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중심’이라던 공사로 오히려 보행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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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중심’이라던 공사로 오히려 보행 불편”
  • 홍선기 기자 transnews@gyotogn.com
  • 승인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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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룡 서울시의원, "세종대로 사람숲길 경사 6%"
30여개 노선 다니는 숭례문 정류장 무정차 통과

[교통신문 홍선기 기자] 서울시가 보행자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야심 차게 준비한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가 일부 완료됐다〈사진〉. 그러나 개통된 구간에서 횡단 경사가 오히려 심해져 보행환경이 더 나빠졌고, 공사로 많은 노선버스가 무정차 통과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홍성룡 서울 시의원(도시안전건설위원회·송파3)은 올해 1월 임시개통한 세종대로사거리↔서울역교차로 1.5km 구간에서 보행로 횡단 경사가 심한 곳이 많아 시민 보행 안전이 우려된다며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세종대로의 '대표 보행거리' 조성을 통해 자동차 중심이었던 서울의 도심을 보행자 중심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교목 191주 등을 심은 뒤 오는 3월부터 관목, 초화류 등을 심고 보도정비를 마치면 4월에는 쾌적한 시민 휴식공간이 조성될 것을 전망했다.

그러나 개통된 구간 보행로의 평균 횡단 경사가 6%에 이르고 있어 실제로 이 구간에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보행 약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걷는 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일례로 공사가 완료된 덕수궁 버스정류장↔시청역(2번 출구) 약 143m(평균 6.05%)와 시청교차로(올리브영)↔숭례문교차로(흥국생명) 구간 약 300m는 횡단 경사가 5.4~7%로 평균 6.5% 수준이었다. 

홍 의원은 “보도는 배수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보행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통행을 보장하는 구조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횡단 경사가 작을 필요가 있다”며 “국토교통부령인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28조와 국토교통부가 2018년 7월 발표한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 등을 보면, 보도의 횡단 경사는 2% 이하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형 상황 및 주변 건축물로 인해 부득이한 경우일 때 4%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대로 공사가 마무리돼 시민에게 전면 개방될 경우 시가 의도한 보행 친화 ‘사람숲길’이 아닌 ‘걷고 싶지 않은 길’로 전락할 것”이라며 “특히 평시보다도 겨울철에 노면에 결빙이 생기거나 우천 시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폐쇄된 숭례문 버스정류장(중앙차로·서울역 방향)에 대한 불편문제도 제기됐다.

이 정류장은 서울 도심에서 동작, 영등포 및 경기 남부권(수원) 등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으로 30여개 노선이 경유했었다. 하지만 공사가 완료되는 4월까지 노선버스들이 무정차 통과하면서 다른 정류장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숭례문 가변정류장에서 하차해 중앙차선에서 다른 버스를 바꿔 타면 용산역 방향으로 바로 갈 수 있었는데 중앙차선 정류장이 공사로 폐쇄돼 서울역버스환승센터까지 도보로 10분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홍 의원은 “안전성도 문제지만 세계 초일류 도시를 자부하는 서울시가 걷기조차 힘든 보행로를 두고 ‘서울의 대표 보행로’라고 대대적으로 자랑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세종대로 도로 공간 재편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람숲길’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서울역 교차로까지 약 1.5㎞ 구간의 도로 공간을 재편하는 것으로 총사업비 295억원이 투입됐다. 

차선 수를 줄여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고, 안전과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역사, 조경, 관광 등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1월 이후 선형공사가 마무리된 상황으로 수목 식재 및 띠녹지 등을 조성하고 보도정비를 마무리해 4월에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시는 광화문광장, 덕수궁, 숭례문, 서울로7017 등 인근의 대표적 관광지를 ‘걷는 길’로 연결하고 조경, 역사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접목해 ‘걷는 도시, 서울’ 정책을 상징하는 서울을 대표하는 보행길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홍선기 기자 transnews@gyoto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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