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택시 승차난, 원인과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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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택시 승차난, 원인과 대책은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1.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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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한시 해제했지만 심야 승차난 여전
골라태우기·법인 근로자 감소·부제 한계
승차난 해소 아이디어 많지만 장단점 뚜렷
요금 규제 풀고 스마트 모빌리티 활용 필요

지난달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면서 심야시간 택시 승차난도 함께 부활했다. 특히 주말이나 연말연시면 오후 10시부터 번화가 주변은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서울의 경우 택시 수요가 급증하자 평소보다 서둘러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했지만, ‘야간에 택시를 잡기 힘들다’는 하소연은 끊이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시대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시대가 왔어도 승차난은 여전한다.

택시 승차난은 왜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지 그 원인과 대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택시 승차난의 가장 큰 이유로는 택시 호출 앱의 ‘목적지 표시’가 손꼽힌다. 목적지를 보며 장거리 손님을 골라태우기 때문에 혼잡한 지역에 진입하거나 도심 외곽으로 가는 걸 꺼린다는 것이다.

택시 호출 콜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카카오T의 ‘목적지 표시’ 기능은 승차 거부 문제 외에도 자사 가맹택시의 콜 몰아주기 등 여러 가지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법인택시의 근로자 수가 감소한 것도 승차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근로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10만2320명에서 2만4000명 이상 줄었다. 서울에서만 9000여 명의 근로자가 떠났다. 근로환경이 열악한 택시업계의 특성상 구인난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개인택시의 부제 해제도 한계가 있다.

지자체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 등 주요 대도시는 2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개인택시의 부제를 해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주간에 영업하던 개인택시 기사들이 야간 피크타임까지 일하려면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조절하기 쉽지 않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개인택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밤 9시부터 부제 해제를 하면 밤 9시에 나와서 새벽 2시까지 5시간을 일하라는 거냐, 아니면 꼬박 12시간을 하란 거냐”며 “애당초 밤 9시부터 부제를 푼다는 것 자체는 실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영업을 가능하게 하면 오후 4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오후반’이 생겨 부제 해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차난의 해소 대책 중 우선 거론되는 것이 ‘요금 인상’이다. 수요가 몰리는 만큼 공급가를 높이자는 시장 논리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요금 인상’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손사래를 친다.

택시가 공공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는 만큼, 택시요금 인상이 다른 교통수단 요금 인상 등 주요 물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택시업계의 어려움은 잘 알지만, 물가에 민감한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나서지 못한다.

‘야간 할증시간 확대’도 같은 이유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택시 업계에서는 ‘부제를 완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제 완전 해제에 찬성하는 쪽은 “과거에는 차량 정비와 근로자의 충분한 휴식을 이유로 부제를 적용했고, 개인택시 수입도 사회 평균 소득보다 높아 양보 차원에서 부제를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개인택시 기사 역시 영세사업자로 전락해 명분이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제를 해제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은 “심야 피크타임이 2시간 정도에 불과한데, 번화가에서 손님 한두 번 태우면 피크타임이 끝나기 때문에 몇만 원 더 벌자고 무리해서 야간까지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또 부제 해제에 큰 영향을 받는 법인택시 및 택시노조와의 합의가 우선돼야 가능하다.

법인택시 업계에서는 지난해 ‘리스제(사내개인택시제)’를 제안한 바 있다. 현재 법인택시의 가동률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인택시 회사가 노는 택시를 개인택시 면허를 기다리고 있는 장기근속자 등과 계약을 맺고 운송사업 면허와 차량을 임대하도록 허용해 주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 역시 개인택시 업계가 반대하고 노조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게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일본과 미국처럼 ‘존(zone) 탄력요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피크타임에 강남과 신촌, 홍대 등 혼잡한 지역에서 승객을 태우면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으로 승차난 해소을 돕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김 처장은 “스마트호출요금처럼 웃돈을 주는 방식은 ‘기본료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피크타임 때 수요가 몰리는 곳에서 승객을 태우는 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승차난 해소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유연성을 십분 활용해 공급과 수요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우버와 타다 등 다양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출·퇴근시간과 피크타임에 투입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맞추는 방식 등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규제를 서둘렀다”며 “현재 택시업계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정부의 낡은 제도 탓에 젊은 사람은 빠져나가고, 개인택시 기사의 고령화는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차의 발달과 스마트 모빌리티 진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지금부터라도 정부·업계·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택시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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