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욱 박사의 현장진단] 마이카족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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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박사의 현장진단] 마이카족의 귀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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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 어느 누군가는 코로나19 위기가 몰고 온 언컨택트(비대면 접촉)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했다. 지금의 짧은 경험만으로도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를 훨씬 능가하는 사회적 공포와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로선 그 파장의 폭과 길이를 예단하기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post) 코로나를 말하지만 아직까지 일치된 견해는 없다. 다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이낸셜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던진 얘기처럼 ‘이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 대체로 공감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운동은 지구촌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인터넷 쇼핑, 배달 앱 주문, 화상회의 등 이미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콘택트의 사회적 변화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언택트(비대면 접촉)의 생활방식은 코로나 이후에도 그 파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추이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분석가는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될 생활패턴의 하나로 마이카족의 귀환을 꼽고 있다.
 
사람들은 이동 수단의 선택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나타내는 ‘가성비’보다 우선 안전을 생각하는 ‘가안비’를 따지게 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는 버스나 지하철처럼 많은 승객들이 몰려있는 대중교통수단의 위험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낯선 누군가와 이용을 공유해야만 하는 새로운 트렌드의 차량 공유 서비스에도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나 홀로 자가용’인 개인 승용차 이용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 승용차는 그동안 비효율적이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이기적인 교통수단으로 취급되어 왔으나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그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혼잡한 지하철이나 버스 대신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이 늘어나고, 단체 여행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 기간에도 승용차를 이용한 소규모의 여행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지난 황금연휴 기간 정부 당국은 ‘소규모의 차차 이동’ 여행 수칙을 재난 안내 문자로 보내기도 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퇴근 시 승용차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차량 운행 부제를 해제하고 일부에선 주차단속도 유예했다.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 ‘드라이브스루’ 검진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창의적인 검진 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와 언택트의 변화를 계기로 개인 승용차 이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 변화는 도시교통 정책 전반의 기본방향을 다시 재점검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첫째, ‘대중교통은 선(善), 승용차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기초한 교통정책 전반의 재검토다. 승용차는 버스나 지하철 보다 승객 운송비용이 약 5∼6배 정도 높을 뿐 아니라 교통체증, 대기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비효율적인 도시교통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다. 교통수요 관리, 주차정책, 대중교통 활성화 등 대부분의 도시교통정책의 기본방향은 승용차의 이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기초하고 있다. 승용차를 선호하거나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개인의 이기심으로 무시되어 왔다.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자가용 이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도시 건설 초기 단계부터 모든 건물의 주차장을 대폭 줄이거나 없앤 세종시의 사례가 그 전형적인 예다. 세종시는 도시개발이 완성되기도 전에 주차난과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대중교통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자가용 교통수단 분담률은 10년째 5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가용을 포함한 모든 교통수단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추고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관리하는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둘째, 중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교통의 침체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일시적인 공포나 위험이 아니더라도 이번의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일상생활 전반의 디지털 콘택트 문화는 향후 전반적인 교통수요를 감축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마이카의 새로운 선호 경향과 대비되면서 중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교통의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될 경우 버스 교통은 상대적으로 서민이나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버스 교통은 차량이나 운영방식에서 수요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노선 운행 정비 등을 통한 비효율 요소를 과감히 시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승용차를 보완하는 퍼스널 모빌리티와 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 수단의 보급 확산을 서둘러야 한다. 승용차 이용에 따른 개인이나 사회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언택트의 생활패턴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근거리 개인 교통수단인 다양한 형태의 퍼스널 모빌리티와 친환경 이동 수단인 자전거의 이용 활성화를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에서 자전거 수요가 급증하는 지금이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 사업의 주요 교통정책 사업으로 전국 단위의 공공자전거 공유 시스템 정비를 추진해 볼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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