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찍고 베를린까지’...남북 혈맥잇기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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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찍고 베를린까지’...남북 혈맥잇기 재시동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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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최북단역서 '동해북부선 기념식
지역주민들 "30년 숙원사업" 현수막 내걸어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남한의 마지막 기차역'.
지난 27일 정부의 '동해 북부선 추진 결정 기념식'이 열린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은 동해선 최북단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북을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MDL)과 거의 맞닿는 곳에 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10.5㎞만 더 가면 북한의 최남단역인 감호역이, 다시 15㎞가량 더 가면 금강산역(금강산청년역)이 나온다.
2003년 2월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2006년 3월 준공됐고, 이듬해 5월 17일에는 제진역-금강산역 간에 시범운행까지 실시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이곳의 시간도 멈춰버렸다. 10여년간 방치된 선로는 녹이 슬어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제진역의 '비극적인 운명'은 2008년부터 방치돼 이어져 온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냉기류 속에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정부의 구상에는 남북관계를 다시 잇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사실 남북 철도연결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토대다.
이는 환동해권과 환서해권, 남북 접경지역 등 3대 벨트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한반도 철도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북극 항로로 연결해 러시아(유럽)·중국과 물류 및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남북은 2년 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기로 합의한 뒤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후속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정부가 이번에 북부선 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남북철도가 1년 4개월 만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셈이다.
동해선은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을 위한 핵심노선으로, 북부선은 사실상 마지막 단절구간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동해북부선과 현재 공사 중인 동해중부선, 그리고 이미 운행 중인 동해남부선이 연결되면 마침내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중심축 중 하나인 환동해 경제권의 혈맥이 완성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동해북부선 사업을 '남북철도 준비단계'라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한반도 뉴딜', 그리고 지역균형 발전 사업이라는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1967년 폐지된 동해 북부선의 부활은 강원도의 30년 숙원사업이다.
주민대표로 행사에 참석한 한명철(고성군 현내면 번영회장) 씨는 "우리는 강릉∼제진 철도가 연결되기를 꽤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제진역 입구에는 동해북부선의 조기착공을 염원하는 강원도민들의 대형 현수막이 설치됐다.
또 부친에 이어 2대째 제진역 명예역장을 맡은 황동엽(42·한국철도공사 직원) 씨와 손병석 철도공사 사장이 참석자들에게 액면가가 '615,427원'인 베를린행 일종의 명예승차권을 배부해 눈길을 끌었다.
손 사장은 "티켓값은 6·15남북공동선언과 4·27 남북 정상회담을 상징한다"며 "운임을 계산하면 실제로는 120만원 정도인데 '반값 특가상품'"이라고 말했다.
물론 동해북부선 사업이 남북철도연결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아직 '통미봉남' 기조와 함께 남북협력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대북 협력사업은 대부분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남측의 준비작업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남측의 적극적인 준비가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비록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남북 정상의 약속을 다시 이행하고 한반도 평화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며 동해북부선 사업이 "평화경제의 꽃을 피우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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