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입 웬 말? 풍선효과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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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입 웬 말? 풍선효과 책임은!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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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택배 현장 인력의 사망사고가 계속되면서 이들의 노고를 되새기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상기하자는 취지에서 ‘#늦어도 괜찮아’,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등을 내건 캐치플레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급기야는 1~2일 상품 수령일이 지연되더라도 괜찮으니,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자는 정서적 호소가 힘을 받고 있다.

배경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비대면 거래 증가로 택배 현장 인력의 노동시간과 업무강도가 강해지고 있고, 택배기사가 숨지는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어, 이용 주체인 소비자가 나서 총알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지정배송 등의 서비스를 지양하자는 내용이 SNS 상에서 번지면서다.

이러한 나비효과는 소비자의 선택적 포기에서 비롯된 기회비용에 대한 손실은 물론, 스스로 재화를 포기하면서까지 택배 현장 인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앞다퉈 군불떼기에 바쁘다.

최근 택배사들에게는 군소 권역별 집배송에 앞서 행해지는 서브터미널에서의 상하차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해 배송기사의 짐을 분담하고, 관련 비용은 사용자인 택배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조치토록 하는 정부 방침이 내려졌다.

원청 사업자와 도급 사업자가 계약서를 통해 조율해야 할 부분에 정부가 나서 간여한 것이다.

정부는 ‘위탁 배송원 등 노동력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계약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시장개입과 통제 수위를 올렸다.

여기에는 원청 사업주가 도급 사업주(택배기사)의 산재보험 비용을 분담하고,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법‧제도(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를 수긍하라는 압박이 내재돼 있다.

정치권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노출된 과로사임을 강조하며, 업무 위탁자인 원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야간‧심야노동과 인명사고의 개연성을 강조하며, 작업 운영시간을 분할 조정하도록 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새벽배송과 지정배송 서비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주문도 내려졌다. 연중무휴로 가동되는 택배 서비스가 도급 사업자인 배송기사의 심적 부담과 교통안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필자 역시 보다 안전한 일터를 조성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보다 나은 수준의 서비스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그에 응당한 요금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도 이견은 없다.

그러나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당정의 시장개입은 문제라 본다.

시장의 요구와 이용자의 편익을 반영해 새벽배송, 지정배송 등의 상품이 개발‧출시됐고, 시장 참여자의 활발한 거래로 인해 항시 이용 가능한 수준으로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중단토록 한다는 것은 시장을 부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택배 서비스 결과물은 배송기사 등 현장 인력의 노동력만으로 이뤄낸 게 아니다.

택배 터미널, 물류센터, 전국 영업대리점 등에 대한 설비 투자와 감가상각 규모를 반영한 대규모 자금이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 투자금과 상품 기획, 수행 능력, 상품 마케팅, 홍보영업, 사후관리 부분을 종합 분석하고 추진하기로 결정한 택배 물류사에 대한 노고는 저평가돼 있다.

불행하게도 택배기사의 인명사고로 인해 “노동자의 피를 빨아 먹는 ‘악의 축’”으로까지 묘사되고 있다.

당정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사용자인 원청을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이라고 지목, 주홍글씨로 낙인찍기를 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계약자인 택배기사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노동력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음에도.

계약당사자들은 제시된 여러 조건을 비교 확인한 후 선택했고, 대금 정산을 위해서는 상호합의 하에 계약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작업에 나섰다.

지금의 택배 서비스 수준을 완화할지, 박스당 단가를 상향하고 인상된 몫을 소비자가 부담할지 등에 대한 선택권은 시장에서 결정해야 할 몫이다. 정부가 법‧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반강제적으로 통제하고, 개입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얘기다.

여러 실증적 사례를 통해 거듭 확인됐듯, 정부 개입이 본격화되면 시장에서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실손 부분을 상쇄하려는 본능이 작동하게 된다.

지적된 노동문제는 ‘한국형 뉴딜’에 발맞춰 무인 자동화로 대체 가능하나, 이러한 반작용은 추후 일자리 문제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개입의 부작용은, 과거 수차례 검증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허가제로 전환된 화물운송업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과 현재 진행형인 부동산 정책 등으로 가늠할 수 있다.

유일하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택배 물류시장에 또 하나의 오점을 추가하게 될지 우려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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