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속도로 위에서 철도와 버스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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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속도로 위에서 철도와 버스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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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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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교수의 교통人Sight

[교통신문]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에서는 하루에 약 4000만 통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통행이란 개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하여 움직이는 행위이다. 예컨대, 출근이란 목적을 가지고 출발지인 집에서 버스와 철도를 타고 직장이란 목적지까지 간다면 이를 1회 목적통행, 2회 수단통행이라고 한다. 수도권에서의 하루 4000만 통행이란 수단통행을 말하는 것이다.  수도권 통행 중 약 6백만 통행이 서울과 경기도,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통행이다. 소위 광역교통수요이다.

이 광역교통수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출퇴근시간에 수요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승용차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승용차 수단 분담(100통행 중 승용차 수단이 움직이는 통행 수)이 자그마치 60%나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통행의 경우 승용차 수단분담이 3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셋째 경기도 지역에서 서울경계까지는 대체로 빨리 오지만 서울시내구간에서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 서울시 외곽에서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할 수 있다면 교통 혼잡 완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승용차 수요는 대부분 고속도로나 도시고속도로를 활용하기 때문에 (도시)고속도로 위에서 대중교통을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시설을 활용하여 승용차와 버스를 환승하게 한다면 가장 좋은 지점이 휴게소일 것 같다.

왜냐하면 휴게소에는 주차 시설이 있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광역교통버스나 M버스 등과 환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에 철도시설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만일 이렇게 고속도로 위에 환승센터를 구축하여 승용차, 광역버스, M버스, 철도가 상호 환승이 된다면 수도권 출퇴근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고 일상생활의 교통 불편이 상당히 해소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역발상을 해보자. 고속도로의 휴게소가 아니더라도 고속도로 밑 또는 옆을 지나가는 철도가 있다면 이 지점을 환승센터로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승용차가 주차를 하고 철도나 버스 수단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지점이 이런 후보지가 될까? 가장 유력한 지점이 고속도로 근처에 대중교통시설이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수단 중에서도 철도가 존재하는 곳이 훨씬 유리하다. 그것도 급행철도가 있는 지점이 유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내에서는 교통체증으로 버스가 철도보다 통행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는 교차로통과와 버스정류장의 용량부족으로 상당한 지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환승센터에 꼭 필요한 버스는 정책적으로 노선 변경 또는 신설을 통하여 환승센터에 쉽게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철도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내 서울외곽지점에 이러한 시설이 존재하거나 계획되어 있는 곳은 여러 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하남드림휴게소이다. 하남드림휴게소는 3기 신도시 하남교산신도시 내에 위치하고 있다. 도시철도 3호선이 연장되어 이곳에 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하나인 GTX-D 라인도 이곳을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울터미널의 일부 버스가 이곳을 출발·경유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사소하지만 수도권 남부 골프애용자들이 당일 주차로 많은 수요가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일부 상업시설이나 오피스텔 등 환승지원시설을 제공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상상하건대 이 지점은 향후 아주 모범적인 고속도로 위에 위치하는 환승센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후보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부지역에서는 GTX-A가 정차하는 구성역, 대곡역, GTX-B가 지나가는 별내역,  GTX-C가 지나가는 장암역, 신분당선이 지나는 동천역, 경인선이 지나가는 송내역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외곽에 환승센터가 구축되어 광역버스가 서울까지 진입하지 않고 이곳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버스회사 입장에서도 엄청난 혜택이 발생하다.

노선 연장이 반으로 줄어들고 이 또한 교통체증이 발생하지 않는 구간이라서 운행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승객은 버스의 배차간격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고 입석으로 타지 않아서 좋아진다. 정말로 일석이조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부 경기도에서 서울시내까지 버스가 갈수 있다면 최고로 좋겠지만 이미 서울시내 버스전용차로는 포화상태를 초과했다. 왜냐하면 버스전용차로에서 버스가 달리는 구간은 한 시간에 900대 까지 갈수 있지만 정류장에서는 한 시간에 300대 밖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내 모든 버스전용차로에는 출퇴근 시간대에 400∼500대 이상이 진입하고 있다. 그래서 버스차로를 이용하더라도 시내구간에서는 별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직행버스(M버스 유형)와 환승센터에서 돌아가는 버스(빨간색 광역버스 유형)로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수도권 고속도로상의 환승센터 성공의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바로 교통요금이다.  환승센터를 이용하는 승객과 서울시내까지 바로 가는 승객과의 요금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M버스와 같이 서울시내까지 직접 가는 버스요금과 환승센터에서 갈아타고 가는 사람과의 요금이 같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한번 탑승으로 직접 서울시내까지 가는 사람과 환승센터에서 갈아타고 가는 사람과의 요금이 동일하다면 누가 갈아타고 갈 것인가? 직행을 비싸게 하든지 환승요금을 할인해줘야 한다.

환승센터에서는 필수적으로 승객이 교통수단을 갈아타야 한다. 추가적으로 바라건대 예산이 많이 들어도 환승을 편리하게 해줘야 한다. 시민이 환승을 싫어하는 이유는 갈아탐으로 발생하는 이동의 불편과 시간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가급적으로 평면 환승으로 추진해야 한다. 평면이 어려우면 수직 환승형태로 해서 환승거리를 180미터 이내로 해야 한다. 3분 이내로 환승이 가능한 거리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설계·배치 기준”을 통하여 환승센터를 건립할 때 3분 이내에 수단간 환승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수단간 배차를 조정하고 이를 정보시스템으로 제공하는 등 세심한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승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정도 소요되니까 지금쯤 고속도로 환승센터 구축 타당성을 검토를 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객원논설위원=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대한교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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