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너무 많은 과속단속장비 정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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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너무 많은 과속단속장비 정비돼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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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이광훈

교통법규 위반 중 1위는 속도위반이고 2위는 신호위반이다. 1, 2위 단속건수는 엇비슷하나 3위인 안전벨트 미착용의 10배 수준이다.

반면 최근 5년간 법규 위반 별 교통사고 위험을 보면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 50%가 넘고 과속은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교통단속은 지금도 속도위반과 신호위반에 치우쳐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유형 모두 카메라에 의한 단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속도위반은 단속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에는 단속 자체가 어려웠다. 스피드 건이 보급됐으나 경찰관이 현장에서 측정해야만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첨단 IT 기술 발전에 힘 입어 속도위반과 신호위반도 카메라를 중심으로 하는 단속시스템으로 가능하게 됐다.

이 결과 10년간 속도위반 단속차량은 1000만대를 상회하는 수준이고, 범칙금도 1조원에 달한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자연스럽게 속도위반 단속카메라와 신호속도 위반 단속카메라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필자의 경우도 집에서 자주가는 4~5km구간 주행 시 10개소에 달하는 단속카메라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작년에 시행된 교통속도규제 5030 이후 단속카메라는 더 많이 늘어났다. 심하게 말하면 운전을 하는 게 아니라 경고음을 들으면서 또 연신 계기판을 보면서 어떤 교차로에서는 신호등까지 보아 가면서 주행을 해야 한다.

국도와 고속도로는 또 어떠한가? 도처에 난립한 이동식 단속카메라 박스로 차들은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를 반복한다. 알 만한 운전자는 대부분 카메라가 없다는 것을 알고 무시하기 일쑤이다.

물론 과속이 교통사고 치명률에 절대적 요인이고 단속카메라가 사고예방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계에서 입증됐듯이 교통사고 전체 발생원인 중 과속은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리고 경찰도 뻔히 알고 있는 사실로 짐작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가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설치 위치를 알고 해당 지점에서 감속하고 다시 가속하기를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단속카메라가 사고 예방에는 약간의 기여는 하고 있을 줄 모르나 큰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가족여행으로 일본에 가서 렌터카를 이용한 적이 있다. 운전을 한 아들이 신기하다며 하는 말이 ‘여기는 고속도로에 단속카메라도 없는데 다들 규제속도를 준수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속도위반 단속카메라가 보기 힘들었다.

분명 단속카메라, 특히 속도위반 카메라의 왕국이 우리나라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과속 난폭운전은 여전히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행해온 과속단속 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최근 꾸준히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 구간단속을 늘려야 한다. 어차피 단속시스템에 의존한다고 하면 지점 단속보다 비용과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면서 과속 억제효과가 큰 구간단속이 답이다.

둘째는 암행단속차량 운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 역시 경찰의 방향이기도 하다. 최근 고속도로 순찰차량에도 단속카메라를 탑재해 주행 중 자동 단속이 가능하게 됐다.

암행단속차량은 일본의 고속도로 과속단속방식의 핵심이다. 아울러 범칙금도 40~50만원 수준으로 대폭 상향해야 한다. 수많은 단속건수보다, 어쩌다 걸리지만 치명적인 범칙금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로 현재 설치돼 있는 과속 단속장비를 일제 정비해야 한다. 꼭 필요한 위험구간을 제외하고 속도위반 단속카메라와 이동식 단속박스는 정리돼야 한다. 단속보다는, 운전자가 보다 안전하게 주행하는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사고다발지점, 위험구간 안내 등을 강화해 경로 탐색 기능과 비슷한 비중으로 안전운행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예산을 확보해서 설치만 하면 단속건수도 올리고 범칙금도 늘어난다는 안일한 생각에 정작 교통현장에서 효과도 별로 없는 과속 단속장비 행정에 빠져 있지 않았는지 반문해봐야 한다.

시스템보다는, 경찰 단속인력을 늘리고 과속운전자들이 언제 어디서 단속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항상 가지게 될 때 비로소 과속문화는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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