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시장 길잡이 자처한 정부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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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시장 길잡이 자처한 정부의 자충수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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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택배회사로부터 일감을 공급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위탁 배송원들이 또 다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개인사업자인 이들 택배기사들은 각자가 처리해야 하는 집배송 물량이 ‘살인적인 수준’이라며, 인력충원과 근무환경을 개선하라고 위탁자인 택배회사에게 요구하고 있다.

위수탁 계약당사자간 상호 계약조건에 합의했고, 약정기간까지 서로가 이행사항에 대한 책무를 다한다는 전제 아래 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번복한 것이다.

계약에 따라 발주자인 택배회사는 브랜드 사용과 영업활동의 기회, 구역별 배송물량을 택배기사에게 제공하고 있고, 담당기사는 계약기간 동안 할당받은 권역 노선에서 위탁 업무를 수행토록 돼 있다.

합의된 내용을 이행 중인 택배기사들도 있으나, 일부에서는 ‘힘없는 소상공인’, ‘안전사각지대 노출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고용불안에 노출된 사회약자’ 등 감정에 호소하며 본연의 업무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불편한 사실은, 택배 업무가 대표적 3D 업종으로 불릴 만큼 고강도 장시간 업무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택배회사와의 계약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종사자들은 연례적으로 계약서 이외 요구조건을 택배회사가 수용하라는 요구를 강행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들의 수입원인 소비자의 소중한 택배상품을 볼모로 말이다.

이러한 집단행동은 택배시장의 원천인 소비자에게 피해로 전가되고 있으며, 묵묵히 계약내용을 완수하는 동료 기사들에게 업무하중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라는 민폐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계약을 위반하고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답했다는 점이다.

무한경쟁과 수요 공급에 의해 요금, 서비스 정도, 근로형태가 결정되는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참여자간 협력과 상생’, ‘균등-공정-정의’라는 이상적 논리로만 택배시장을 판단한다는 점에서다.

민간이 합의한 약정을 묵살하고, 강자로 지목한 택배사에게 권고사항을 제시하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약자라는 택배기사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적‧행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시장 개입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월수입부터 4대보험이 적용되는 택배회사 정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활동하고, 고정 지출비(통신비‧유류비‧식대 등) 역시 자가 부담해야 하는 조건과 함께 택배기사의 구체적 업무내용을 계약당사자가 직접 확인했음에도 그렇다.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 간섭으로 법 제도를 손질하는 조치가 우선시 되면 아니 된다는 게 산‧학‧연의 지배적 견해다.

정부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요금, 서비스 정도, 참여자들 각자의 역할 정도를 인정하고, 민간 주도로 조율하도록 중재자적 개입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택배시장 참여자의 기회는 ‘균등’이 아니라 ‘재능’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부 권한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정의’가 아니라 시장 종사자가 자유롭게 선택, 결정 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는 다양하고, 과정은 자유로워야 하며, 결과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합리적 선택이 확립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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