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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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上〉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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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통공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급격한 자동차 수의 증가로 인해, 주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불법 주정차의 특성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피해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3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차량 1대당 필요한 주차면을 3면 정도로 보고 있다. 집에 한면, 사무실에 한면, 중간에 업무를 보는 곳에 한면, 이러한 개념이다. 이 이론을 우리나라에 실태에 접목하면, 차량증가분에 따라 약 3배의 주차면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증가한 자동차 수에 비해 주차면의 증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한된 공간을 고려하면 주차면의 공급 부족 문제는 나날이 심화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차 문제가 심화되는 원인 중 하나는 차량 구매자들이 갖는 ‘자동차를 일단 구입하면 주차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하는 마음가짐이다. 차량을 소유하는 사람도 주차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으며, 차량을 판매하는 사람도 주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정부에서도 차량등록만 합법적으로 하면 주차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달리 일본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 차량을 소유한다는 것은 주차공간이 확보됐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 두 나라의 특징은 불법 주차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러한 결과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서부터 주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차 문제를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해 온 결과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주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선진국처럼 주차공간 확보를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했고, 이제는 너무 늦어서 제도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불법 주차로 인한 많은 불편함과 불쾌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해보면, 우선 가장 보편적인 것이 버스베이에 주차한 불법 주정차 차량이다. 버스베이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 버스가 베이에 진입하지 못하고 도로상에 정차한 채로 승객들이 승·하차해야 한다. 보도에 기다리던 승객들은 버스베이를 횡단해 버스에 승차해야 하고, 하차하는 승객들은 버스베이를 횡단해 보도로 가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건물 앞에 공개 공지 개념으로 확보하고 있는 일정 공간을 주차공간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는 차량이 건물 앞쪽으로 다니지 못하고 보도와 공개공지 공간을 합해 보다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공간이 주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법적으로 사유지다 보니 단속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차량들이 건물 앞 공간에 주차를 하기 위해서는 보행공간을 가로질러 주차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보행자들은 불편함과 위험을 느끼게 된다.

다음으로, 대도시 주변이나 근처 신도시의 도로가 통행 차량 수에 비해 너무 넓게 제공돼 바깥 차로는 마치 주차장같이 사용되고 있는 곳이 많다. 너무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어 마치 합법적인 주차공간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도로가 실제 기능보다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부 공간을 주차공간으로 사용하게 되고, 합법인지 불법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다세대 주택이 밀집돼 있는 지역은 대부분 도로를 끼고 있지만 2차로 양측 또는 편측에 차량들이 불법적으로 주차돼 있어 실제로는 1차로 기능밖에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부에서는 이러한 불법 주차를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곳에서 주차단속 카메라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차단속 카메라 근처에 가보면 카메라 바로 아래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얌체 차량들이 바로 아래에 불법 주차를 해 놓은 경우를 볼 수 있다.

차량 한대가 카메라 바로 아래에 불법적으로 차량을 주차해 놓으면 그 바로 뒤에 바짝 붙여서 다른 차량들이 꼬리물기 불법 주차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카메라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도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 문제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법 주차에 대한 인식이 매우 관대하다는 것이다.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들도 도로를 이용하는 다른 운전자들도 불법 주차 차량을 보면 일상적인 상황 ‘나도 차를 몰고 다니다가 보면 저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 암묵적인 찬성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간혹 정말 차량을 주차하면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 예상되는 지점에다 버젓이 주차해 놓은 차량을 보게 돼도 바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주차에 관한 문제점은 일단 차량 대비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과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주차공간이 아닌 사유지가 주차공간으로 불법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문제, 도로상의 다른 여유 공간이 불법적으로 주차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 도로 자체가 주차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 등과 같이 시설과 관련된 불법주차 문제가 있다.

운영과 단속 측면에서는 도로의 여유 공간을 합법적으로 주차 공간화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와 주로 고정식 단속 장비에 의존하다 보니 단속공간이 한정되고, 얌체 차량을 단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인 인식 측면에서는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측면 때문에 불법 주차 차량에 매우 관대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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