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칼럼] 스쿨존, 확실한 안전지대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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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칼럼] 스쿨존, 확실한 안전지대로 거듭나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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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어린이보호구역, 일명 스쿨존에서의 어린이교통사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0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부상자는 500명을 넘고 있다. 지난 5년간 발생건수 자체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의 사고건수와 부상자 수가 각각 25%, 30% 이상씩 줄어든 것에 비하면 특별히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설치하면서까지 노력한 효과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더군다나 지난 몇 년은 아동인구도 감소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조차 못한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은 1995년 도로교통법에 도입된 이래 지금은 전국의 대부분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돼 있다.
몇 차례 법 개정을 통해 지금은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서 세부적인 시행방법을 지정하고 있다.
여건에 따라 조정될 수는 있으나 통상 학교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 중에서 일정 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대부분의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속도를 30km/h로 규제하면서 안내표지와 신호기,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용 턱 등 도로부속물이 설치돼있고 초등학교의 주출입문과 연결돼있는 도로에는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게 돼 있다.
2019년에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 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일명 민식이법이 통과돼 2020년 3월25일부터 시행됐다. 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내 안전운전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 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 11일 부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승용차 주정차 벌금이 이전의 4만원에서 3배가 오른 12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와 노력을 감안한다고 해도 아직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를 근절시키는 효과가 확실하다고 볼 수 없다.
어린이보호구역을 통행하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의 존재 유무보다는 과속단속카메라만을 의식하고 속도를 줄이는 행위가 우선이다.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을 단속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거기에 더해서 어린이보호구역의 도로교통 환경이 각양각색이다 보니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일관성 있는 운전행위로 정착되기도 어렵다.
주택가 생활도로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도 있고 간선도로, 국도에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설치되고 운영되는 방법은 운전자를 단속하거나 교통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하는 것이 중점을 이루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경각심을 갖고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는 자세보다는 처벌과 벌금에 대비한 운전자보험 가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민식이법 시행직후인 2020년 2분기 운전자보험 신규 계약 체결 건수는 전년 동기 165%나 폭증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교통사고로부터 완전한 안전지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의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공장에서 찍어 내는 것 같은 획일적인 어린이보호구역의 설치 운영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교의 입지와 주변 도로체계, 토지이용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으로 정비돼야 한다.
크게는 간선도로와 국도에 접한 어린이보호구역과 주거지역내 생활도로에 접한 어린이보호구역을 구분해 정비해야 한다.
간선도로와 국도에 접한 어린이보호구역은 현행 과속단속카메라를 중심으로 하는 속도규제를 우선하되 차와 보행자가 충돌시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보차분리를 완벽하게 시행해야 한다. 육교도 활용하고 보차분리 펜스 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학용 교문을 따로 개설해 통학로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
주거지역 어린이보호구역은 이미 도시지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5030 속도규제 정책으로 생활도로 전 구간이 30km/h로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과속단속 규제보다는 학교주변 전체 지역을 ‘아마존’ 즉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지역 차원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
강화된 주정차 금지에 더해 1톤 이상 화물차의 통행을 원천 봉쇄하고 진입 시점에 화물차 우회 경로를 안내해야 한다. 화물 조업이나 정차의 경우도 사전에 허가를 득한 차량에 한해 특정 시간대에만 허용돼야 한다.
둘째, 단속과 처벌 보다는 어린이보호구역의 취지를 완전히 동감하고, 동참하는 교통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경찰과 지자체만의 노력보다는 학교, 학부모, 어린이가 함께 만들고 가꿔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계에 모두가 참여하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어린이보호구역내 도로를 통학로로 지정하고 도로설계, 교통운영, 안전표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통학로에 적용하는 도로설계안을 폭원별로 마련하고 통학로에 적용되는 기준은 일반 기준보다 차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6m이하의 도로는 일방통행을 적극 도입해 어린이의 보행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현행 경찰 주도의 교통규제 차원에서 통학로 전 구간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도로정비, 주거환경 정비 차원으로 전개돼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이 그동안 확대 보급에 역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어린이, 학부모, 운전자 모두 확실한 안전지대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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