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제로’ 회전교차로를 상상해본다
상태바
‘사고 제로’ 회전교차로를 상상해본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현상이 반복되는 주기가 있듯이, 가끔은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주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전교차로가 그런 듯하다. 2010년 회전교차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10여 년이 지나 2020년부터 또 하나의 교통안전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회전교차로를 도입한 후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2000년대 후반 본격 도입됐다. 이후 2010년에는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이 마련됐다. 작년인 2021년에는 설계지침 관련 연구가 진행되며, 올해 회전교차로 설계지침 개정안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회전교차로도 이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개선의 바람이 풀고 있는 회전교차로에 대해 교통안전 측면에서 되짚어보려고 한다.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중앙에 설치된 원형 교통섬으로, 자동차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해 통과하는 평면교차로의 한 형태이다. 회전교차로는 도시나 도로를 계획할 때 새롭게 설치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운영 중인 신호교차로 중 교통량이 비교적 적고 교통사고 위험이 큰 신호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변경한다. 이는 회전교차로가 신호교차로보다 상충 횟수가 적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또한 회전교차로는 신호교차로에 비해 불필요한 차량 대기시간을 줄이고, 그로 인한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여러 장점 덕분에 오래 전부터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전교차로를 도입해 왔다. 교통공학 측면에서 회전교차로는 ‘교통소통과 ‘교통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효과를 주고 있는 교차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과연 회전교차로는 관리자와 이용자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가? 교통안전 측면에서 말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564개의 회전교차로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회전교차로 설치 후 교통사고는 24.7% 감소했고, 사상자는 33.1% 감소했다. 절대로 작지 않은 개선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여러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회전교차로에 한정해 교통사고 데이터를 살펴보니 그 추세가 주목할만하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단위의 회전교차로 교통사고는 2012년 559건에서 지속해서 증가해, 2021년 152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2012년 6명에서 시작해, 최고 15명(2016년)까지 증가한다. 2021년에는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수는 2012년 854건에서 2021년 2293건으로 매우 증가했다. 사고 건수만 보면, 연평균증가율이 무려 11.8%에 달한다. 
물론 회전교차로 설치가 확대되고, 교통환경이 변해 교통사고가 증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회전교차로 설치현황 자료와 비교한 회전교차로 1개소당 사고 건수가 2012년 4.9건에서 2020년 7.8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은 교통안전 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다(참고로 회전교차로 1개소당 사고 건수는 2013년 3.8건으로 최저치, 2018년 8.7건으로 최고치임).
회전교차로 교통사고 증가 현상은 사회현상 측면과 이용자 행태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사회현상 측면이다. 회전교차로는 주로 교통량이 적은 지방지역에 많이 설치되고 있다. 지방도와 시군구도에 설치된 회전교차로(총 1386개)의 비중이 89%에 달한다. 지방지역에 고령자가 많다는 인구학적 특징을 고려해보자. 최소한 50대 이상의 운전자들은 운전에 관한 교육이나 학습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아마도 수십 년 전 운전면허시험에서 잠시 배웠던 운전 방법과 통행 방법 등이 전부일 것이다. 신호교차로와 달리 회전 차량에 대한 양보가 우선시 돼야 하는, 회전교차로의 독특한 통행우선권에 대해서도 이들 운전자가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교통안전의 우수성이 높은 회전교차로이지만, 양보와 배려라는 교통안전 철학이 담겨 있는 회전교차로에 대해 도로 이용자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안전하게 설계했더라도 회전교차로가 이용자 모두에게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하나의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을 포함한 이용자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전면허시험이나 교통안전교육에서 회전교차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이용자 행태 측면이다. 회전교차로 설치가 확대되고 있지만, 신호교차로와 인접해 운영되기도 한다. 신호교차로와 회전교차로는 기하구조 측면에서도 다를 뿐만 아니라, 통행방식 등 교통환경이 전혀 다르다. 설계자나 관리자 관점이 아닌 이용자 관점에서 전체적인 도로 및 교통환경을 고려해 계획되고, 설계 운영돼야 한다. 이용자 관점에서 잘못 설치된 회전교차로로 인해 이용자들은 물론 관리자들에게도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역주행을 유발하는 회전차로 또는 진입차로, 무분별하게 설치된 화물차 턱, 이용자가 인식하기 어려운 교통시설(안전시설, 노면표시 등)은 모두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 
또한 회전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는 경찰이나 보험회사의 과실 비율 판정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안전은 섬세하고, 정교해야 한다. 안전에는 인간의 행태 특성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태는 짧은 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회전교차로를 확대하려면 이용자 행태 측면에서 지역의 교통환경(교통량, 속도, 통과차량 분포, 안전시설 등)에 대해 정교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국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회전교차로는 신호교차로에 비해 설치 수량이 매우 적고, 교통사고도 전체 교통사고에 비하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 점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들을 소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형 사고에만 민감한 우리 사회가 회전교차로로 보내는 작은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회전교차로를 확대 설치하려고 한다면, 조금 더 세밀한 안전 확보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왜 교통사고가 발생했는지, 심층적이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지엽적인 분석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교통환경요인들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되짚어보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사고 없는 회전교차로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