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화주 처벌조항 삭제 추진에 "대기업만 대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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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화주 처벌조항 삭제 추진에 "대기업만 대변하나"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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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오간 ‘화물공청회’…법안 통과까지 난항 예고
등록원부 상 차량 소유자 변경 방안도 반발 직면

정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자, 화물연대와 운송사가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화주(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기업) 처벌 조항만 삭제한 것을 두고선, 대기업 화주를 대변하는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안전운임제가 차주와 운수사에 유리하게, 화주에게는 불리하게 설계됐다고 보고 있다.

함께 제안된 ‘최소운송의무 위반 시 처분 강화’와 ‘차량등록원부 상의 위수탁 차량의 소유주를 기존 운송사에서 위수탁 차주로 바꾸는 방안’ 등 운송사의 운송 기능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운송사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한 표준운임제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8일 열린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는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힘겹게 진행됐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화물차주들은 길거리에서 죽으라는 거냐", "당신들이 안전을 아느냐"고 고함치며 이의를 제기했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화물화주-운수사 간 '안전운송운임'을, 운수사와 차주 간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구조다.

표준운임제는 운수사-차주 간 운임을 강제하되, 화주-운수사 간 운임은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매년 공표한다. 화주에 대한 과태료 처분 조항은 삭제한다. 이에 따라 화주는 정부가 정한 운임에 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화주들의 담합과 밑바닥 운임 강요가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라며 "그런데 정부는 운수사와 차주에게만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화주들이 안전운임제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그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이익을 당한 게 없다는 주장도 폈다.

운수사는 앞으로 화주가 주고 싶은 대로 운임을 주게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화물연대와 함께 반발했다.

화물연합회의 최진하 상무는 "화주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저운임 상황에서, 화주로부터 적정운임을 받지 못하면 운수사가 어떻게 차주에게 법정 위탁운임을 지급하겠느냐"고 말했다.

화주와 운수사 간 '운송운임'을 자율화하고 운수사와 차주 간 '위탁운임'만 강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도 "화물운송 시장에서는 화주들이 갑의 위치에 있다"며 "화주에게 운임을 강제하지 않는데 차주들이 적정 운임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면, 그건 순진한 발상"이라고 했다.

한영태 화물운송주선연합회 전무도 “적정운임을 받지 못한 운수사에게 차주에는 표준운임을 지급하라고 한다는 것은 전혀 비현실적이어서 불법을 유도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고 지적하며, “화주에게 강제가 아닌 표준운임 이행을 권고하려 한다면 화주기업의 운임자료를 공개해 이해관계자들을 먼저 설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안전운임제가 차주와 운수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보고 있다.

'화주-운수사', '운수사-차주'가 계약하는 구조에서, 차주와 직접적 계약 당사자가 아닌 화주에게 운임을 강제해 운수사의 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거쳐야 하나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과는 상이해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기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직회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공청회에서 제안된 최소운송의무 위반 시의 처분 강화 방안과 차량등록원부 상 위수탁 차량 소유주를 운송사에서 위수탁 차주로 바꾸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운송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다.

화물연합회 최진하 상무는 “운송사와 차주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운송사업자의 제반 의무도 면책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권리도 소멸돼 결과적으로 운송사업자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법안이 발의되면 여야가 다시 한번 이 내용을 협의하게 된다"며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이미 발의된 법안이 있기에 같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화물차주, 운송사의 반발이 이어지자 공청회는 황급히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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