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떨어진 여객차 차령제도 언제까지 고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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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떨어진 여객차 차령제도 언제까지 고수하나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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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성 향상·친환경차 등장 등 시대 바뀌어
업계, 차령 연장·충당연한 완화 등 제도 개선 요구
“정부-전문가-노사 함께 합의 이뤄야 실현 가능해”

“카센터가 예전보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신차들의 내구성이 워낙 좋아서 수리할 일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네요.”

서울의 한 렌터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자동차의 내구도와 완성도는 해마다 발전하고 있지만, 여객자동차의 운행연한을 제한하는 ‘차령제한제도’는 수십년째 제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 팬더믹(대유행)의 영향과 전기·수소전기차 등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시대 흐름에 맞춰 낡은 차령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차령제도는 1973년 도로를 주행하는 사업용 차량의 운행 가능 연령을 제한할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정기적 관리 검사 ▲일정 수준 이상 서비스 유지 ▲차량 노후화에 따른 교통사고 예방 ▲배출가스 저감 등 교통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차령제도와 함께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면허, 등록, 증차 또는 대폐차에 충당하는 자동차의 차령인 ‘차량 충당연한’은 기본적으로 승용차 1년, 승합차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버스 등 노선여객운송사업과 구역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대폐차하는 경우는 6년 이내로 했다.

차령제도는 이후 2001년 한 차례 개정된 뒤 일부 보완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틀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사업용 자동차의 차령은 개인택시의 경우 경형과 소형은 5년, 배기량 2400㏄ 미만은 7년, 2400㏄ 이상과 친환경택시는 9년이다. 법인택시는 경형과 소형이 3년 6개월, 배기량 2400㏄ 미만은 4년, 2400㏄ 이상과 친환경택시는 6년이다.

렌터카는 경형·소형·중형이 5년, 대형이 8년이며 플랫폼운송사업용 승용차는 2400㏄ 미만은 4년, 2400㏄ 이상과 친환경택시는 6년이다.

버스와 택시는 6개월마다 임시검사를 통과하면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같은 차령 제한에 대해 여객업계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며 수십년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자동차의 내구성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증수리 기간이 1년에서 3~5년으로 늘어난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한 검사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내연기관 완성차 기술은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역시 차령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S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2년 ‘여객자동차 차령제도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차량 노후화는 실제 운행한 주행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지역별, 업종별로 운행 형태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차령 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도 지난해 ‘노선버스운송사업 온실가스 감축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차령 검증 용역 등을 추진해 전기·수소버스에 대한 차령을 최소 4년 더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차령 연장이나 차령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도 이같은 요구에 제도를 꾸준히 손보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국토부는 2020년 기본 차령이 만료됐거나 만료될 예정인 버스와 택시의 기본 차령을 한시적으로 1년 연장했다.

또 지난해 전세버스의 기본 차령을 9년에서 11년으로, 특수여객차량은 10년 6개월에서 6개월을 연장했다. 그러나 노선버스 차령 연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객업계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차령 연장이나 차량 충당연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버스업계는 배기가스 등 환경 기준 이상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량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친환경 버스와 굴절버스, 2층버스 등 대용량버스에 대해서는 차령제도 적용을 폐지하거나 일반 버스와 차별화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택시는 특히 개인택시 업계에서 대폐차 차량 충당연한을 2~3년으로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최근 조합 회보를 통해 “매년 대폐차되고 있는 자동차의 평균 대수는 약 2만 8000대”라며 “현재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차량 출고가 지연되며 차량 등록조차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운송사업에 1년 이상 사용한 승용차는 모범 및 고급택시로 면허 전환 시 택시용 차량으로 등록할 수 없어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며 “차령의 1/2이 넘지 않은 차량으로 대폐차(연장 가능 기간 제외)할 수 있도록 여객법 84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여자동차조합 역시 전기차 렌터카의 차량 완화 및 차량 충당연한을 승용·승합 5년으로 연장하고, 대여사업자 간 이전 등록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들에 대해 국토부는 “업계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고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차령제도와 관련한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차령과 충당연한 완화는 여객업계의 오랜 숙원이지만, 교통사고 등 안전 문제와 운수종사자의 처우가 직결돼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수불가결하다.

버스·택시 노동계는 “일방적인 차령 완화는 운전자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차량 노후화로 인해 노동자와 승객의 사고 위험을 높인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교통 운송수단의 발달과 다양한 형태의 이동수단 출현 등 급변하는 현실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전문가, 노사 등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대중교통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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