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짓는 친체로 공항에 페루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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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짓는 친체로 공항에 페루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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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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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공사 착공···2025년 완공

페루 남동부 쿠스코주의 작은 마을, 친체로의 아르마스 광장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한 모자(母子)가 누군가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윽고 광장에 다다른 밴에서 양복 차림의 백발 노신사가 내리자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모자는 2019년 11월 친체로 신국제공항 부지를 시찰하러 왔을 때 만났던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꼭 2년 만에 재회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어머니 에디트 요바나(28)씨는 아들 발렌티노 오망 키스페(3)군의 길게 자란 머리카락 끝을 손 사장에게 쥐여 주고 가위 하나를 건넸다. 쿠스코에서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처음 잘라 주는 사람이 아이의 대부가 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요바나씨는 "사장님을 공항 부지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그때 아이를 애정을 가지고 안아준 것이 영광스러웠고 이번에 다시 오신다는 말씀을 듣고 기뻤다. 자른 머리카락은 평생 보관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은 한국공항공사가 이끄는 민관협력 컨소시엄 '팀코리아'가 진행해 온 친체로 신공항 사업의 본 공사 착공일이었다.
요바나씨를 비롯한 친체로 주민들은 신공항이 들어서기를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친체로 신공항 사업은 페루 정부가 40여년 전부터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여러 차례 무산됐다. 2019년 팀코리아 컨소시엄이 공항 건설 사업총괄관리(PMO)를 맡게 되면서 페루의 숙원 사업이 마침내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2025년이면 친체로 도심에서 2㎞가량 떨어진 해발 3700m의 고원에 4㎞ 길이의 활주로가 건설된다.
친체로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다는 요바나씨는 "신공항이 생기면 사람이 많이 들어오고 우리 마을이 발전하면서 삶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친체로는 2017년 기준 인구가 1만477명에 불과한 한적한 지역이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잉카 유적지인 마추픽추가 인근에 있어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
이곳 주민 델리아 키스페키야 와망 센트로포 블라도(54)씨 역시 친체로 신공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들이 여행 가이드로 일한다는 그는 "공항 덕에 친체로뿐 아니라 쿠스코주 전체가 발전하고 커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관광객이 오면 공예품과 농산물도 많이 팔려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모든 친체로 주민이 신공항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환경 파괴와 문화유적 훼손 가능성을 우려한 주민 민원도 다수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창완 사장은 "민원 사항 해결을 위해 주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시공사 측에서도 주민 지원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페루 문화재 보호구역인 신공항 건설 부지에서 자칫 유적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권덕우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공사를 시작하면서 고고학 탐사를 했고, 별다른 유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정밀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친체로 신공항 부지에서는 본공사에 앞서 지반 정지 작업인 토공사가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이다. 하루에 1500여명의 근무자가 투입돼 이달 12일 기준으로 약 45%의 토공사 공정률을 보인다. 설계 기간을 거쳐 내년 3월께 현장에서 착수될 본공사는 2024년 11월까지 이어진다.
그 이듬해 문을 열 공항은 약 400만㎡의 면적에 4㎞의 활주로와 국내선 11개·국제선 3개의 탑승교를 갖춘 중급 규모의 국제공항으로 건설된다. 연간 500만명이 넘는 여객을 받을 수 있어 마추픽추로 향하는 관문 공항의 역할을 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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