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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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자동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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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가중, “체계적 고용 관리로 돌파구 찾아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생산라인 [자료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생산라인 [자료사진=현대자동차그룹]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1. 김포에서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고무제품을 생산하는 A사 대표 김동진(64)씨는 30여년 사업하면서 인력부족 문제를 고민해 보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김씨 공장은 최소 20여명 근로자가 있어야 100% 가동할 수 있다. 현재는 8명만이 일을 한다. 그중 4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사장은 물론 사장 부인까지 공장 일에 매달려야한다.

김씨는 “일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된 외국인 근로자는 인력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요새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외국인 근로자까지 기피한다. 내국인이 절실한데,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다. 백방으로 모집을 해봐도 그렇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새 웃돈을 얹어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해도 오는 사람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2. 인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B사. 부평에 있는 한국GM을 상대하는 협력사에 금속제품을 납품한다. 이 회사 사장 손중연(55)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지자체가 실시한 취업박람회를 통해 손씨 회사는 근로자 6명을 고용했다. 박람회 현장에서 면접을 봤을 때 모두가 일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손씨 또한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이들에게 적지 않은 급여와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처음 어느 정도 열심히 일하는 것 같던 근로자들은 불과 석 달 만에 태도가 돌변했다. 게 중 2명이 더 큰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3명은 일이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다며 자발적으로 사직했다. 남은 한 명도 현재 일을 그만 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단다.

손씨는 “면접 때 어려운 일이라도 시켜줘 고맙다고들 했다. 두 달 가까이 일을 숙련시키려고 무진 애를 썼고, 회사에 정을 붙일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낌새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직원 채용에 맞춰 생산 물량을 계획했고 납품업체와 계약까지 했는데, 납기일은커녕 생산조차 어렵게 돼 큰일”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자료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자료사진=현대자동차그룹]

◆중소기업 인력난 갈수록 심각해져

자동차 업계 일자리 양극화가 심각하다. 소위 잘나가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인력 사정이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으로는 사람이 몰리지만, 중소기업은 사람 찾는 발길이 드물다. 온갖 혜택을 준다 해도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업체가 상당한 수준이다.

적어도 일부 대기업과 부품업체 또는 ADAS 및 자율주행 등 신기술 개발 업체에게 인력난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업체는 제법 안정적인 고용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많은 중소기업이 마땅한 인력을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마나 일이 있어도 직원이 없어 이를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호소하는 업체 대표도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등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복지수준 격차가 커지고 주5일제 근무가 강화되면서 사람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견디다 못해 중국이나 동남아와 같은 해외로 생산기반과 본사를 옮기는 업체도 제법 나오고 있다. “이러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서울에서 자동차 IT 부품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하병헌(50)씨는 최근 잇달아 고급 연구 인력을 대기업에 빼앗겼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돈 더 많이 주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기업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매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하씨 업체 같이 작은 기업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다.

하씨는 “워낙 IT 업계가 빠른 주기로 제품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급 연구 인력이 충분히 고용돼 있어야 하지만, 대기업으로 몰리면서 사람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도 연구 인력이 부족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는데, 회사에 딱 필요한 사람들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니 계획한 연구개발 일정을 맞추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했다.

하씨 같은 업체 대표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체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현재 자동차 업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50%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도 대기업을 따라갈 수는 없다.

인천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도영(60)씨는 “현대차와 같은 곳은 막강한 노조가 있어서 임금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임금을 대기업 마냥 올리기가 힘들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선택할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실제 지자체나 대기업 등이 마련한 취업박람회 현장에서도 중소기업은 관심의 대상에서 멀다. 행사장을 찾는 구직자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유명 기업 부스를 찾는다. 앞서 김동진씨가 운영하는 김포의 업체도 수차례 취업박람회에 부스를 차렸지만, 찾는 발길이 뜸한 채 원하는 일손을 찾는 데는 실패했었다. 일손 부족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더욱 심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인 미만 소규모 업체 인력 부족률은 13.0%에 이른다.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업체 비율도 40%를 넘기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렉스턴 스포츠 생산라인 [자료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렉스턴 스포츠 생산라인 [자료사진=쌍용자동차]

◆외국인 의존 증가 … 부작용도 커져

이들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구조다. 현행법상 최대 4년10개월 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해 기업 입장에선 저임금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대신 안정적 고용이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인천 부품업체 사장 이도영씨는 “요샌 외국인 근로자 임금 수준이 많이 올라가 내국인 대비 최소 70% 정도는 줘야한다. 여기에 이래저래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다 보면 내국인 못지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것은 이들이 내국인 보다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인력난으로 사업기반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것보단 위험 부담이 덜해 기업들이 선호한다. 물론 이조차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내국인에 준하는 수준 급여를 원하는 이들도 늘었다. 울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권모(57)씨는 “언어와 문화장벽이 있는 외국인을 한국 사회 적응시키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은 내국인이 꺼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을 줘도 되기 때문이었다.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줘야한다면 외국인 또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대안일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눈치를 보는 업체도 증가 추세다. 이것저것 요구를 업체가 외면할 수 없게 되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업체를 고르거나 아니면 다니던 곳을 쉽게 옮기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몇 년 전부터는 미래차 기술 인력이 크게 부족해지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해당하는 어려움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자동차 IT 부품 개발업체 대표 하병헌씨는 “대기업으로 고급 인력이 유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연구개발에 나서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회사 존립 자체에 위협을 가한다. ADAS에 적용되는 첨단 센서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해 줄 인력을 지난 6월부터 찾고 있는데 쉽게 구해지질 않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굿잡 5060' 신중년 참가자 54%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행사 장면.
현대차그룹 '굿잡 5060' 신중년 참가자 54%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행사 장면.

◆전주기적 고용 관리 필요 … 은퇴자 활용도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이른바 ‘생애 전주기적’인 고용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고용 자원을 수준과 능력 등에 따라 크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 가능 자원으로 나눠 구분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일자리를 ‘매칭’ 시켜줘야 한다. 맡는 업무 또한 단순 작업에서부터 전문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세분화시켜 이에 맞는 자원을 찾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관리되는 인력이 취업에 성공했을 때는 이후 근로경험까지 추적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 핵심이다. 정확한 일자리 제공에 병행해 기업이 임금 부담 등의 요인으로 인력난을 겪지 않도록 자금 지원은 물론 세금 및 제도 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인력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생산직에 근무하다 은퇴한 고령 근로자를 적당한 임금 수준으로 중소기업 등에 소개해 이들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전문기술이 있거나, 오랜 기간 생산직으로 근무하며 노하우를 터득한 은퇴 고령인을 채용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은 물론 숙달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어 1석2조 효과가 있다”고 했다.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 사회공헌 사업 ‘굿잡 5060’이 주목받는다. 50~60대 재취업을 돕는 국내 대표 신중년 일자리 사업으로, 참가자 54%가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해 저임금 단기 일자리가 아닌 상용직 중심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참가자 평균 나이는 54.3세이고, 평균 24.4년 경력을 보유한 은퇴 인력이다. 재취업자들은 입사 후 수월하게 조직에 적응했다. 중도 퇴사자를 제외하고 고용유지율은 88%에 달했다. 이들은 경력을 활용한 재취업 연계를 통해 기존 경험을 적극 살릴 수 있는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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