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상 교수의 열린 철도] 고속철도를 기획하고 추진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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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교수의 열린 철도] 고속철도를 기획하고 추진한 인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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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속철도는 2004년 4월 1일에 개통돼 내년이면 개통 20년을 맞이한다.

필자는 기록을 남기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1989년 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 당시 어려운 결정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을 알게 됐다. 우리 고속철도를 발전시키는 데 정책적으로 크게 기여한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김한영 현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차동득 전 교통연구원 부원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한결같이 언급되는 이가 있는데 이분이 바로 김창근 교통부 장관이다.

우리나라가 고속철도를 기획하고 계획을 확정했을 당시 세계에서는 일본과 프랑스만이 고속철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독일이 건설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선진국이 되는 미래를 내다보고 경제발전과 교통 혁명을 준비한 인물이 바로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경북 안동 출신의 4선 정치인으로 1988년 12월 5일부터 1990년 3월 18일까지 약 1년 3개월간 교통부 장관직에 재임했다. 영주농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민주학생연맹을 결성해 청년활동을 전개하기도 했으며, 중앙고등학교로 전학을 간 뒤 1957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필리핀 국립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수료했으며,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수학하기도 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우리나라 교통의 새로운 미래를 만든 고속철도 계획이 완성됐다. 김 장관은 1989년 3월 18일 경부고속철도와 관련해 1991년 8월에 착공, 1998년에 부산까지 고속철도로 2시간 이내에 운행하는 안을 확정하고 추진할 것을 공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속철도 기획단이 만들어졌고 건설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그렇지만 이를 추진한 장본인인 김 장관은 아쉽게도 1991년 8월 1일 사망하게 된다.

당시 고속철도사업을 추진하는 데 장관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그 시기 노태우 대통령을 설득한 인물이 바로 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고속철도는 일본이 운영하기 시작해 20년이 지났으니 이미 신기술이 아닐뿐더러 전 세계가 건설을 계획 중인데 우리가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된다.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21세기가 되면 우리는 통일이 될 터이고 이때 만주까지 기차가 달려야 하는데 고속철도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러한 분위기와 교통부 관료들, 고속철도기획 담당자들의 소신과 국익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단군 이래의 최대 국책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고속철도를 만드는 데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에 252달러였던 것이 1977년에 천 달러를 넘어섰고 1988년에 4968달러였다. 이때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GNI)은 1985년에 세계 188개국 중 72위, 1990년 211개국 중 56위의 수준이었다.

재정 측면으로 볼 때 고속철도계획을 결정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1989년 일반회계 예산이 25조원이었는데 1차 수정계획의 사업비가 10조7400억원으로 꽤 많은 비용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결국 약간의 이견 끝에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사업으로서 각 부처가 협력해 추진하게 됐는데 여기에도 김 장관의 소신과 정치력이 크게 작용했다.

김 장관과 관련된 몇 가지 일화가 있다. 김 장관은 고속철도 도입에 필요한 선진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유럽 출장 3번 만에 국제 심포지엄을 추진했는데, 이는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고속철도사업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거의 목숨을 걸고 추진했다고 한다. 기록된 바에 의하면 1989년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631명이 참가했고,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외국 10여 개국에서도 1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그는 장관취임 시에 고속철도와 신공항 이 두 가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표하며 모두 협력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명확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고속철도는 이제 내년이면 20년을 맞이한다. 고속철도의 발전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를 기념하는 많은 행사가 준비될 것이다. 이와 함께 고속철도를 기획하고 건설해 운영하고 여기까지 발전시켜온 사람들의 공적에 대한 발굴과 기록화 작업도 함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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