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계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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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업계가 살아남는 법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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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전쯤의 일로, 사업용 소형 화물자동차업계가 자체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 상당 수준 준비를 진행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차량 대당 보험료가 얼만데, 공제조합을 만들 경우 보험료가 얼마로 떨어져 업계 전체로 볼 때 수백억원의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제시해 정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초기 자본금 확보에 실패했다. 사업자들이 십시일반 얼마씩 내 사업 개시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해야 했으나 거기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전국의 렌터카업체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렌터카업계가 대형 렌터카회사의 거대 네트워크에 견줘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대형 플랫폼과의 연계를 도모했으나 좌절하고 만 적이 있다. 일선 업체들의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영세한 국내 운수업계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빛을 보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었다. 내부 결속력, 즉 업계가 하나가 되는 응집력의 문제와 함께 자본의 취약성이 그것이다.

내부 결속력 부재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반드시 내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며 끝없이 업계 내부 의사결정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 반복되는 한 결코 중요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자본의 취약성도 안타깝다. 수년 후 눈에 뻔히 보이는 큰 이득조차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는 일부 의견에 밀려 포기할 수밖에 없는 조직의 취약성 때문이다. 업계 전체를 아우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 동의하지 못하는 풍토가 대단히 아쉬운 것이다. ‘지금 이대로’의 반복이지만, ‘흐르는 강에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면 물살과 함께 떠밀려 간다’는 경구가 새삼 떠오른다.

지금 시대는 지난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밀하게 돌아간다. 결코 ‘지금 이대로’는 지켜질 수 없다. 운수업 각 분야가 내적 역량을 구축하고 똘똘 뭉칠 때 외부 자본과 기술 유입의 길도 열릴 것이다. 그것이 안 되면 지금 가진 모든 것이 결국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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