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돌지 않아 車산업 최악 상황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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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돌지 않아 車산업 최악 상황 현실화”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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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4월 유동성 문제 심화 전망
상당수 파행 운영 불가피한 상황
정부에 지원과 내수 활성화 호소
코로나19 때문에 멈췄었던 한국GM 부평공장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라인.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19 때문에 멈췄었던 한국GM 부평공장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라인.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 1일 찾은 경기도 김포 한 영세 자동차 부품업체. 슬레이트 지붕을 엮은 공장 건물 한편에 제품 원료로 쓰이는 금속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자동차 차체에 쓰이는 작은 접합류를 만드는 이 업체 사장 정모(53)씨는 “원래대로라면 원료가 쌓일 틈 없이 계속 나가고 들어오고 해야 하는데, 최근 한 달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가 만든 제품은 국산차 브랜드 협력업체에 전량 공급된다. 안정적인 공급처가 있어 지난 10여년은 돈 마를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서서히 위험 징조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사업 자체에 위기가 덮쳐온 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직후다.

정씨는 “2월에 납품하는 업체에서 완성차 공장이 멈춰 가동이 중단됐다며 제품 공급을 하지 말아달란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조금만 버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이상 상황이 지속되면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 사업 잘될 때도 어음결제가 많았는데, 자금이 순환되지 않아 빚더미에 오르지 않을지 걱정이다. 당장 이달부터 직원 급여는 물론 이미 구입한 원자재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자금 유동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해외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해외 수출이 막히면서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 업체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금이 돌지 않다보니 업체 상당수가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실제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취합한 정보에서도 이런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합회가 지난달 31일까지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에 업체가 접수한 상황에 따르면, 업계 자금 유동성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 업체는 해외 현지공장(현대차·기아차)과 국내 공장(한국GM·르노삼성차) 가동 중단으로 대규모 생산차질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4월 이후 글로벌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10일 이상 국내공장 휴업도 고려하고 있다.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불 유예나 삭감 등을 검토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셧다운’ 등으로 부품 업체의 경우 3월 매출이 20~30% 감소한 것이 적지 않은데, 4월 들어 매출 감소폭이 훨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차질로 생산비용이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해외와 국내공장 간 신속한 부품 수급을 위한 항공 운송비 추가 발생 등으로 인해 4월 2주차 이후엔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업체에 따라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심화되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해 운영비·출장비 같은 비용 발생을 최대한 줄여갈 계획이지만, 정부차원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인 곳이 많았다.

마스크, 손소독제, 열감지기 등 방역시스템은 지난달(3월) 18일 때보다 잘 가동돼 확진자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고 있지만 유선전화와 화상회의 등을 통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 등이 어려워 사업에 곤란을 겪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타개해 생존할 수 있도록 연합회 등을 통해 정부에 유동성 지원 확대와 노동비용과 고용유지 지원, 글로벌 수요급감 보완을 위한 내수 진작 활성화 등을 건의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유동성 지원확대 방안으로는 ‘긴급운영자금 지원’, ‘기업어음 인수 지원’, ‘법인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납부 유예·감면’,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 확대’, ‘P-CBO(회사채 담보부증권) 시행시기 단축’ 등이 제시됐다.

기업 금융애로 해소와 지원 방안으로는 기존 대출 상환과 이자 1년 유예는 물론 기업 심사 신속평가제도 조속 도입과, 산업과 업종별 심사평가제도 개선, 해외 자산 담보 인정 등이 거론됐다. 여기에 노동비용과 고용유지 지원 방안으로 ‘고용유지지원금 규모 확대와 요건 완화’, ‘공장 휴업 시 휴일 또는 휴가 대체 실시’,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용’ 등을 주장했다.

글로벌 수요절벽 대응 내수 촉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구매 상반기 집중 실시’, ‘자동차 취득세 70% 감면’, ‘노후차 세제 지원 확대’, ‘개별소비세 70% 감면 6개월 연장’, ‘자동차 구입 공채 폐지’, ‘자동차 구매액 소득공제 10% 인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 대응으로 국내요인에 따른 공장 셧 다운은 없지만, 글로벌 생산차질과 수요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우리 자동차 산업 생태계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특히 중소협력업체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구매력을 집중해 실현하는 등 향후 몇 달간 글로벌 수요 급감을 내수가 대체해주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주는 한편, 이미 마련한 100조원에 이르는 기업 유동성 지원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현장지도를 강화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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