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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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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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교수의 ‘교통人Sight’

[교통신문]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수도권 전철과 도시철도에 국한하여 요금을 100% 할인, 즉 무임승차혜택을 주고 있다. 이는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노인에게 복지차원에서 고궁, 능원, 박물관, 공원 등의 공공시설과 교통수단 이용 시 할인을 해준다. 교통수단 중에는 철도와 도시철도에 국한되어 있다. 일반철도(새마을호, 무궁화호, 통근열차)는 일부 할인을 하고 고속철도는 할인이 없다. 버스의 경우 경로우대 운임 할인이 없다.

지하철 경로우대는 최규하 정부 시절인 1980년 5월 국무회의에서 결정되었다. 70세 이상 노인 분에게 운임 50%를 할인해 주는 것이었다. 그 이후 전두환 정부시절 선심성 정책의 일환으로 노인복지법을 제·개정하여 1984년부터 현재와 같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100% 할인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해서 현재 전국 도시철도운영자와 수도권 전철 운영자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승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승차 비율은 약 11%에 달한다. 이를 운임으로 환산하면 년 간 5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도시철도가 일 년에 6000억원 정도의 만성적자임을 감안하면 도시철도 운영자 입장에서는 소홀히 다룰 사안이 아니다. 참고로, 광교·분당과 강남을 잇는 신분당선의 경우 경로우대 무임승차비율이 무려 18%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 제도 그 자체를 비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지속가능한지 아니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경로우대 무임승차는 원래의 취지대로 어르신들의 복지 차원에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관계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령별 인구구조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몇 %를 차지하는지 살펴보자. 이 제도가 시작되었던 1980년대 중반 65세 이상의 노인은 전체인구의 4.0%에 불과했다. 인구 25명 중 한 분이 65세 이상 노인 분이었다. 하지만 통계청 홈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4.5%이다.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이 65세가 되는 2025년경에는 약 20%를 초과할 것이다. 인구 5명 중 한 분이 65세 이상 노인인 셈이다. 결국 25명이 한분을 모시는 인구구조에서 5명이 한분을 모시는 형태로 바뀐다는 점이다.

둘째, 도시철도의 운영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로 경영적자가 발생한다고 항변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무임승차를 폐지한다면 과연 지금같이 계산한 운영수입이 확보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65세 이상 노인 분들의 통행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통행을 하시는 분은 아마 도시철도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버스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저의 개인적인 연구에 의하면 도시철도 운영자가 무임승차 폐지를 통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수입은 현재 노인무임승차 수요의 1/3 정도의 수준이었다. 결국 무임승차 폐지는 도시철도 운영자의 운영적자로 부터의 탈피가 아니라 도시철도 차량 내 혼잡을 조금 낮추는 정도일 것이다.

셋째, 버스는 제외하고 왜 도시철도만 경로우대 무임승차를 인정하는가. 서울시 예를 들어보자. 버스는 민간이 운영하는 구조이며 준공영제이기 때문에 운영적자를 전액 서울시가 보전을 해준다. 결국 버스 탑승자에게는 경로우대 무임승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재정지원을 최소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분당선과 같이 민간이 운영하는 철도는 무임승차를 허락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은 운영적자로 곧 파산할 지경이라고 한다.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야비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조만간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한다. 지금부터는 도시철도와 수도권 전철의 경로우대 무임승차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일단 경로우대 무임승차 제도를 지속한다는 전제하에서 3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안은 노인복지법에 65세 이상 노인 분들에게 무임승차를 해드리는 기본 취지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노인복지법에서도 언급하듯이 이 제도는 우리 사회를 이만큼 발전시킨 노인 분들에 대한 보답 및 복지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원래 노인복지법의 취지를 살려 65세 이상의 노인 분들 모두에게 무임승차를 계속해 나가자는 것이다. 결국 젊은 세대가 어떤 형태로든 노인 경로사상에 입각해서 부담을 지자는 것이다. 부담을 지는 방법은 도시철도이용자가 지는 방법, 즉 요금의 인상방안과 시민 전체가 부담하는 방안(현재 선택하고 있는 안), 또는 국고를 포함한 정부의 재정지원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대안은 도시철도 차량이 극도로 혼잡한 출근시간대에만 무임승차를 금지하는 방안이다. 물론 65세 이상의 노인 분들은 출퇴근시에는 통행을 자제하실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요즈음 65세 이상의 노인 분들 중 상당수가 경제활동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서울시 도시철도 5~8호선의 평일, 토요일, 일요일의 시간대별 수요의 집중률을 살펴보면 아침 6~8시, 오후 6~8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많이 혼잡하지 않다. 퇴근 시에는 수요가 분산되어 출근보다 훨씬 차내 혼잡도가 낮다. 그래서 평일 아침 출근시간 6~8시까지 2시간 동안만 65세 이상의 노인 분에게도 유료화하자는 것이다. 이 대안은 세대 간 차내 혼잡도 차원에서의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대안은 연령대별로 할인 폭을 달리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65~70세미만의 노인 분들에게는 50% 할인, 70세 이상의 노인 분들에게는 100% 할인을 하자는 대안이다. 또는 70세 이상 노인부터 무임승차를 인정하는 것이다. 서비스제공자와 서비스혜택자간의 운임측면에서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3가지 방안을 서로 묶을 수도 있다.

현재 모든 철도운영기관은 경로우대 무임승차와 운송원가에도 못 미치는 운임수준으로 만성운영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국가에서 무리한 철도운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로우대 무임승차 뒷면에 철도안전사고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에 발생하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운영적자가 나는 마당에 무슨 재주로 교통안전을 제대로 챙길 수 있겠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정부는 경로우대 무임승차와 요금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대한교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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