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기차 1위 기업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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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기차 1위 기업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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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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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교통신문]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자 14일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다. 주로 디지털 분야와 친환경 분야의 산업을 지원하여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고 선진 경제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분야도 강조했는데, 이는 자동차 부문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이다. 이러한 정부 구상에 화답하여 현대기아차그룹에서는 5년 내 전기차 1위 기업이 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화상발표도 뒤따랐다. 5년 이내에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여 전기차 부문에서 전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적용하여 제네시스 에센시아, 기아 퓨처론, 현대 프로페시 등의 콘셉트카와 같은 양산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20분 충전으로 45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비 성능을 강조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비전 제시는 당연히 환영할만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올 1월에서 5월 사이에 판매된 전세계 전기차 동향을 살펴보면 시장점유율 18%의 테슬라가 1위 기업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7% 수준으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100만 마일 내구의 자체 배터리 개발 계획, 11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할 테라팩토리 계획, 하반기에 적용할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7월 들어 테슬라가 도요타를 제치고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의 자동차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성과를 시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고질적인 품질 문제로 악명이 높지만 희한하게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범퍼 체결과 같은 기본적인 품질에 문제가 있어 비가 오면 물이 범퍼 안쪽에 고이고 미미한 충격에도 탈거되어 뉴스를 타기도 했다. 외관에 보이는 단차는 또 어떠한가. 매끈하게 이어져야 할 차량의 외관에 단차가 두드러지고, 각종 부품의 유격이 심해 진동과 소음 문제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오토파일럿이라는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의 명칭이 과대광고라는 법원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전세계 자동차 분야 시총 1위, 전기차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면 현대기아차그룹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현대차 노조가 연수 과정에서 테슬라 모델3를 시승하면서 관련 기술에 대해 분석했다는 기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50년 이상 자동차를 제작해온 현대차의 경영자가 제시한 비전과 노조의 선진기술 연구 의지가 결합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테슬라의 장점은 운전자가 절감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의 보유라고 판단된다. 현재 테슬라의 레벨-2.5 수준의 오토파일럿 기술에 대해 운전자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체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고속도로와 국도 등에서는 차선 유지, 적응 순항 운전, 차선변경 등이 편안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 인간 운전자가 조작하는 것과 유사하게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옆 차선으로 부드럽게 끼어드는 테슬라의 주행 영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신기술에 익숙한 젊은 층에서는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에 열광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판매 부문에서도 역시 테슬라가 1위를 차지하고, 수입차 전체를 따져도 3위를 기록할 정도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끊임없이 제시되는 최고경영자의 비전 제시가 테슬라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관련해서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머스크는 7월 초에 개최된 세계인공지능회의에서 연내에 기본적인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에 매우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벨-5는 자율주행 최고 수준의 기술로, 운전대와 페달이 없고 운전자가 없더라도 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흔히 SF나 과학소설 등에서 표현되는 자동차 기술로, 스마트 기기로 호출하면 달려오고, 스스로 충전하러 가는 그런 차량 기술이다.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대부분의 업체에서 예상하는 가운데 머스크는 1년 정도의 기한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머스크의 호언장담은 거의 언제나 과장 광고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비전으로 제시되고 이를 추종하는 팬덤이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

 따라서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자율주행기술의 고도화와 적절한 비전의 제시를 통한 시장 선도가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마침 정부에서 뉴딜 정책의 한 축으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이에 대해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전기차 1위라는 비전을 제시했으니,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의 도약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엘지, 삼성, SK와 같은 최고의 배터리 공급업체를 확보한 한국에서 전기차 부문 1위의 자동차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더구나 50년 이상 자동차만 만들어온 회사가 건재하다면 말이다.


〈객원논설위원·고광호 평택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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