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캠페인] 보행 교통사고-속도 낮추면 보행사고 회피 기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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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캠페인] 보행 교통사고-속도 낮추면 보행사고 회피 기회 생긴다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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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보행사고 사망자 점유율 2위 차지
시속 60km로 보행자 치면 사망률 80%
정속 운행, 보행교통사고 절반으로 줄여

최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현황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은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 비율이다. 국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중은 거의 변함없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 문제가 주요 교통안전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9.7%)의 2배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보행교통안전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중요한 교통안전 과제로 부각하고 있는 보행 교통사고에 관한 현황과 대책을 짚어보고, 특히 택시의 보행 교통사고 예방대책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사고 현황

2018년 기준 전체 보행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487명으로, 이 중 법인택시에 의한 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7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의 5.2%에 해당하는 수치로, 차종별로는 화물차 85명(5.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문제는 보행 교통사고에서의 치사율이다. 보행 차대 차 사고의 경우 16만1999건(2018년 기준)의 사고가 발생해 150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0.9%에 그쳤으나 차대 사람의 사고, 즉 보행교통사고는 4만5248건이 발생해 1505명이 목숨을 잃어 치사율이 3.3%로 차대차 사고의 3.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보행교통사고가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2018년 사고 기준)에 따르면, 보행교통사고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중 일어난 사고로 인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전체 보행교통사고 사망자의 58%(횡단보도 내 23.1%, 횡단보도 외 34.8%)를 차지한 것이다. 또 보행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한 사람의 46.8%가 역시 횡단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842명(보행교통사고 사망자의 56.6%)으로 가장 많았으며, 50대가 231명(15.5%), 40대가 141명(9.5%), 61~64세 122명(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하의 연령대에서는 사망자 비율이 계속 감소했으나 12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22명이 사망해 1.5%의 구성비를 보였고, 오후 4~6시에 사망자가 9명으로 나타나 전체 어린이 보행사고 사망자의 40.9%를 차지했다.

◇대책

보행 교통사고 예방대책으로는 단연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것이 꼽히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의 ‘인체모형 충돌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인체모형을 충돌시켰을 때 보행자가 사망할 확률은 8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보행사고의 위험이 높은 도로에서 지동차 속도를 시속 10km만 줄여도 보행 교통사고 발생 시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확률이 20%p 낮아졌다. 보행 교통빈도가 높은 도로에서의 속도 저감은 교통사고를 줄이고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공단의 ‘보행자 횡단 안전도 조사(2019년)’ 결과는 왜 우리나라에서 보행 교통사고의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했다.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려 할 때 운전자가 양보한 경우는 11.3%에 불과했다(보행자 90회 횡단 시도에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9회). 또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도로에서는 보행자 20%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는 보행자의 2.5%만이 운전자의 양보로 안전하게 횡단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와 실험, 연구, 분석 등을 통해 정부는 최근 ‘도심 제한속도 5030’ 프로젝트를 수립, 법령에 반영하고 지역별로 시행에 들어갔다. 즉 도시의 간선도로는 시속 50km로, 간선도로 외 지선도로나 생활권 도로는 시속 30km로 제한속도를 하향 조정해 자동차 통행속도 전반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최근 지역별로 도시 내 보행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최대 67%가 감소하는 등 속도 저감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경찰청과 지자체가 나서 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속도 저감을 안내하며 보행 교통사고 저감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운전자들의 준법 운행과 속도 규제에 순응하는 운전 여부에 달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속도를 낮추지 않고는 보행 교통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 교통안전국가 모두의 공통된 경험이자 습관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법인택시에 의한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까.

이는 법인택시가 반드시 저속으로 운행해야 하는 곳에서도 기준치 이상으로 속도를 높여 운행하기 때문이다. 즉 서두른다는 의미다.

흔히 대도시지역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 가운데 평균 운행 속도가 가장 빠른 자동차로 택시를 꼽는다. 이는 정확한 조사를 근거로 한 측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이 그렇다는 점에서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택시는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 그것은 택시의 교통사고 위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을 대변한다.

반대로 속도가 느리면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고연령화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개인택시의 경우 최근 교통 사고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속도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고연령 운전자가 무리하게 속도를 높여 운전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정속으로 운전하며 위험 요소를 회피하려는 운전으로 일관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속도를 낮추면 안전이 확보된다는 사실은 매우 간단한 원리로 증명된다. 시속 60km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전방 50m에서 보행자가 보행을 시작했을 때 왕복 4차로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8초(성인 기준)가 소요되는데, 자동차는 1초당 16.6m를 진행해 보행자에 이르기까지 불과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보행자가 달려오는 자동차를 발견하고 신속히 달려 횡단하지 않으면 사고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이 때 자동차의 속도가 시속 30km라고 한다면 50m 전방의 보행자에 이르는 시간은 8.3초로 보행자와의 충돌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론적으로 그와 같은 설명이 가능하나, 현실에서는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하게 된다. 보행자가 유아를 동반한 주부라거나, 연로해 보행속도가 느린 사람, 장애인, 환자, 임산부 등이라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또 횡단지점 부근에 가로수나 불법주차 차량, 불법 설치된 입간판 등 때문에 보행자가 보행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위험해진다. 또 시인성이 훨씬 떨어지는 야간이나 비오는 날도 보행자에게 훨씬 불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관건은 자동차의 속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운전자 입장에서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는 횡단 중인 보행자를 발견하고 급히 자동차를 멈춰 세워야 하나 속도가 높으면 급히 자동차를 멈춰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제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못해 사고에 이르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동차 속도를 제어하는 길 만이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속도가 낮으면 운행 중 발생하는 위험 요소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대응 동작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에 의한 보행교통사고는 100% 높은 속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운전자의 방심이나 보행자의 과실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택시에 의한 보행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속도를 낮추는 일이 기본이고, 추가로 필요한 사항은 그 다음 순서라 할 수 있다.

충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보행자는 택시를 피하기 어렵지만, 택시는 보행자를 피하거나 멈춰설 수 있다. 보행 교통사고는 자동차, 즉 운전자의 노력으로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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