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교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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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교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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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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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신천지 교회의 대규모 감염사태 이후 감염경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지난 2월23일 정부는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바 있다. 4단계인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것은 26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9년 신종플루 사태이후 11년만이다.

교통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세계화는 자본뿐만 아니라 사람과 정보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여 거리와 시간의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시공간 압축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국가간 교역과 인적 교류가 활발해 짐으로써 예기치 못한 감염병의 확산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효과도 생길 수 있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면 중국인의 입국을 우선적으로 막아야 하지만, 이미 그런 결정을 내리기에 무척 어려운 환경이 되어 버렸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유럽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감염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보다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밀도의 도시형태와 자전거·이륜차나 대중교통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사람간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고 대중교통 위주로 통행이 이뤄지는데다 가족과 친척 간 인연을 중시하고 실질적인 만남을 선호한다. 대구 신천지 교회가 확진자를 증폭시켰듯이 사람 간 밀집 접촉이 감염병을 확산시킨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중심의 고밀도 복합 토지이용 행태와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로 인해 20세기에 겪었던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형태 때문에 재앙에는 무척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대중교통 중심의 보행친화적 도시형태와 교통체계는 높은 비율의 유동인구 탓에 시민들끼리 접촉하거나 호흡기를 통한 공기 중 감염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사회로 전파가 확산되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밀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로 인한 취약성도 문제가 된다. 대중교통은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운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지하철은 폐쇄된 공간에서 대기하고, 다른 수단으로 환승하며, 오랜 시간 동안 차량 내부에 체류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감염병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통근이나 통학을 할 때 승용차와 같은 대안 교통수단이 없는 계층에게 감염병에 대한 취약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 취약 계층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고령자와 같은 교통약자가 해당한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지침이 있어야 한다. 감염병은 주로 대중교통을 통하여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의 통로가 되는 대중교통체계를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때문에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국토교통부가 해야 할 대응절차와 조치사항을 규정한 매뉴얼이 있기는 하다. 이 매뉴얼은 전염병 발생지역의 운행 버스나 택시 운송업체 및 여객 터미널 등 위생활동을 강화하고 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상시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각 단계별로 대응조치를 체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계는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이 된다 해도 변형된 바이러스가 계속하여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부문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감염병은 숙주의 상태와 주위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질병 확산에 대한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수학적 모델에 기초한 시뮬레이션 도구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교통영향을 별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고위험성 전염병은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전파되기 때문에 IT기술과 교통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수단을 통한 감염병 확산 예측 시뮬레이션을 구축하게 된다면 질병의 확산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다.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감염병 확산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교통통제와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며,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적기에 대응 매뉴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에는 교통망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입법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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