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 “침체일로 모터쇼 … 체질 개선만이 살길”
상태바
[2019 창간기획] “침체일로 모터쇼 … 체질 개선만이 살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관련 전시회 개최 매년 급증
‘얻을 것 없다’며 업계와 일반인 외면
‘실속 없는 행사 전락’ 비판도 쏟아져
차별화되고 파격적인 행사 변신 필요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올해 중반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 자동차 관련 전시회 현장. 중소 규모 행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찾는 사람이 너무 없어 보였다. 그나마 전시장 메인 구역에 위치한 업체 부스에는 관람객이 있었지만, 전시장 모서리 쪽 부스는 하루 종일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시회에 부스를 낸 A업체 관계자는 “행사 3일 동안 찾은 사람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파견 나온 직원들이 하릴없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부스 마련에 들어간 수 백 만원 비용까지 고려하면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행사 참석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모터쇼를 포함한 자동차 관련 전시회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단순 보여주기 행사로는 더 이상 참가자와 관람객을 유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몇 해 전부터 다채로운 행사와 이벤트를 마련하고 현안 논의와 여론형성은 물론 업계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변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 대안으론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전시회는 늘었지만, 내실은 빈약해져

국내 자동차 관련 전시회는 최근 5~6년 사이 큰 폭으로 횟수가 늘었다. 모터쇼 수준 종합 전시회도 전국적으로 늘었고, 세분화된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아졌다. 전시회를 여는 주체도 관련 협회나 정부부처, 지자체뿐만 아니라 여력 있는 개별 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차나 튜닝 등 시장 트렌드가 반영된 특화 전시회도 열린다. 업계는 연간 기준 20~30건의 자동차 관련 전시회가 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연관 주제를 다루는 전시회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전시회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것이 ‘볼 것 없다’는 점. 매번 같은 콘셉트와 유사한 제품이 전시되면서 전시회를 찾는 일반인들이 식상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볼거리를 고안한 전시회도 있지만, 도리어 ‘상품과 기술 전시를 통해 시장에 산업계 추세를 알린다’는 전시회 본연 기능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부분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전시품을 보는 데 그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 성향이 적극적이면서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런 이유로 나왔다.

‘수박겉핥기’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은 곧장 관람객 감소 현상으로 이어진다. 서울과 부산에서 격년으로 개최되는 종합 모터쇼(이하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를 제외하곤 상당수가 전시회 주최 측 기대에 못 미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관람객이 주는 전시회도 있고, 매년 기대 이하 수준에서 정체된 경우도 있다.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 조차 “매년 인원수 채우기에만 급급했지 실제 관람객 만족도를 끌어 올리는 등의 내실 다지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참가 대상 업체의 무관심도 해결이 필요한 과제다. 일반 관람객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전시회 참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부정적 판단이 팽배해지면서 주요 전시회에 불참하거나 외면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도 예외는 아니다. 두 모터쇼 모두 국내 최대 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굵직한 업체 불참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 불참이 늘고 있는데, 이들 브랜드 한국법인은 ‘지역행사라는 제약’(부산모터쇼) 또는 ‘글로벌 본사 정책’(서울모터쇼 등) 등을 이유로 거론하지만, 사실상 ‘큰 비용내고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적다’는 내부 판단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산차로는 쌍용차가 수회 째 부산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시장 배정을 두고 주최 측과 갈등한 것이 원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입차 브랜드와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체 참여가 줄어드는 것은 전시회 존립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그만큼 지원이 줄어들 수 있고, 수익 감소로 행사를 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개최됐던 한 상용차 관련 전시회가 올해는 참여업체 부족 등을 이유로 열리지 못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전시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는 참여업체가 줄어도 그나마 외부 지원을 제법 많이 이끌어 내 개최를 지속할 수 있다. 반면 여타 수많은 전시회는 비중 있는 후원이나 지원을 이끌어낼 만큼 업계에 매력적으로 비춰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 상실은 결국 행사 개최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데, 이런 이유로 몇 차례 개최되고 사라지는 전시회가 있다. 일부 전시회를 제외하고 이런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업체·관람객 유인할 매력적 변화 필요”

