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행렬 덮친 승용차···일본의 고령 운전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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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행렬 덮친 승용차···일본의 고령 운전 '그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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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핸들 조작 실수로 사고 빈발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소식을 최근에 부쩍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난 9일 오전 아이치(愛知)현의 기초지자체인 히가시우라초(東浦町)의 한 교차로에서 줄 맞춰 이동하는 어린이들을 향해 승용차가 돌진했다.
어린이와 보육원 인솔자 등 약 40명이 산책하러 공원을 향하고 있었는데 차가 달려든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74세 남성이 차를 몰고 있었다.
사고 운전자는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고 어린이 1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후에는 도쿄 고토구의 교차로에서는 승용차가 정차 중인 경차를 추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승용차는 스쿨버스, 경트럭 등과 충돌하는 등 연쇄 사고<사진>를 일으켰고 일련의 사고로 10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80대 남성이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두 사고 모두 고령 운전자에 의한 대형 참사로 기록될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일본 내각부가 펴낸 2020년 교통안전백서를 확인해보면 2019년까지 10년 동안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4463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돼 있었다.
일본 경찰청은 2019년에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망사고의 인적 원인 중 28%가 운전대 방향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거나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액셀)을 밟는 등 차량 조작 실수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75세 미만 운전자의 경우 조작 실수에 의한 사고가 16%였던 것과 대비된다.
물론 돌발상황 대응력이나 차량 조작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으니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고 일괄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일본 당국은 노인이 차를 몰다 사고를 낼 위험이 크다고 보고 제도를 정비했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신체 기능이 저하돼 순간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대응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1997년에 75세 이상이 모는 차량에 대한 인식표 제도를 시행했고 2002년에 대상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2009년에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인지기능 검사제도를 도입·시행했다.
고령자의 운전 포기도 유도하고 있다.
희망자의 면허를 당국이 취소하는 운전면허 자율 반납 제도를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 교통망이 취약한 산간이나 농촌 거주자는 자가용 차가 없으면 생활에 불편이 커 여전히 많은 고령자가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고령 운전자는 계속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만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면허 보유자 기준)는 1195만 명으로 전체 운전자의 약 14.5%를 점했다.
1995년에는 70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이 3.1%에 불과했는데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운전자의 비중이 급속히 확대한 것이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일본 인구 중 75세 이상은 14.9%였다.
한국의 연령별 주민등록 인구 구성(연앙인구)은 지난해 기준 75세 이상이 12.0% 수준이었다.
저출생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한국이 맞이할 상황을 일본이 조금 먼저 겪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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