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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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下〉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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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통공학과 교수

주차를 하고자 하는 차량의 수가 주차면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공급 확대만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우리나라의 주차 현실을 고려해 한국형 주차 문제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가 어떤 건물이나 시설을 새로 건축할 때에는 건물의 용도에 따라 주차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주차면을 공급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건물이 완성되면 주차 공급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러나 과거에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건물이나 시설들은 주차면이 매우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건물이나 시설들이 많은 곳은 주차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차 공급을 건물 단위로 추정을 해 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권역이나 블록 단위로 생각해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예로 권역이나 블록 단위 전체적으로 주차면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우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지 않지만 주차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최종 목적지와 주차장이 너무 멀어 사람들이 주차장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종목적지와 먼 거리에 공급돼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목적지에 가까운 곳에 주차수요가 몰리며 불법주차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대규모로 주차장을 수요에 맞춰 제공해왔다면, 이제부터는 각 시설의 용도가 다른 측면을 고려해 목적지부터 주차장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급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소규모 주차장을 곳곳에 제공하는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의 도시부에는 자그마한 주차장이 곳곳에 제공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주차 유발 시설물 근처에 소규모 주차장이 자주 있게 되면, 주차 전·후 보행 동선이 짧아져 불법으로 주차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일본의 차고지 증명제와 비싼 주차요금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규모 주차장의 공급이 일본 도시부에서 불법주차 차량을 보기 힘든 주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이 대규모로 한두개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부 곳곳에 소규모로 주차면을 제공한다면 주차하고자 하는 차량들의 편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차제에서 소규모 주차 용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불법주차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불법주차에 비해 부담스러운 주차요금이다. 불법주차를 수차례 하는 사람이 어쩌다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가 4만원 정도이다. 반면 매일 주차장에 주차하게 되면 이보다 큰 액수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 운이 좋아 한번도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부담해야 하는 주차비는 0원이다. 대부분의 경우 불법주차가 경제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법주차가 경제적으로 더 손해라는 것을 느끼게 하여 합법주차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속이 필수인데, 기존의 이동식과 고정식의 단속방식에서는 단속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다 보니 카메라의 사각 지역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영상 기술을 접목한 단속 영상 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해 얌체주차를 금지하고 소규모 단속시스템을 개발해 버스정류장에 장착함으로써 현재보다 훨씬 넓은 영역으로 단속시스템을 확장해야 한다.

단속 강화와 함께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범칙금 및 과태료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홍보를 해도 어른들의 행태는 잘 변화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행태 변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적인 제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되면 바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도시부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차면이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주차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최근에는 향상된 IT 기술을 접목한 주차 공유제를 시행하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노상 주차면을 한 차량이 하루종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비어 있는 시간에 다른 차량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주차 공유제 모델이다. 이 이외에도 건물 주차장이 야간에는 비어 있는 점을 감안해 지역 주민 차량들이 밤사이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주차 공유제의 일환이다.

또한, 도로상에 일부 여유 공간을 노상 주차면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도시부에서는 새로운 주차면을 확보하는 데 매우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도로상의 여유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도로는 시간대에 따라 차량이 집중되는 방향이 있다. 그렇다면 시간대에 따라 여유 있는 방향 쪽으로는 합법적으로 주차를 허용해 주는 탄력적인 노상주차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시설적인 측면에서의 개선 방향을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도로를 보면 주차가 합법인지 불법인지가 불분명한 도로가 매우 많다. 주차가 가능한 곳은 합법적으로 주차면을 확보해주고, 주차를 반드시 금지시켜야 하는 곳은 명확하게 주차가 불가능한 곳이라는 표현을 해 주어야 한다.

요즘 교차로 인근에 빨간색으로 차선으로 도색해 주차금지 표시를 한 도로들이 있다. 이와 같이 누구나 이곳은 주차를 하면 안 되는 곳이라는 것을 즉시 알 수 있도록 시설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시설들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도 빠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법주차에 대한 인식이 매우 관대하다. 불법주차라는 것은 분명히 법규를 위반하는 행위이고,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주차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단속에 대한 민원을 염려하여 강력한 단속도 못하고, 불법주차가 불법행위라는 점과 이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법주차에 대한 인식이 점점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더 늦기 전에 이러한 불법주차에 대한 매우 관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려고 하는 범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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