자동차 업계는 전시회 참여업체와 관람객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질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 냈다. 양쪽 모두(업체와 관객)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회가 되기 위해선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자동차 업체 한 관계자는 “종합 모터쇼에 참여하려면 부스 마련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만 적게는 수 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들어간다. 업체가 이만한 지출을 감내하면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이를 통해 자사 기술이나 제품을 널리 홍보하고 판로까지 개척하려는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전시회가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변화되지 않는다면 참여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업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말 개막된 서울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돈 만원 안팎이 주최 측에는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이 왜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 전시회를 찾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관람객 스스로 시장 트렌드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행사로 진화되도록 관계자 모두 노력해야한다”고 했다.

◆혁신적 전시회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돼

전시회 주최 측의 대안 모색 노력이 감지되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서울모터쇼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협회는 2010년 이후 서울모터쇼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곧바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참여업체와 협력해 단순 전시 수준에서 벗어나 관람객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이벤트를 늘렸고, 비판을 받던 레이싱모델 참여를 억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서울모터쇼의 경우 완성차, 자동차 부품·소재, 자동차 IT가 융합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기술, 수소융합기술,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등 확장된 자동차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행사로 꾸며졌다. 테마관을 세분화시켜 입체적이고 스토리 있는 전시장을 운영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시승행사를 비롯한 체험 코너와 IT융합기술시연 이벤트 등을 마련해 테마파크형 행사로 거듭났다. 커넥티드와 모빌리티를 인문학적 측면에서 보여줌으로써 자동차 산업 발전방향과 새로운 미래차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도 있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서울모터쇼는 어느 때보다 평가가 좋았다는 것이 협회 자체 판단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서울모터쇼를 체질 개선함으로써 CES 또는 MWC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모빌리티쇼로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엿봤다. 폐막 이후 즉시 차기 모터쇼 준비에 들어갔는데 향후 완성차 및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전장기업, 에너지 기업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기술과 신제품을 처음 알리는 장을 만들어 자동차 관련 업계 기술혁신을 주도해나가겠다”고 했다.

협회가 서울모터쇼에 앞서 올해 초 개최한 ‘전시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는 모터쇼 발전을 위해 신차 및 신기술 경연장, B2B와 B2C 조화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세미나에서 송성수 한국전시산업발전연구원장은 국내 전시회 문제점으로 국내 대형 전시회 성장 정체 지속과 전시 주최자 전문성 부족 등을 지적했다. 송 원장은 국내 전시회가 국제수준 전시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사경쟁 전시회 과다 개최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지방 전시회 난립 해소를 위해 종합 전시회로 통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아울러 B2C 전시회는 일반 대중이 전시회 성패를 좌우하므로 대중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유치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가자간 교류행사 강화, 질 좋은 교육프로그램 활성화, 전시회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 성공한 요인에 대해 신기술·신제품 발표는 물론 도시 전체를 활용해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즐길 거리 및 시민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울모터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CES처럼 예약 업체중심 B2B, 영업점 수준 B2C가 조화를 이뤄야 하며, 컨퍼런스·포럼 개최, 전시장 투어프로그램 도입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매년 최첨단 신차와 신기술을 보여줄 수 있도록 종합 전시회와 신기술 전시회를 번갈아가면서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참가 업체의 관람객 대상 특색 이벤트 개최와 다양한 기념품 제공도 제안했다.

업계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관련 전시회가 좀 더 차별화되고 파격적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일반 관람객에 깊숙이 파고 들 수 있는 독창적인 라이프스타일 행사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모터쇼 등이 침체에 빠진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관련 전시회는 변화 기로에 있는 글로벌 시장 추세를 반영해 우리만의 것을 만들려는 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B2B와 B2C가 혼재돼 모호한 모터쇼 개최 목적을 명확하게 재정립하는 것도 선결과제다. 주제에 맞는 전시 콘셉트 및 제품을 출품하도록 독려하고, B2B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의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인이 ‘이 전시회는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능동적 참여가 가능한 충실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만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