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대란 속 ‘가동률 225%’ SG모빌리티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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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대란 속 ‘가동률 225%’ SG모빌리티의 비결은?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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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 주5일제·배차시스템·복지몰 도입 등 혁신     
노사 신뢰 기반 투명 경영·직원 복지 향상 주효
‘근무형태 한계’ 극복할 선도 모델 될지 관심 집중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대란’이 뉴스 사회면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 승차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법인택시 근로자 감소’가 지목된다.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법인택시 근로자 3만 명이 업계를 빠져나갔다.

택시노조는 택시요금 현실화를 바탕으로 ‘택시기사의 직접 수입 증대 보장’과 ‘처우 개선’이 노동자들을 돌아오게 할 근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나 동의하지만, 당장 현실에 적용하긴 어렵다.

전국 법인택시 평균 가동률이 30~6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월 가동률 ‘226%’를 기록했다는 한 법인택시 회사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업계 최초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우고, 지난달부터는 ‘주5일제 근무’까지 도입했다고 했다.

차고지에 택시가 놀고 있어 리스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그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정 근로시간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전국에서 소송이 빗발치는 상황에 ‘전액관리제를 시행한다’는 말은 더더욱 믿기 어려웠다. ‘기준운송수입금’을 사납금 형태로 이름만 바꿨을 거라는 의심이 앞섰다.

반신반의 속에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SG모빌리티(옛 신갈운수) 사업장을 찾았다.

◇‘위험한 도전’ 결단 : 1995년 출발한 SG모빌리티가 처음부터 잘나갔던 것은 아니다. 

2020년 1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시행됐다. SG모빌리티 역시 근로자들의 실질 수입 감소로 많은 직원들이 이탈하며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터지자 승객도 급감했다.

강석훈 SG모빌리티 부사장은 “2020년 4월 회사가 4대 보험을 연체하자 기사들이 ‘주차장 아스콘 깔 돈으로 월급이나 제대로 달라’며 반발이 심해 힘들었다”며 2년 전 상황을 떠올렸다.

혼란 속에서 SG모빌리티 노사는 “택시회사가 아니라 일반 직장처럼 직원을 대우하자”는 목표에 합의해 ▲회사 경영의 투명한 공개 ▲근로환경 개선 ▲근로자 복지 제도 도입 ▲공정한 인사 및 교육체계 수립 ▲독자적인 성과급 체계 도입 등을 당초 목표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5월은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맺고 카카오T블루 운행을 시작했다. 카드 매출로 인한 세금 발생으로 월급이 줄어든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는 건 노조의 몫이었다.

심지훈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SG모빌리티노동조합 위원장은 “제가 먼저 앞장서서 직원들이 휴게소에 남기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일부터 솔선수범했다”며 “노사가 어려움을 함께 나누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성과급제 도입 : SG모빌리티는 2020년 12월 업계 최초로 ‘기업부설연구소’인 ‘택시서비스연구소’를 세웠다. 급변하는 업계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였다.

택시서비스연구소는 기사들을 수습/기사/선임/책임/수석으로 나누는 직급제를 도입했다. 또 팀 제도를 만들어 팀장이 자기 팀의 신차 배정과 기사 평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인사평가 제도도 입금액 달성율, 고객 평점, 콜 거절율, 차량 사고, 차량 관리 등 항목을 세분화해 객관성을 높였다.

특히 성과급 지급 체계는 타 회사와는 다른 SG모빌리티의 핵심 전략이자 ‘성실 근로’의 원천이다.

기준금을 410만원으로 잡고, 410~460만원은 기사가 56%, 회사가 44%를 가져간다. 461~510만이면 기사가 65%, 회사가 37%를 가져가는 등 기준금이 높을수록 기사의 지급 비율을 높여 최대 82%까지 기사가 가져가게 했다.

올해 SG모빌리티의 임금협정서는 고작 3장에 불과하다. 기준금에서 부가세를 제외하고,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는 기본급과 별도로 책정하도록 해 전액관리제 취지를 반영했다.

