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사고 사각지대 없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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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 사고 사각지대 없애겠다”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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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 제도 추진

“플랫폼 배달라이더에 대한 산업재해보장보험 정착까지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나도 여러 이유로 본인 치료에 대한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 제도를 추진하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배달라이더 업계에 산재보험이 정착하기 전 교통사고를 당한 라이더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와 배달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 배달주문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음식 배달 중개 플랫폼 중 하나인 ‘배달의 민족’의 지난 8월 한 달간 주문량은 1억 건을 돌파했다. 배달의 90%는 지역 배달대행업체가 차지했다.

배달주문이 급증하면서 음식을 배달하는 이륜자동차 사고 역시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국회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이륜차 사고는 2018년 1만7611건, 2019년 2만898건, 지난해 2만1258건 등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선릉역에서 발생한 화물차와 배달 오토바이의 교통사고 이후 경찰과 전국 각 지자체는 이륜차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배달라이더의 민간 종합보험 가입 비율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시가 지난 4~7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과 서울지역 배달대행업체 근로자 1016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종합보험에 가입했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이처럼 민간 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높은 보험료 탓이다. 특수고용근로종사자인 플랫폼 배달라이더가 가입해야 하는 ‘유상운송 보험’은 책임보험료만 연평균 200만원에 가깝다. 종합보험까지 더하면 2배 이상이다. 20대가 가입하거나 사고 이력이 누적되면 최대 1000만원까지 치솟는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 배달라이더 중 일부는 유상운송 보험이 아닌 가정용·업무용 보험인 소위 ‘출·퇴근용 보험’만 들고 일하는 게 일반 배달대행업계의 현실이다. 이들은 음식을 배달하다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의 보상 처리를 받을 수 없을뿐더러, 출·퇴근용 보험 가입 사실이 들통나면 오히려 추징금을 물어야 한다. 시의 조사에서도 배달라이더의 30.6%가 ‘출·퇴근용 보험’만 가입했다고 답했다.

지난 7월부터는 모든 배달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잘 모른다’, ‘산재보험료가 부담된다’, ‘배달지사가 가입을 꺼린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가입률은 42.9%에 불과했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는 배달라이더가 출·퇴근용 보험만 들고 일을 하다 교통사고가 나면 수백~수천만원의 치료비와 수리비를 물고, 정작 자신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도 일어난다. 배달대행 관계자는 “몇 달 동안 고생해서 번 돈을 한 번의 사고로 날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시는 장기적으로는 배달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서울에 거주하는 모든 배달라이더가 하루 빨리 최소한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 방향을 택했다.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은 만 16세 이상 이륜차 배달종사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사망, 후유장해, 골절진단 및 치료비를 시가 보장하도록 했다. 시는 연간 25억 원을 들여 민간손해보험사를 선정해 빠르면 다음달부터 2만3000여명의 서울지역 배달라이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배달라이더에 대한 산재보험이 정착되기까지 ▲배달라이더 안전 교육 ▲안전 캠페인 ▲이륜차 합동 단속 ▲산재보험 홍보 등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시의 계획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 19일 열린 서울시 국감에서 임 의원은 “한 명이라도 더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전망을 갖추는 것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마땅히 해야 될 일”이라며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은 매우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 단체 가입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재 가입률을 먼저 높인 다음에 업체에 지원하는 것이 시정 방침에 마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질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했다”며 “취지에 맞춰서 좀 더 정교한 정책적 조건을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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