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소형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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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소형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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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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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지난 8월과 9월에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홍광 미니 EV’라는 차량이다. 상하이자동차GM우링에서 7월에 출시한 초소형 전기차로 가격은 500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중국 국내에서 8월에 15000대, 9월에는 20150대를 판매해 테슬라모터스의 모델3보다 2배 가깝게 많이 팔렸다고 한다. 홍광 미니 EV는 테슬라 모델3의 10분의 1 가격이기 때문에 매출액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판매 대수로 따지자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전기차를 가볍게 따돌린 것이다.
 
월 2만대나 팔리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중국 저소득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만한 가격대를 들 수 있다.

중국 내 빈부격차는 악명이 높은데, 엄청난 수의 저소득 가구에서 근거리 출퇴근용으로 이 미니 전기차를 사는 것이다.

또한, 100만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무면허 3륜 혹은 4륜 전동차로 인한 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된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홍광 미니 EV의 경우 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 도로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중국의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친환경 정책 강화도 한몫했을 것이다. 도심 내에서 전기차 운행을 장려하기 위해 차량 구입 보조금과 같은 정책을 실시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홍광 미니 EV 역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초소형 전기차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쩐지 미진하다. 가격과 정책변화에 의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익숙한 현상들이 아닌가. 500만원대의 초소형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는 여러 가지 숨겨진 요인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한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중국에서는 올해 2월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로 인해 차량 판매가 저조했는데, 어느 정도 사태가 잡혀가자 안전하고 독립적인 이동수단에 대한 욕구가 급증한 것으로 판단된다.

팬데믹 현상이 안전한 이동수단에 대한 구매 욕구를 창출한 것이다. 여기서 안전한 이동수단에 대한 욕구는 소득의 고저와는 다소 무관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층이 대거 저렴한 초소형 전기차를 구매한 것이 아닐까.

초소형 전기차 급증의 다음 이유로 홍광 미니 EV를 제작한 상하이자동차GM우링이라는 회사의 신뢰도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대기업인 상하이자동차와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미국의 대기업인 GM이 중국의 특수밴 전문제작사인 우링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이다.

지명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아닌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우수한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지만 자동차처럼 고가의 제품을 구입할 때에는 제조사 브랜드를 따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즉 홍광 미니 EV의 제작사가 중국과 미국의 거대 자동차 제조사와 연관돼 있다는 후광이 작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비록 저렴한 초소형 전기차의 성능이나 안전도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는 않더라도 제조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액수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판매 대수로는, 테슬라모터스를 제치고 앞서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이쯤 되면 이 초소형 전기차의 사양이 궁금해질 것이다. 홍광 미니 EV는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2917, 1493, 1621mm이고, 13.8kWh의 배터리, 최고속도 100km/h, 항속거리 200km, 승객수는 4명이다.

이 정도 사양에 500만원대의 가격인 것이다. 여기에 적당한 보조금을 고려하면 300~400만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한데, 요즘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이 아닐까.

스마트폰의 약정기간이 2년이라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400만원으로 4년 약정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으로 이런 초소형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면 기묘한 착시감이 들기 시작한다. 차인가 폰인가? 차를 폰처럼 기간 약정으로 구입하고 약정기간이 끝나면 반납 후 다시 새 폰, 아니 신차를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폰은 누구나 한 대씩 가지고 다니니, 차도 한 대씩 가지고 다니겠구나. 자율주행이 되면 면허도 필요 없으니 미성년자들까지 다 한 대씩 가지겠구나. 그렇다면 자동차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겠구나. 테슬라모터스의 천재 사업가 앨런 머스크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멋진 상상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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