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버스캠페인] 전방주시 태만
상태바
[2020 버스캠페인] 전방주시 태만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심·그릇된 습관, 체력 저하가 사고원인

경력 운전자들 집중력 떨어질 수도
반복운행하는 구간에서 집중력 저하
평상심 잃지 않는 침착한 자세 필요

 

#사례1 : 지난 17일 눈이 내린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남원 사매2 터널 안에서 차량 30대가 잇따라 추돌해 5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자세한 사고 경위는 전문가들의 세밀한 분석이 끝난 뒤에야 밝혀지겠지만, 현재가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눈이 내려 미끄러운 도로(도로공사 측은 제설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힘)를 감속운행하지 않은 화물차가 터널 안에서 선행차량을 추돌한 것이 최초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다음으로 그런 상황에 뒤에서 오던 탱크로리 등이 미처 속도를 줄이는 등의 대처를 하지 못해 연쇄추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전방주시 태만, 안전운전 불이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만약 후방 추돌차량들이 더 높은 주의력으로 선행차량의 동향에 집중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사례2 : 지난 해 늦가을 퇴근시간인 오후 7시, 수원에서 의정부 방향의 국도를 달리던 한 통근버스가 앞서 달리던 소형 화물차 후미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는 소형 화물차가 자신의 앞쪽으로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던 자가용 승용차를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이 차의 뒤를 따르던 통근버스가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일으킨 사고였다. 사고로 소형 화물차는 후미가 파손되고 운전자도 가벼운 부상을 입은 반면 통근버스는 탑승객이 깜짝 놀라 차 안이 일시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사고 이후 통근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운전자가 조금 더 전방의 상황에 집중해 주의운전을 했다면 실제 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통근버스의 속도는 대략 시속 60Km 정도였으므로 초당 약 16m로 달리고 있었고, 통근버스와 소형 화물차의 차간거리는 대략 35m 정도였으며, 통근버스가 소형 화물차를 충격한 시간까지는 2.18초의 시간이 경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 만약 통근버스 운전자가 앞서 달리던 소형 화물차의 정지 사실, 즉 브레이크등을 발견하고 차를 급정지시켰다면 사고의 피해는 최악의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통근버스 운전자가 앞서 달리던 소형 화물차의 브레이크등을 보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2초 이내에 차를 완전히 멈춰 세울 수는 없겠지만 차량의 속도가 현저히 감소해 소형 화물차에 가해진 충격량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방 추돌 상황에 직면하면 운전자는 그저 브레이크만 밟지 않고 핸들을 조작하게 돼 있어 운전자가 전방 주시에 철저를 기했다고 했을 때 사고 2초 전 급정거하는 소형 화물차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조작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운전자 시야 확보 ‘절대적 전제조건’= 운전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조작함으로써 이뤄진다. 운전자의 자동차 조작은 운전자의 숙련된 운전능력을 기본으로 하되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운전자의 시선에 들어오는 정보에 의존한다. 출발하고 속도를 높이며 멈춰서고, 다시 출발하고 속도를 줄이며 차선을 옮기는 등 모든 운전행위는 운전자의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자동차를 조작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다.

이 때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서 확인하게 되는 시야가 흐려지거나 가려진다면 운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운전자의 시야를 정확히, 명확하게 확보토록 하는 것은 운전에 있어 가장 초보적이자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야간에 어두워진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가 밝은 대낮보다 더욱 전방 주시에 유의하는 것은 당연히 시야가 어두워져 사물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눈이나 비가 올 때, 안개나 황사가 심할 때도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전방 시야가 흐려진 상황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자가 전방의 상황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부산하게 다른 행위를 하면서 진행방향 전방의 주시를 태만히 한다면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운전 중 DMB시청을 금지하는 것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송수신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도 다 같은 이유로 운전자의 전방주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전방주시 의무 소홀 ‘교통안전’ 위협=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전방주시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어 교통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운전경력이 짧은 초보운전자 보다 경력운전자에게 더 많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교통현장을 지키는 경찰의 지적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운전기술이 다른 이들보다 우수하고 운전에 이력이 붙어 웬만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빗나간 자만심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사업용자동차 운전자 가운데도 그런 유형의 운전자가 적지 않다고 하는 사실이다. 실제 교통사고의 법규위반별 분포에서 법규상 위반행위가 아닌 전방주시 태만으로 간주될만한 사고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예를 들어, 중앙선 침범의 경우만 해도 운전자가 스스로 차체를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로 옮겨 갈만한 상황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중앙선 침범사고 역시 운전자가 방심하거나 잠깐의 졸음운전 등 전방주시에 소홀하거나 부주의 또는 방심으로 인해 중앙선을 침범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호위반이나 안전운전불이행 등도 결과적으로 운전자의 부주의, 즉 전방주시에 불성실했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분석이다.

▲연령 높은 운전자 ‘상당수’= 문제는 전방주시에 태만한 운전자의 상당수가 연령이 높은 운전자라는 점, 이 같은 유형의 사고 절반 이상이 해가 진 이후인 어두워진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 도로 위를 운행하고 있는 다른 자동차가 많지 않은 상황이 아니라 비교적 많은 다른 자동차들 사이에서 운행 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 등이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나른한 오후나 체력이 떨어지는 늦은 시간, 늦봄이나 한여름 등 계절적 요인도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전방주시에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사하는 바는, 바로 운전피로로 인한 집중력 부족, 시력 저하 등의 심각성이다. 이는 곧 고연령층 운전자일수록 전방주시 태만에 의한 사고 발생 비율이 높다는 점의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전방주시 태만에 의한 교통사고를 예방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는 동안은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집중력은 크게 정신력과 체력,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꼽고 있다. 아무리 운전기술이 탁월하고 경력이 우수해도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미흡하다면, 그리하여 운전 중 승객과 잡담을 한다거나 개인 소지품을 자주 만지작거리는 등 주의가 산만한 운전자라면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전방주시 태만과 이로 인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집중력이 높고 운전기술이 좋은 운전자라 해도 계속 근무시간이 길어져 체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라거나, 승무 전날 과음이나 시간 외 활동 등으로 체력 소모가 심할 때, 감기몸살 등의 건강 이상 시에는 체력이 비정상적이어서 집중력이 저하되기 쉽고 이 때문에 전방주시 의무에도 소홀하기 쉬워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안전운전’ 확고한 신념 필요= 마지막으로, 안전운전에 대한 마음가짐은 무엇보다 강조되는 덕목이다. 운전기술도 좋고 정신력과 체력이 우수한 운전자라 해도 스스로 자만하면 마음가짐이 느슨해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환경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같은 경우 자칫 운행과정에서의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흥분하기 쉽고 감정 조절이 용이하지 않아 뜻밖의 위험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운행속도의 증감이 두드러지는 등 또 다른 교통안전 불안요인이 나타나기 쉽다.

따라서 운전자는 결코 평상심을 잃어서는 안되며, 안전운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실천력으로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노선버스 운전자의 경우 운행 구간을 매일같이 반복 운행하기에 긴장감과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전방주시에 태만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