오늘종합상사 격벽을 설치한 오흥근 개인택시기사(78)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전부 “그럴 것이다는 기우일뿐 실제 설치해보니 전혀 그런 문제가 없다”며 최근 설치한 격벽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십 여년 전 승객으로부터 폭행 위험을 받은 경험이 있는 그는 평소 야간 운행을 많이 하는데 격벽 설치 이후 심리적 안정감을 많이 얻게 됐다고 말했다. 또 승객들로부터도 “(격벽) 설치를 잘 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영문 대표와 오흥근 기사는 한 목소리로 정부와 지자체가 영세하고 고령자가 많은 택시에 보호 격벽을 설치하는 사업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야간 운행을 하는 ‘9조’ 택시부터 격벽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어떻게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가끔씩 뉴스에서 택시 폭행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대책으로 택시 격벽 설치가 잠깐 관심을 얻고 금방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며 “다시 격벽 설치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점화돼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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