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현금없는 버스’…"노인·외국인 불편"
상태바
늘어난 ‘현금없는 버스’…"노인·외국인 불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버스, 전체 25%로…"요금함 안전사고 줄 듯“
108개 노선 1876대 요금함 없애 버스기사는 찬성

"고향에서는 주로 자가용을 타고 다녀서 교통카드를 만들 생각을 못 했어요."

경북 경주시에 사는 이다애(34)씨는 지난달 27일 어린 자녀를 데리고 서울을 찾았다가 '현금 없는 버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게 당황했다.

교통카드가 없는 이씨는 어떤 노선에서 현금을 받는지 구분하기 어려워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서울시는 기존 18개 노선·436대였던 '현금 없는 버스'를 지난 1일부터 108개 노선·1876대로 늘렸다. 현금 없는 버스의 비중도 6%에서 25%로 대폭 높아졌다. 요금함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고 시민 편의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대다수 시민은 이미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 지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버스 중 '현금 없는 버스'로 바뀔 7212·272·103번을 타고 총 1시간50분 동안 관찰해보니 현금을 낸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달 24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51명에게 물어본 결과로도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타겠다'는 응답자는 1명에 그쳤다.

하지만 현금함이 없어지면 불편을 겪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도 18명(35%)로 꽤 많은 편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카드 사용에 서툰 노인이나 외국인이 불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혜연(52)씨는 최근 현금만 있는 노인이 고속버스터미널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도와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지씨는 "어르신이 탈 버스가 '현금 없는 버스'였다면 교통카드를 혼자 충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선중(45)씨는 "계좌 이체를 어려워하는 어르신이 있다.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승차권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모(34)씨는 일본에 갔다가 교통카드 발급이 어려워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탄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계좌 이체나 카드 충전이 어려운 영유아·어린이 자녀를 걱정한다.

서울 서초구 지역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 '현금 없는 버스'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자 "카드가 없거나 카드를 놓고 간 학생은 버스도 못 타겠다", "아이들 버스카드 잔액을 잘 살펴야겠다", "다 카드를 쓸 수 있는 여건인 건 아닌데 선택권이 없어진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주로 버스로 이동하는 권모(32)씨는 "고령층이라도 현금을 내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며 "최근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할 때 어르신에게는 교통카드 기능을 안내하고 추가하기를 권유한다"고 했다.

버스 기사들은 현금 요금함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대체로 현금 없는 버스를 환영했다.

용산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시내버스 기사 박모(59)씨는 "빙판길에 무거운 현금 요금함을 옮기다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면서 "현금 요금함 자리에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내버스 기사 박모(47)씨도 "현금 모금함 모서리에 승객이 다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며 현금 요금함을 없애는 데 찬성한다고 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비율은 0.6%다. 현금 없는 버스에 교통카드 없이 타더라도 요금납부안내서를 받아 계좌 이체로 후납할 수도 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2021년 10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행한 결과 현금(요금) 회수율은 99.6%였다"며 "현금 승차자의 무임승차 우려에 대해서는 추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