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연기, 깊어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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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연기, 깊어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고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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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중심주의 통상·점유율 상승 등 셈법 복잡
국산 전기차 이익 위한 보조금 체계 구성 필요
中 전기버스 저가 무기+보조금 업고 파상 공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두고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점유율을 높여 가는 상황과 자국중심주의로 돌아선 통상환경이 맞물리면서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은 다음 달에야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최대한 빨리 내놓겠다는 입장인데 이달 안 공개는 실무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적용됐던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안은 그해 119, 재작년 지침은 그해 121일 발표됐다. 올해 개편안 발표가 통상보다 늦어진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은 환경부가 매년 해오는 일이다.

사실 환경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마련해왔으며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안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였다. 지난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 개편안을 상정하겠다고 언론에 고지까지 해놓고 직전에 갑작스럽게 연기했다. 이유는 이해관계자와 협의가 더 필요하다였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으로 나뉜다.

국고 보조금은 다시 연비보조금, 주행거리보조금, 이행보조금, 에너지효율보조금으로 구분된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두고 업계에서 처음 논란이 된 부분은 제작사가 직영서비스센터와 정비이력관리·부품관리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지에 따라 연비·주행거리보조금을 50% 차등하기로 한 점이다.

외국 자동차 제조사 대다수가 국내에 직영서비스센터가 없다는 점에서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보조금 차등 방안이라고 지적됐다. 다만 테슬라는 국내 9개 서비스센터가 모두 직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업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환경부는 직영서비스센터와 전산시스템이 모두 운영돼야 연비·주행거리보조금을 100% 지급한다는 점은 유지하되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와 전산시스템이 있으면 보조금을 90%, 협력업체 서비스센터는 있지만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보조금을 80%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협력업체 서비스센터도 사실상 직영서비스센터와 같이 인정한 것이다.

대신 환경부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외부로 전력을 빼내 쓸 수 있는 비히클 투 로드’(V2L)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와 최근 3년간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에 추가로 주는 보조금을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고 한다. 모두 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주고자 고안됐다고 평가되는 항목들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관련 다른 논란은 전기버스 등 전기승합차 배터리 에너지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하기로 한 점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방안대로면 배터리 에너지밀도가 1L400Wh(와트시)에 못 미칠 시 보조금을 절반만 받게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국내시장을 점령한 중국산 전기버스는 에너지밀도가 1L400Wh 미만인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장착한 경우가 많다. 중국 전기버스 제조사들은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배터리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해왔다.

수입차업계는 전기승합차 배터리 에너지밀도 기준 보조금 차등 방안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를 수입하는 업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행가능거리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하면 몰라도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면서 환경부가 재고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사후서비스체계 강화효율적인 전기차 추가 지원등을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심국산 전기차 밀어주기에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보조금 체계를 국산 전기차에 유리하도록 짜자는 요구는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중국과 일본은 자국산 전기차 기술적 특징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운용하는 등 전기차 보조금으로 실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라면서 국내에서도 정책의 실익을 높이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제한, ‘자국 실익 추구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수입차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신규 등록 전기차 중 수입차 비율은 20169.1%에서 202225%로 뛰어올랐다. 당연히 국산 차 비율은 90.9%에서 75%로 줄어들었다.

전기버스 시장만 보면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전기버스 제조사 파상공세에 국산이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기버스 국산 점유율은 2016100%에서 202161.5%까지 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버스 가운데 48.7%(436)가 중국산이었다.

국산 전기차에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도록 보조금 체계를 구성할 필요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정교한 방안으로 이를 달성해야 했지만, 환경부가 어설픈 방안을 들이밀어 논란만 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직영서비스센터 유무로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하려 했던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절대적 판매량이 적은 국내에 직영서비스센터를 운영하기 어렵다. 국내 제조사가 외국에 진출했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에 부닥친다.

결국 외국 자동차 제조사는 국내에서 협력업체를 통해 사후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소비자 편익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보조금을 적게 주겠다고 하면 업체도 소비자도 수용하기 어렵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이 늦어지는 데 따른 피해는 소비자가 입고 있다.

환경부가 향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더라도 행정예고 기간을 고려하면 이달 내 확정할 수 없어 올해 들어 전기차 보조금을 신청한 사람은 이달 내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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