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키워드] 변화가 필요한 택시 승하차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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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키워드] 변화가 필요한 택시 승하차 문화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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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이수범 교수

우리나라의 택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뛰어난 접근성과 저렴한 이용요금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대중교통에 버금가는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에 해당한다. 요즈음 택시의 종류도 다양해져 승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따라 원하는 종류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다양한 택시들이 도로 위를 다니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택시 승하차 문화를 새삼 생각한다. 택시 승하차 문화는 우리나라 교통분야에서 아직 생소할 수 있다. 택시 승하차 문화란 택시를 타고 내릴 때 안전을 고려하고 다른 차량과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내릴 때 본인의 이동 동선 중 가장 가깝고 편리한 곳을 선택한다. 평상시에 우리가 택시를 타고 내리는 장소는 교차로 인근, 횡단보도 신호등 인근, 버스 정류장 인근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소는 택시 운전자에게 목적지를 전달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소에서의 택시 승하차는 다른 도로 이용자에게 예기치 못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뒤따라오던 차량은 택시가 해당 장소에서 정차하리라는 것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추돌사고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택시가 비상깜빡이를 점등해 뒤따라오던 차량이 택시 승객의 승하차를 인지했다고 해도 택시 뒤에서 정차해야 하므로 교통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택시 운전자들로서는 손님이 원하는 장소에 승하차해줘야 하기에 차량을 정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5년 전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대중교통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근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 요금이 비싸다 보니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빈 택시가 많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택시를 보고 손을 흔들어 세우고자 했는데, 택시 운전자들이 쳐다만 보고 그냥 지나쳤다. 
노르웨이는 택시를 손을 흔들어 세우고 타는 것이 아니고 다른 방식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약 15분간 손을 흔들었을 때 택시가 한 대 정차했다.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말했다. “여기는 택시를 탈 수 있는 구역이 아닙니다. 블록 끝에서 우회전한 뒤 타세요.” 
즉 손을 흔들어 택시를 탈 수는 있지만,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였다. 
다음날 오슬로의 교통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있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택시가 도로상의 아무 곳에서든 승객을 승하차하게 되면 그로 인한 사고 위험성과 차량 지체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에 도심 내에서는 택시를 승하차할 수 있는 지점들을 지정해 운영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러한 승하차 위치 지정제도는 승객들의 승하차 전후 보행거리가 길어지는 불편이 있지만, 택시를 쉽게 탈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택시의 무분별한 승하차가 없어 다른 차량의 운전이 편리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전체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택시는 아무 곳에서나 승객을 승하차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바로 앞에서 택시가 정차해 승객이 하차하는 것을 보고 놀라본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급정거해 깜짝 놀라 앞을 보면 택시가 갑작스레 정차한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하면 오슬로와 같이 택시 승하차 위치를 지정해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위치에서의 승하차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승하차 금지 위치가 법적으로 규정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택시 승하차 위치를 택시 승객과 다른 도로 이용자 모두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곳으로 우선 선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교차로 인근, 횡단보도 인근, 버스 정류장 인근 등이 승하차를 해서는 안되는 대표적인 위치라고 할 수 있다.
택시라는 교통수단은 승객이 원하는 위치에 승하차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다. 특히 요즈음은 앱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위치를 지정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택시 승객이 승하차 금지 위치에서의 승하차를 원할 때는 택시 운전자가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노력과 함께 택시 승하차 문화의 정착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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