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車보험정비협의회’ 역시나 ‘공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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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車보험정비협의회’ 역시나 ‘공회전’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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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회의 진행 과정에도 협의 없는 이견만 속출
안건 상정 의결정족수 갖고도 정비업계 ‘온도차’
‘다급한’ 정비 vs ‘느긋한’ 손보…속내는 제각각
“룰 만들다 시간 다 간다…인상률 등 현안은 언제”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구성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지난 3월 1차 회의를 마치고 실질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실무회의가 진행 중이지만 소비자와 업계의 바람과 달리 시계추가 더디게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제도화되기 전 보험정비협의회 사례에 비춰볼 때 빠른 결정을 하고자 하는 정비업계와 시간을 지연해도 손해 볼 것 없는 보험업계 사이 진행 속도에 대한 속내가 다르고, 정비업계 내에서조차 쟁점 사안에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있어 향후 본 협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보험정비협의회 위원들이 구성된 6차례에 걸쳐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협의회에 올릴 안건과 협의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행할 지를 논의하는 실무회의는 2~3주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장소 섭외 등 사소한 안건에도 원만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나오며 쟁점 현안을 도출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실무회의의 쟁점은 협의회 안건 상정을 위한 의결정족수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먼저 정비업계 한 축인 한국검사정비연합회는 보험정비협의회 전체 위원 15명 중 5명. 의결정족수 3분의 1이면 안건을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손보업계는 과반수, 즉 공익위원 포함 8명이 찬성을 해야 안건 상정이 가능토록 하는 주장을 펼치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기에 전국검사정비연합회는 ‘과반수’를 주장하며 한국검사정비연합회와 의결정족수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못 찾으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 연합회는 이 같은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상태다. 한편 또 다른 축인 전문정비업계는 3분의 1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3년간 오르지 않았던 보험수가와 도장 재료비 인상이 정비업계 핵심 현안인데 보험정비협의 룰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너무 늘어지고 있다. ‘기 싸움’만 하는 형국”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비업계 내 의결정족수 관련 이견은 정비업계 위원 5명이 동의하면 안건을 올리자는 의견과 그럴 경우 잦은 일방적 안건 상정으로 핵심 현안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과반수로 안건을 상정해 합의 도출을 위한 의사 진행에 효율성을 확보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

양측 모두 업계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일각에선 이 같은 분위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선 현장 한 정비업체 대표는 “(의결정족수) 여기서도 이견이 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빠른 의사 진행을 위해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대승적으로 협조하고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비요금 인상률과 도장 재료비 등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보업계의 입장을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정비업계에 비해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정비요금 인상 부분에 대한 논의 자체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서다. 때문에 의결정족수 ‘과반 찬성’을 주장을 꺾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보험정비협의회 실무회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국토교통부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자배법 개정안에는 소관부처인 국토부의 역할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첨예하게 상충한 이해당사자 간 협의에서 공익위원으로 들어와 있는 국토부의 역할이 부재해 파행으로 가거나 시간만 보낸다면 그 책임이 국토부에 돌아갈 것임에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중재자와 사무국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의사진행이나 결정 과정이 지금보다는 원활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근 열린 실무회의에선 공익위원들의 실무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논의를 한 결과, 양 업계만으로 회의를 하는 것에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비업계 내에서 공익위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포지셔닝과 정치적 판단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있었지만 실무회의는 양 업계만으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결과물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열린 보험정비협의회에선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가 보험정비협의회 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협의회 쟁점이 된 조항을 제외한 운영규정안과 도장 재료비 안건을 위한 TF팀 구성에 합의했다.

실무회의의 실효성과 진행 과정 전반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역할분담을 조직화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일명을 요구한 한 실무회의 참석자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협의회가 제도화 됐음에도 외부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지금보다는 논의의 속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이해당사자들이 협의 전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소비자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는 합리적 보험정비요금 산출 등 대안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일선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일각에서 흘러나온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정비업계 8%대 정비요금 인상설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그 같은 수치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도 산출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데 그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보험정비협의회의 다음 실무회의는 5월 7일, 2차 본회의는 20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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