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화물복지재단 캠페인] 보행자 사고를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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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화물복지재단 캠페인] 보행자 사고를 줄이자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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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보행자 안전의식 증진이 가장 중요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의 56%가 고령자
고령화 사회 심화돼 피해 규모 커질듯
신체기능 저하·교통상황 자의적으로 해석
고령층에 특화된 ‘지속반복교육’이 정답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최근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독 보행자 사고 지표는 특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가 교통안전 정책에 큰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는 모두 1487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781명의 39.3%를 차지했다.

2014년 1910명이던 보행 중 사망자는 2015년 1795명. 2016년 1714명, 2017년 1675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으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비중은 꾸준히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9.7%의 약 2배 수준이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통계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5년간 (2014~2018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48.1%에서 2018년 56.6%로 꾸준히 상승했다.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기간 중 22.1% 줄었지만 고령자 보행 중 사망자는 같은 기간 991명에서 842명으로 8.4% 감소하는데 그쳤다.

통계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고령자 보행 중 사망자 가운데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이 원인이 된 사고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실제 2017년 무단횡단 사망자 가운데 고령자 사망자가 39명, 2018년에는 33명으로 조사돼 전체 무단횡단 사망자의 55%를 차지했다.

고령자는 왜 보행 중 교통사고를 많이 당할까? 그리고 무단횡단 사망 점유율이 왜 높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몇가지를 꼽고 있다. 고령자의 경우 운전 면허증이 없는 이가 많고, 어린 시절 자동차교통에 관한 경험이 적고, 이후에도 마땅한 교통안전 교육의 경험도 없어 교통안전에 관한 지식 정보가 태부족하다는 것이 우선 지적된다.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령자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차가 나에게 달려들었다’고 주장하거나, ‘괜찮을 것(무단횡단을 해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터무니 없는 자의적 상황판단이 최악의 위험으로 내몬 결과다.

다음으로는, 다차선 도로가 많은 우리나라의 도로(광로) 사정이 보행자 사고 발생 가능성, 특히 고령자 보행 중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도로 폭이 넓기 때문에 신체조건이 좋지 않은 고령자가 안심하고 도로를 횡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돼 예상하지 못한 위험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횡단보도의 신호등조차 자주 보행자 사고를 유발하는 동기가 된다고도 한다. 즉 보행자가 교통신호만 보고 자동차가 달려오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도로를 횡단하게 되는데, 이 때 신호를 지키지 않은 자동차가 있다면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자동차의 정지신호와 보행신호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 아닌, 자동차 정지신호를 먼저 보낸 다음 수초 이후 보행신호를 부여해 보행자의 안전한 횡단을 유도하자는 ‘선행보행신호 도입’ 등 신호방식을 개선해 보행사고를 줄이는 방법 등에 관한 연구가 최근 이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그동안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고자 해도 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펜스를 횡단보도 주변에 빠짐없이 설치함으로써 무단횡단을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온 바, 일정 수준 무단횡단 사고를 줄이는 역할을 해왔으나 함께 설치하는 신호등의 녹색 신호만 보고 도로로 뛰어드는 사고 발생의 문제점 등이 지적되면서, 최근 중앙분리대(Mid-block Fence) 설치가 더욱 효과적이라며 이의 설치 필요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행자 교통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데는, 관련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동차 운전자에 1차적으로 사고 책임을 묻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는 교통사고라는 재난에서 법적 판단에 앞서 ‘상대적 약자 우선’이라는 보편적 의식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보행자들에게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며 상황을 자기편의적으로 판단해 행동하게 하는 ‘심리적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보행자 의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보행자 교통사고 자체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은 보행자의 교통사고에서 가해자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히려 법규를 준수하며 운행 중인 운전자에게는 불의의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청주지법 항소2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운전자)씨에게 금고 5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예견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비슷한 시기 창원지법 형사2부는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행하다 무단횡단하던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이 무죄사유였다.

이같은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 오토바이 배달원은 건널목에 근접할 무렵 신호기가 청색으로 바뀌자 속도를 유지하며 건널목을 지나다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던 보행자 B(75·여)씨를 치었고, 이 사고로 B씨는 3일 뒤 숨졌다. A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는 등의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배심원들이 참여한 국민참여재판에서 A씨는 무죄의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인 B씨가 건널목의 보행신호가 주행신호로 바뀐지 6초 후 건널목에 진입해 사고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 무죄 판결의 핵심 이유였다.

이런 재판 결과는 더 이상 ‘보행자는 상대적 약자이므로 우선보호돼야 한다’는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문제는, 앞서 사례로 든 재판에서의 피해 보행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피해는 결국 교통법규가 아닌, 자신의 기준과 경험에 따른 교통행위에 의한 것이라 할 때 향후 우리나라에서 고연령 보행자의 교통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행 안전을 위해서는 보행자가 취해야 할 기본적인 수칙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설재훈 박사는 “보행자 교육은 절실한 과제다. 특히 고령층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없이는 이미 시작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층의 보행 교통사고는 결코 줄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행자 교육은 관련 교통법규를 근거로 도로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특히 고령층에 대한 교육은 신체기능 저하 등을 고려한 특화된 내용으로 지속반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교통안전을 위해 횡단시설 전반에 대한 연구를 보다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승국 박사(한국교통연구원)는 “보행자의 횡단이 빈번히 이뤄지는 지점에서의 신호 체계와 방식, 주변 안전시설 등에 관한 연구, 나아가 농어촌지역 등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의 무단횡단 사고 방지 대책을 포함한 보다 다양하고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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