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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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짜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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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불과 십년 전만 하더라도 교통투자계획은 고속도로를 위시한 도로 부문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2004년 경부고속철도가 도입되면서 우리는 지역 생활의 패턴이 확 바뀌는 현상을 목격했다. 금상첨화 격으로 친환경정책과 맞물리면서 철도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요즘 각 지자체에서는 철도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지역에 철도가 유치되면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해당 지자체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은 차기 선거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위상과 역할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토교통 분야의 최고 정점에 있는 계획은 2가지이다. 국토 분야에서는 국토종합계획이며, 교통 분야에서는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이다. 국토종합계획과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의 기조를 받아서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물류 등 각 부문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본 계획은 매 5년 주기로 작성하면서 장래 20∼30년까지 철도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본 계획에 포함됐다고 해당 철도사업이 반드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본 계획에 포함되더라도 예산확보를 위하여 개별사업별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사업이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사라지고,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본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철도사업은 추진되기 힘들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되도록 할 수는 없어도 안 되게 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사실상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예산 수반이 안 되는 일종의 ‘국가철도망 구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사업별로 경제성을 따져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 대신에 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가철도의 장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현명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어떠한 내용을 담으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철도망 계획이 될까. 크게 4가지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망을 구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고속(화)철도역을 중심으로 철도 노선을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통수단별 용량과 속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출발지(Origin)와 도착지(Destination) 간 모든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보다는 대량, 고속의 교통수단은 중심(Hub)거점만 운영하고 상대적으로 속도와 용량이 적은 교통수단이 중심(hub)거점에서 각 지점으로 분배(Spoke)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이다.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을 국제허브공항이라고 칭하는 것은 중국, 동남아 지역의 사람이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미국 또는 유럽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항공 노선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철도망 또한 그렇다. 고속철도가 탄생한 이후에 철도수단 간 속도와 용량 차이가 확 벌어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용량과 속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경우에는 격자(Grid)형이 더 효율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속도로망이다. 승용차, 소형버스, 고속버스 간 속도 차이가 없다. 용량 또한 확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격자형으로 만들어야 전국 각 지점을 공평하게 연결할 수 있다. 격자형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경로가 아주 많다. 혼잡이 없다면 모든 경로의 통행 시간이 동일하기 때문에 어떤 경로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대응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속도로망은 ‘7×9’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로 주요철도역 간 미연결구간(Missing Link)을 없애야 한다. 왜냐하면 철도망에서 미연결구간은 소비자의 교통수단 선택을 지나치게 왜곡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청량리∼원주∼강릉 노선을 보자. 강북에서 강릉을 가는 노선이다. 하지만 경기남부에서는 판교에서 여주까지 경강선이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주∼원주 간 미연결구간으로 강릉까지 갈 수가 없다. 이런 연유로 경기남부지역 주민의 강원도까지 통행패턴을 보면 교통수단 선택이 심하게 왜곡돼 있다. 청량리를 통한 철도 수단 선택보다 버스나 승용차 수단 선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원주∼강릉(원강선)의 용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수서∼부발∼문경∼김천∼거제를 연결하는 중부내륙선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바로 문경∼김천 간 경제성 부족으로 현재 미연결구간이 발생한다. 나머지 구간은 모두 사업이 확정돼 현재 설계 또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미 운영 중인 구간도 있다. 이런 철도망 계획은 철도 노선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셋째로 철도 노선별 경제성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사업별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만 현실화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적정 시점에 천천히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철도망을 구축하면 전국을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우선 따져야 한다.

예컨대, 남북철도 노선축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를 생각해보자. 남북축과 동서축이 조화롭게 연결될 필요가 있다. 물론 고속(화)철도역을 중심으로 서해안과 동해안을 연결해야만 허브앤스포크망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안축의 서산(당진), 경부축의 천안(아산), 중부내륙축의 점촌, 중앙축의 영주, 동해축의 울진을 연결하는 것은 허브앤스포크 망을 유지하면서 동서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철도 소외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철도 노선인 것이다.

넷째로 미래지향적이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철도를 구상해보자. 향후 남북통일이 될 경우 철도노선망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것인가. 북한의 철도망은 반드시 남한의 철도망과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남과 북을 따로 떼어 놓고 계획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북한의 철도망을 일방적으로 남한에서 발표할 수도 없으니까 최소한 화살표라도 표시하자. 경의축, 경원축, 동해축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먼 장래에는 제주도에도 철도가 연결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목포∼완도∼제주 노선은 점선 또는 화살표로 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향후 언젠가는 유라시아 철도망이 우리나라와 연결될 것이다. 남한의 권역별로 국제철도 거점 역을 이번에 발표하기를 희망한다. 국제철도역은 남한에 여러 군데 둘 수 있다. 철도만의 특성이다, 국제철도 역만 일반철도 플랫폼과 국제철도 플랫폼을 분리시키고 관세검사(Customs), 출입국심사(Immigration), 검역(Quarantine) 가능만 가지면 된다.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국토교통부가 혜안을 가지고 과감하게, 코로나에 힘든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는 멋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제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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