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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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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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통공학과 교수

이륜차는 일반 차량보다 구입비 및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정차에 대한 공간적인 제약이 적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이륜차 등록 대수는 22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륜차 등록 대수도 점점 증가하고 이륜차 통행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이륜차 사고율이 높고, 특히 치사율도 매우 높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돼 왔다. 필자는 사고 자체보다는 우리 사회의 이륜차에 대한 ‘인식’에 대한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기서 ‘인식’이라는 말은 ‘사회적 규범(social norm)’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륜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사람들이 이륜차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이륜차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이륜차에 대한 다른 도로 이용자들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반 자동차 운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륜차 운전자는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함에도 이륜차 운전자는 법규 준수율이 낮아 주행 중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륜차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차선별로 주행노선이 정해져 있음에도 실제로 일반 자동차와 달리 좌회전이 금지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좌회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리면 일반 차량들은 다들 줄을 맞추어 서 있는 경우에도 이륜차들은 일반 차량 사이사이로 빠져나와 정지선 앞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정 정체 구간에서도 자동차 차량이 막힌다 싶으면 서슴없이 급차선 변경을 시도해 먼저 주행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륜차의 행태는 법규를 잘 지키는 일반 차량 운전자에게는 곡예주행으로 보여 매우 불편하고, 심리적으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 하차 시에는 자동차 문이 열리는 순간 도로 바깥쪽에서 주행하던 이륜차와 정차해 있던 자동차 문이 갑자기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이륜차 관련 사고다.

일반적으로 승객이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 시 하차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맨 바깥 차로에 정차 후 차량 문이 열리면 하차한다. 그러나 승객이 하차할 때 그 틈 사이로 이륜차가 접근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륜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불완전한 이동수단으로 택시나 버스 하차 시 승객에게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주행 중인 차량이 서행하거나 정차하고 있는 차량을 추월할 때는 좌측으로 추월해야 한다.

이륜차가 도로상에서 차량으로 간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차 시 발생하는 승객과 이륜차와의 사고는 이륜차의 잘못이 아닌 하차하는 승객에게 주의를 요구하며 하차하라고 권고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일반 차량의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황당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차량이 아닌 보행자의 입장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불편한 사례는 이륜차의 보도 통행이다.

이륜차는 차도에서 차량이 정체 중이거나, 주행이 불편한 경우 보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에 보행자는 인도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이륜차에 당황하게 되고,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보행공간에 불법적으로 주정차되어 있는 이륜차는 보행자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위험한 요소다.

‘보도’라고 하는 공간은 보행을 위한 공간으로 동력장치가 달린 수단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륜차 운전자가 주행할 수 있는 공간을 이탈해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이와 같이 이륜차의 비정상적인 운행행태에 대해 운전자 측면과 보행자 측면에서 사례를 살펴봤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이륜차의 운전행태에 대해 우리 사회는 수십년간 묵인해왔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킨 적이 거의 없었다. 이것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인식은 “이륜차는 그럴 수 있지, 이륜차니까 그냥 넘어가자” 등과 같은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

제도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명백하게 부적절하다고 인식하였음에도,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항변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행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최근 이륜차 이용률의 증가와 더불어 이륜차 사고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인해 정부에서는 이륜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단속도 중요하고 적절한 법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륜차의 불법적인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모든 불법행위를 단속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이륜차 불법행위도 마찬가지로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과 우리 사회가 불법행위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법규를 준수해야만 한다는 ‘인식’과 분위기 조성이 더욱더 중요하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전략과 실천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합심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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