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교통 이용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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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교통 이용 천태만상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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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주치는 일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 역력


버스·지하철 승객 대화없는 시대에 적응중
눈만 마주쳐도 돌아서는 ‘사람기피’ 현상도
극도로 민감한 택시운전자 아예 대화 기피
영업시간 제한돼 대리운전비 2배까지 뛰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생활이 크게 달라졌지만, 그 중 교통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까지 주로 감염을 우려해 이전과 다른 교통수단 이용 패턴을 보이고 있고, 개인의 방역에 관한 기준이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불협화음이 나타나는 일도 있다. 시민 교통생활에서 코로나19가 만든 몇몇 ‘전에 없던 상황’을 소개한다.

#1 대중교통

서울 구로구에 사는 A씨(49)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으로, 출근길 무엇보다 중요하게 챙기는 것은 마스크다. 보통 하루 한 장이면 된다고 하나 A씨는 서너장을 챙겨 집을 나선다. 특히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서는 지하철로 40분, 버스로 또 20분 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아침부터 땀이 범벅이 되기 때문이다.

버스는 그나마 앉을 때가 많지만, 지하철이 고통스럽다. 사람들 틈새 끼어가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옆 사람의 호흡이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리저리 고래를 돌려가며 호흡이 편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려 노력하는 동안 온 몸에 다 젖어버린다.

게중에는 눈의 띄게 접촉을 꺼리며 사소한 접촉이나 대면에 짜증을 부리는 이도 있다. 우연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바로 서 있는 방향을 돌려버리기에 주변에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업무차 낮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A씨는 또다른 세계와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승객끼리 대화를 나누는 일은 아예 없어졌어요. 저마다 혼자 다니는 듯 말이 없어진 겁니다.”

그나마 학생들이 탑승하면 두세명이 대화를 하는 일이 있어도, 바로 옆자리 승객이 입을 다물 것을 요구해 실내는 금세 어색하고 싸늘한 분위기로 돌변한다.

차에서 내려 걷는 동안에도 어색한 분위기는 이어진다. 사람들마다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아주 가까이서 확인하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애써 어깨조차 부딪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미스테리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고 한다.

귀가 후 만나는 가족들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것인지 말이 없고, 고교생인 딸아이 조차 따로 식사를 하는 것이 예사가 돼 버렸다.

#2 택시

자동차 운전을 즐기지 않는 B씨(50)는 자동차는 주로 업무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회사에 두고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주로 이용하는데, 최근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마음이 크게 상했다고 한다.

저녁 식사자리가 끝나고 오후 8시가 넘은 시간, 귀가를 위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탑승을 하는데 택시운전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마스크 똑바로 써요”

B씨가 깜짝 놀라 자신의 마스크 착용 상태를 확인한 바 정상적인 착용에서 살짝 내려 착용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소위 ‘턱스크’ 등과 같이 규정을 위반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를 본 택시 운전자가 야단치듯 고함을 지르는 것이 이상했다.

운전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대략 70대 전후의 고령자로 보였지만 목소리가 굵고 우렁차 사람에 따라서는 위압을 느낄만한 수준이었다.

B씨는 목적지를 말하면서 “왜 그렇게 고함을 치시느냐”고 다소 침착하게 물었는데, 운전자는 아무 대답없이 손을 자신의 마스크 앞으로 내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한 몸짓을 연발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듯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였다.

좀은 어색해진 B씨가 다시 “뭐 그렇게 까지 하실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도 마스크를 꼈지 않나요?”라고 말을 했으나 운전자는 여전히 말을 하지 마라는 듯한 손짓을 반복하며 운전석 옆의 창문을 내렸다.

B씨는 운전자의 태도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말을 걸었다가는 시비가 될 것 같아 말문을 닫고 말았지만, 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3 대리운전

마포구 중동에서 서초동까지 자가용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C씨(55)에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만은 다른 데 있다. 현장 마케팅이라는 직업상 거의 매일 술자리를 갖는 C씨는 평소에도 술자리 이후 대리운전을 자주 이용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대리운전비 부담이 이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1주일 전 오후 9시 이후 술자리가 제한되던 때 9시가 다 된 시간에 술자리를 끝내면서 대리운전을 부르면 연결이 안되는 일이 잦았는데, 간신히 연결이 돼도 기사가 없다는 말과 함께 하염없이 리콜이 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 연후에 다시 대리운전업소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 나왔다. “요금을 3만5천원으로 올려 보시지요” 평소 기준으로 2만원이면 가능했던 대리운전이 3만5천원까지 요금을 높여도 기사와 연결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윽고 다시 연결이 됐을 때는 4만원 요금을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었다. 처음 대리운전을 부른 시간에서 거의 한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그것도 평소 요금의 배를 지불한다는 조건에 동의하고서야 비로소 기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시간에 술자리가 끝나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기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렵게 만난 기사는 그렇게 말하고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 12일 이후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게 변했다. 6시 이후 술자리가 끝나 대리운전을 부르면 거의 대부분 이미 오른 요금을 제시한다. C씨는 “코로나가 대리운전 요금만 올렸다”며 아예 술자리를 줄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코로나19는 시민 생활 구석구석 크고작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고, 확산이 계속되는 한 변화는 거듭될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보건적 측면과 구성원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위협 못지 않게 변화의 구체적인 부분이 공동체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어려운 시기, 공동체가 지켜온 상식의 끈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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