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생태계 개선, ‘양과 질’ 엇박자 해결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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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산업 생태계 개선, ‘양과 질’ 엇박자 해결이 관건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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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탄소중립’ 선언에 시장 변화 가속도
‘속도조절론’ 급부상…“단계적 절차가 먼저”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향후 30년 안에 우리 곁에서 내연차는 사라질 것이고, 친환경 미래차는 모든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다. 이 말은 거창한 명제가 아닌 현재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관통하는 통념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의 시대적 과제가 됐고 유럽
에서부터 시작한 내연차 규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 2050년까지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것) 실현을 선언했다. 지구 환경
위기에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수송부문 생태계의 체질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는 없는 흐름이다. 올 한해 친환경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짚어봤다.


친환경차 생산·보급은 선두권

한 해 동안 자동차 시장이 미래 친환경차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속도에 대한 이견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팽배했다. 주요 자동차 경쟁국과 달리 국내 자동차산업 특성에 맞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또한 완성차의 친환경차 제작 속도에 인프라 확충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효성도 수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자동차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친환경차 보급 규모의 성장과 소비자들의 인프라 접근성 확대라는 ‘양과 질’의 균형을 찾아야 수요 증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0%가 수송 부문에서 사용된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차량의 보급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실제로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 퇴출을 위한 시간표를 잇달아 제시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승용차·소형 밴 등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고, 영국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000만대에 육박했던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드는 친환경 차량 부문에서 국내 기업은 선두권으로 부상해 한국 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보급은 국가별 자동차 시장 규모를 따져볼 때 그리 뒤처진 편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전 세계 순수 전기차 보급대수는 479만대이다. 중국 258만대, 미국 88만대, 일본 15만대, 독일 14만대 등
이고, 한국은 8만4000대가 보급됐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작년보다 33% 증가한 6만1000 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 5.6%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국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는 수소차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수소차는 트럭, 열차 등 대형차량 부문에서 전기차를 월등히 앞서는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는 장거리 운행을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여러 개 탑재해야 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수소차는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 수소를 더 싣기만 하면 돼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 스위스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반면, 2040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2040년까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
벌 주요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의 전동화를 추진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는 출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충전 인프라·신재생에너지 경쟁 핵심”

친환경 차량이 이용할 충전소 인프라는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2만9781곳, 수소차 충전소는 38곳이다. 10월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가 13만568대, 수소차가 1만50대이므로, 충전소는 전기차 4.3대당
1곳, 수소차 264대당 1곳에 불과한 셈이다. 수소차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운전자들이 원하는 급속 충전소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급속 충전은 완전 충전에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완속 충전은 8시간이나 걸려 운전자들은 급속 충전소를 선호한다. 급속 충전소는 10월 말 기준 7380개로 전기차 17.7대당 1곳에 지나지 않는다.

주택 단지 등 전기차 사용자가 많은 곳에 충전소가 충분하게 설치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이종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충전 인프라의 양적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주택 단지나 회사가 밀집해 있는 곳의 충전소에서는 이용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한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충전소의 양적 확산보다는 소비자의 이용 현황을 고려해 질적 효율성을 따진 배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전기차 보급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전망도 많다. 전기차의 동력인 전기 생산에서 석탄화력발전 비율이 높으면 그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 중 무려 44%를 차지하는 화력발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공급이 사상 최대인 25.3%를 차지했다. 독일은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친환경 발전 비중이 47.3%에 달했다. 영국도 올해 1분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47%로 사상 최대를 기
록했다. 반면에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10년 2.61%에서 2019년 6.5%로 소폭 높아졌을 뿐이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아직은 전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일부 국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확률이 큰데, 지
금 같은 추세라면 한국은 더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데는 급격한 산업 발전이라는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한국은 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전력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전력소비량 증가 속도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빨리 늘리지 않는 이상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 수가 없었다”며 “최근에 와서야 전력소비량 증
가 속도가 낮아지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배충식 KAIST 교수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와 규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에 맞춰 단계적으로 설정돼야 하고, 미래 자동차 동력원은 시장 선택에 맡겨 기술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의 탄소 저감과, 전기·수소
차 기초기술 개발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청정연료 기반의 내연기관 가격경쟁력 확보와 전기·수소차의 보급을 지원하는 등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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