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내 안전사고·배차 간격이 가장 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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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내 안전사고·배차 간격이 가장 큰 고민
  • 홍선기 기자 transnews@gyotogn.com
  • 승인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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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말하는 서울 시내버스 현장의 애로

차내 안전사고 버스 사고 중 42.6%나
앞뒤 상황 모른 채 ‘무정차’ 민원 골머리
운행노선 고려 없는 5030 정책도 문제

[교통신문 홍선기 기자] 올해 1월 경기 파주에서 20대 승객이 하차하던 중 옷이 버스 뒤쪽출입문에 끼어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여기서 불거진 문제가 버스의 배차 간격이었다. 서울은 준공영제를 운영하면서, 현재 넉넉한 배차 간격을 보장해주고 있다. 그런 서울 버스에서도 애로사항은 있기 마련이다. 승객뿐 아니라 기사들 입장에서도 그렇다. 교통사고는 기사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운전자 최대의 딜레마

시내버스 기사들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차내 안전사고다. 버스는 정상적으로 진행했으나, 승객이 핸드폰을 보다가 손잡이를 꽉 잡지 않는 경우나 교통약자 및 노약자가 차내에서 넘어지는 사고다. 

자동차손해배상법 3조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가 운행 중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거나, 숨지게 했다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고 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정차한 버스에서 손님이 혼자서 넘어졌을 경우 버스회사의 과실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행 중인 버스에서 승객이 넘어졌을 경우, 기사의 과실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승객의 일부 과실이 인정될 수는 있으나 기사가 50%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버스가 주행 도중 전방에 동물(개)이 나타나 앞 차량이 급정거했고, 뒤를 따르던 버스는 사고를 피하려고 급정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차내 승객이 넘어졌는데 법원은 버스회사의 90% 과실을 인정했고, 치료비와 위자료로 2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운수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차내 안전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42.6% 수준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봤다. 이 중 차내 전도사고는 33.8%, 승하차 사고는 8.8%였다.

특히 차내 안전사고는 중상 사고 비율이 31.3%로 전체 버스 교통사고의 22%에 비해서도 더 높은 수준이었다.

‘정차’했어도 민원은 계속

과거 서울 시내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해 정차 지점에서 승하차 승객이 있는 데도 정차하지 않거나 하차 승객이 내리자마자 도망치듯 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2004년 준공영제 이후 기사들의 급여, 배차가 점차 개선돼 현재는 버스에 타려는 승객을 태우지 않고 정류장을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한해 평균 5400여건에 달하는 버스 민원 가운데, 무정차에 관한 것은 약 3000건이고, 이 중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은 1000여건에 달했다.

민원이 접수되고 무정차로 인정돼 과태료 처분을 받을 경우 기사는 10만원을 내야 한다. 이런 승객의 민원신고는 노선버스의 무정차 통과를 막는 순기능도 있으나 기사 입장에서는 애로사항도 있다고 했다. 분명히 정류장에 정차했지만, 민원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매일 출근 시간이면, 버스 내부가 혼잡해 출입문을 여닫을 때 승객들이 다칠까 우려되는 상황에 앞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경우엔 기사가 수신호를 하면 보통 뒤차를 이용하지만, 일부는 ‘무정차’로 신고를 하는데 이것은 문제라고 기사들은 토로했다.

이미 버스는 정류장에서 출발한 직후인데 무단횡단을 해 뛰어와서는 타려고 하는 승객도 있다고 했다. 버스는 이미 가속력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세우기도 어렵지만, 기분이 상한 승객이 무정차 민원을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주행시간 5시간···화장실 문제도

올해 3월 742번(구 751) 버스가 교대역으로 노선을 연장함에 따라 노선은 왕복 10km 정도 늘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차량 증차나 기사들의 휴게시간, 배차 간격 등은 미처 고려되지 못했다. 

이에 한 기사가 “5시간 동안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쉬지 않고 일해야 된다”며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것이다.

이 노선은 전체 길이가 왕복 58km로 서울에서 수원 간 거리 수준이지만 도심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에 시내 교통상황에 어떨 때는 기약도 없이 도로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 휴게시간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노선만이 아니라고 했다. 같은 운수사의 753번, 752번 회차지에 갔다가 쉬지도 못하고 나가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또 청계천을 통과하는 어떤 노선은 도심 구간의 상습정체가 심해 신호위반을 하지 않으면 배차를 맞춰 운행할 수 없는 때도 있다고 했다.

한편 시는 장거리 노선이라고 무작정 폐선을 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실제로 간선버스 중 최장노선인 108번은 올해 초 폐선됐으나, 일부 장거리 노선들은 여전히 그 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폐선하거나 단축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뻥 뚫린 강변도로서도 시속 60km

안전속도 5030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은 이 정책에 큰 애로사항은 없다고 했다.

애초에 도심을 달리는 시내버스 입장에선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를 달리기엔 시속 50km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양한 노선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적용된 부분이었다. 9711번 등 일부 광역노선의 경우 약 15km의 장거리를 ‘자동차전용도로’로 통과해야 하는데 속도를 60km 수준으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 노선은 왕복 100km로 서울 시내버스 중 최장 거리를 운행하고 있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늦어진 속도를 만회하기 위해 도심에선 오히려 급히 운행해야 하고, 심지어 신호위반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마포대교나 동작대교 등 뻥 뚫린 도로의 경우 자가용들이 버스를 답답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대교 중심부에서 실제로 차량 들을 살펴보면, 시속 50km 이상으로 통행하고 있었고, 현실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 수준의 탁 트인 도로라는 것이다.

이 구간에선 차선변경을 하려 해도 차량 간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운행에 불편이 있었다.

이처럼 노선별 특이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인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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