회사의 경영 현황과 직원들의 월급도 어떤 기준으로 지급했는지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기사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해 2년 동안 5억원을 들여 꼼꼼히 준비했다.

건물 1층에 있는 기사 휴게실은 무인 매점을 차려 컵라면과 과자, 물과 음료수 등을 시중 가격보다 30% 저렴하게 제공한다.

온장고 안에는 매일 새벽 신선한 토스트와 김밥 등을 채워 넣어 개당 1500원만 받는다.

심 위원장은 “야간 운행을 마친 기사들이 식사를 마친 직후 잠들어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고생하지 않게 돕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캡슐방 휴게실 신설, 여성기사 전용 휴게실 신설, 헬스장 리모델링, 최신식 화장실 리모델링을 마치고 현재 정비센터 건물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0년 11월에는 연 2% 금리로 긴급생활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포인트몰도 구축해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자사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는 사측이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등 직원 보호에도 앞장섰다.

◇성과 바탕으로 ‘워라밸’ 실현 :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 106명이던 직원은 8월 현재 179명까지 늘었다. 지난달 가동률도 226%를 기록하며 9억 3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카모로부터 친절한 서비스와 성실한 콜 수행을 인정받아 콜 수수료가 대폭 증가해 실질적인 플랫폼 수수료가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카모는 법인 최초로 카카오T벤티와 카카오T블랙 운행을 허가했다.

카모뿐 아니라 정부와 지원기관도 SG모빌리티의 노력을 인정했다.

SG모빌리티는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노사파트너십 지원업체로 선정됐고, 고용노동부로부터는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최우수업체로 수상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학습조직화 사업 지원업체로 선정했다.

혁신의 성과는 직원에게도 자부심을 부여했다.

장정욱 수석기사(사진 맨 왼쪽)와 이종식 정비부장(왼쪽에서 세번째)은 지난 5월 근로자의 날 정부포상에 ‘국무총리상’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각각 수상했다. 수십 년씩 일하고도 직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택시업계에 자랑거리가 하나 생긴 것이다.

SG모빌리티의 올해 목표는 ‘워라밸 실현’이다.

SG모빌리티는 지난달 T-ERP(배차시스템)을 도입하며 ‘주5일제 근무’를 선언했다.

T-ERP는 버스업계에서 쓰는 배차시스템을 택시업계 현실에 맞게 고친 SG모빌리티 고유의 배차시스템이다. 기사들은 T-ERP를 통해 배차 조회와 수입금 관리, 대차 신청, 연차 및 정비 관리, 급여 명세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24시간 전에 연차를 신청하고, 3~4일도 연속으로 쉴 수 있도록 워라밸을 실현했다. 법정 공휴일 자율근무도 보장하고 있다.

◇육운업계 주목 : SG모빌리티의 사례는 육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재 당일에는 버스업체에서 배차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회사를 견학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달 초에는 부산지역의 카모 가맹택시 업체들도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는 소식이다.

심 위원장은 ‘올 겨울 직원들에게 지급할 유니폼이’라며 늦여름에도 불구하고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량 패딩 점퍼를 직접 입고 뽐내기도 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노사가 서로 믿고 수시로 소통했다”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러 오신 분들 중 군과 공기업 근무 경력, 외국어 경력을 가진 분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열린 인사체계를 만든 것도 경영 비결”이라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최근 LPG 요금이 올랐지만, 경직된 택시요금 체계 때문에 가동률이 높아도 실질 수입은 이전보다 준 것이 사실”이라며 “수송원가에 맞춰 요금 현실화를 하지 않을 거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도 이제는 직원을 입금 수단으로 여기는 관행이나 관의 지원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노사가 한 배를 탔다’는 마음으로 신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내내 회사 직원과 간부들은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눴다. 30년을 택시업계에서 일했다는 60대 직원의 인터뷰에선 자부심이 엿보였다.

고루한 권위를 내려놓고, 업계의 고정관념을 깬 결단이 숨겨진 성공 비결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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