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인터뷰] "남성 기사들이 저 때문에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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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인터뷰] "남성 기사들이 저 때문에 울어요~"
  • 안승국 기자 sgahn@gyotongn.com
  • 승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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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차 마을버스 기사 이명희씨 인터뷰

[교통신문 안승국 기자]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운전에 재미를 느꼈다. 말이 없고 묵묵히 일하는 게 적성에 잘 맞는데 그런 일을 찾다 보니 이쪽 업계에 뛰어들게 됐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수현운수에서 구일역~대림역 노선 구로 10번을 몰고 있는 14년차 마을버스 기사 이명희(56) 씨는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자녀가 커가면서 들어가는 학자금에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취업 계기를 설명했다.

이씨는 쉬는 날을 제외하곤 매일 오전 3시 반에 일어나 5시까지 차고지로 출근해, 구로 10번을 타고 5시반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격주 근무로 한 주는 오후 12시반에 시작, 0시5분까지 운행해 집에 들어가면 2시가 넘어 잠에 든다.

이씨는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농사를 돕고 학교를 다니면서 힘든 일에 대한 단련이 된 것이 마을버스 업계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이씨는 “원래 성격이 한 가지 일을 하면 꾸준히 열심히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질 않는다”며 “버스 운행은 고된 일이지만 나 자신이 흥미를 갖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지금껏 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특성상 남성 기사가 많아 사소한 의견다툼도 없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잘 대처해서 지금은 오히려 남성 기사를 울릴 정도로 사내 베테랑이 다 됐다.

이씨는 “처음엔 체구가 작고 연약해 보이니까 어려워하지 않다가 같이 생활하면서 직접 겪어보고 그렇지 않은 걸 알고 어려워해, 이제는 꾸지람을 하면 남성 기사들이 울먹일 정도”라고 말했다.

자신이 단순히 여성 기사임을 떠나 마을버스 기사로서 운행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승객의 안전사고를 꼽았다. 버스 운전자는 한두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승객을 태워야 하는데 운전하면서 일일이 그들을 관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르신 중 손잡이를 잡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차량이 급정거·출발 시 그들은 넘어지기 마련이다”며 “차량 내 안전사고는 온전히 기사의 책임이 돼버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을버스 기사의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근무시간에 비해 휴게시간은 짧고 그럴만한 공간 또한 없다”며 “근로환경 등 처우가 시내버스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만 올라간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을버스 기사를 희망하는 여성 구직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다음 같은 답이 돌아왔다.

“정년이 없어 나이가 많아도 일을 할 수 있고, 여성들이 주로 있는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보수를 받는다”며 “마을 사람들이 ‘오늘도 수고한다, 감사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때 가장 뿌듯하다. 이 같은 감정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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