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방치 자전거…처리 놓고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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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방치 자전거…처리 놓고 난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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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로 쓰기도 어려워
"업사이클링 연구 필요"

안 그래도 좁은 골목에 소방차는 물론이고 택배차 1대 못 들어오잖아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역 1번 출구 앞 거리. 주말을 맞아 딸과 함께 산책을 나온 주민 금모(56)씨는 연신 혀를 찼다.

견인 계고장이 붙은 지 1주일이 지나도 그대로 놓여있는 방치 자전거 60여대 때문이다. 자전거마다 타이어는 바람이 빠져 가라앉았고 안장에는 누런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다.

서울에서만 한해 1만대 이상 발생하는 방치 자전거를 처리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자전거로 재활용하거나 고철로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이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의 '자전거 이용 현황'을 보면 2019년 기준 전국에서 수거한 방치 자전거는 3만4609대로 2014년 1만6585대에서 5년 새 2배로 뛰었다. 서울에서는 같은 기간 1만1498대에서 1만7911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해동안 방치 자전거 549대를 수거한 서울 성동구는 13일까지 용답역의 방치 자전거를 모두 처리했다. 인접한 광진구도 이달 94대를 처분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595대를 수거해 처분 공고를 냈다.

본래 주인이 자전거를 되찾아갈지 몰라 방치 자전거를 일정 기간 보관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성동구의 방치 자전거를 보관하는 옥수자전거대여소 직원 김모(63)씨는 "주인이 되찾아가는 자전거는 100대 중 1대도 안 된다"며 "새 자전거 값이 고치는 비용보다 싸니 견인하겠다고 하면 '잘됐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방치 자전거에서 쓸 만한 부품을 골라 '재생 자전거'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부하거나 싸게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재활용 가능한 자전거는 100대 중 5대꼴"이라며 "90% 이상을 고철로 매각하거나 폐기물로 버린다"고 말했다.

한 고물상 업자는 "방치 자전거는 고철로서 가치가 거의 없어 업자들은 '똥철'이라고 한다"며 "녹도 많이 슬고 고무 타이어를 떼어내야 하는 등 작업에 손이 많이 가 돈을 주고 사 오기는커녕 고물상들이 공짜로 치워주는 셈"이라고 했다.

이에 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관배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 교수는 "폐자전거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이 필요하다"며 "자전거 부품이 가볍고 내구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가구나 패션 상품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개발·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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